파리의 한국아줌마

프랑스인이 본 한국이 잘 알려지지 않은 원인

파리아줌마 2012. 3. 29. 07:52

3월 중순에 파리 한국 문화원에서 지난해 프랑스에서

<한국인>이라는 책을 출간한 파스칼 다이예 뷔르종

[Pascal Dayez-Burgeon]씨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제목은 미지의 한국으로, 한국이 프랑스인들에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원인들을 분석해 보는 자리였습니다.

 

다이예 뷔르종씨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한국에 외교관으로

가있었다고 합니다. 현재는 프랑스 국립 학술 연구센터의 통신 과학

연구소 부소장으로 있습니다.

 

개인적인 일화들을 덧붙인 재미있는 강연이었습니다.

한시간 남짓걸린 강의였는데, 참석하지는 못하고 유투브 동영상으로 올려져 있는것을 보았습니다.

 

 

                                          파스칼 두와이예 부르종씨의 한국 문화원 강의 유투브 화면 캡쳐

 

그는 프랑스인들에게 한국이 알려져 있지 않은 원인을 두가지로 나누어 설명했습니다.

하나는 주변 국가들, 즉 일본, 중국, 베트남, 북한이 가리기 역할을 해서 남한에 쉽게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는것, 그리고 남한 그자체에서 나라를 알리는데에 걸림돌이 되는 것을 이야기했는데, 이부분은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프랑스인들이 한국을 볼때 거울의 반사 역할로, 한국의 현실보다는 그들이 원하고 받아들이고 싶어하는 부분으로만 본다고 했습니다.

 

크게 이 두가지로 나뉘어 중간에 일화를 섞어 가면서 강의를 했습니다.

 

아직도 프랑스에서 한국은 미지의 나라라고 할수 있는게, 그는 프랑스의 유명한 전자 상가인 다르티[Darty]에 가서 직원에게 한국 티비를 찾으면 벽에 거대하게 삼성 것이 놓여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티비는 없고, 일본 티비는 있다고 한답니다. 

 

또한 한국을 열대 기후의 나라로 알고 있는 이들도 있다고요. 이는 저 또한 겪은바 있습니다. 17년전 큰아이가

태어났던 해 겨울에 한국을 다니러 간다고 소아과 의사에게 이야기 하니, 예방 접종하고 가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한국은 더운 나라가 아니라고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파스칼씨는 70년대에 다른 나라 언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답니다. 다른 알파벳을 배우고 싶어했는데 우연한 무슈 김이라는 한국 분을 만났다고요, 그래서 한국 알파벳을 가르쳐달라고 했더니 한국은 알파벳이 없다면서 중국 문자, 즉 한자를 가르쳐주더랍니다. 그리고 좀더 시간이 흐른뒤 어느날 스쿠터를 타고 가는데 Hyundai라고 적힌 자동차가 지나가길래 발음 그대로, 운다이라면 헝가리 자동차일수 있겠다 싶었답니다.

 

왜 이렇게 한국이 알려지지 않았을까? 그 원인을 살펴보자면 가리는 병풍 역할로는 첫번째로 일본과 중국이라고 하더군요. 그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표현을 써가면 한국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새우였다는것입니다. 하물며 일본과 중국에 관해 연구하는 프랑스 전문가들도 한국을 그 두나라가 보는 관점으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

 

두번째는 베트남, 베트남이 등장할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그의 의견은 설득력이 있더군요. 베트남은 프랑스의 식민지였습니다. 이미 한국 보다는 더 알려져 있지요. 그리고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남북이 갈라져 전쟁을 겪으면서 프랑스인들은 한국 전쟁과 베트남 전쟁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답니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한국은 열대 기후의 나라라고 생각하기도 한답니다.

 

세번째가 북한이었습니다. 이부분은 프랑스 언론의 영향을 들더군요. 언론이 찾는것은 공포스러운 자극적인것, 북한의 끔찍한 실상을 전한다는것이죠. 그래서 한국이라면 북한을 먼저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것 같습니다. 이에 그는 왜 절대 독재자만 다루냐고 하더군요. 현실도 잘 모르고, 왕래하기 힘든 북한은 많이 이야기하면서, 개방되어 있는 남한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밖에 하지 않는 이런 모호함이 한국을 알리는데 걸림돌이 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네번째 남한 스스로가 자국을 알리는데 방해가 되는것들이 있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있는 부분이었습니다. 한국인들은 아주 친절하고, 어디를 가든지 살갑게 맞이해 주어 좋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프랑스인들을 기쁘게 하려고만 하는데, 이게 자기들에게는 한국의 현실을 가리게 하며,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게

한답니다. 

 

몇가지 예를 들었습니다. 영화를 보자면, 한국 사람이 한국 영화를 만드는데 왜 프랑스를 생각하고 만드냐고 합니다. 프랑스에 알리는 한국 영화는 한국에서는 흥행에 실패한것이랍니다.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가 그 경우라고 하던데요. 엄청난 관객을 끌어들인 왕의 남자나, 해운대 같은 영화는 자기들에게 소개 안한답니다. 그는 여기에서 어떤 단절과 낯설음을 느낀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한국 지명의 영어식 표기가 실제 발음과 다른 경우가 있어 이해하기 힘들다고 하더군요. 예를 들자면 부산 같은 경우, busan이라면 프랑스어로는 뷔쟝이 됩니다. 이게 이해를 가리는 병풍으로 작용한답니다.

 

마지막으로 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광고 마케팅에는 나라 알리는것에는 관심이 없다는 겁니다.

그는 프랑스인들이 유일하게 한국 기업이라고 아는건, Korea Air Line이라더군요.

이런 것들이 남한 자체에서 인지도를 가리는것이라고 했습니다.

 

한국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는 거울 작용이 걸림돌이 되고 있어

 

두번째로 한국의 인지도를 가리는것으로 거울 작용이 있답니다. 한국을 보면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는것이죠. 그는 진부함, 식상함이라고 표현했지만 제가 보기에는 고정관념 같았습니다. 이는 또한 우리가 프랑스를 보는 모습이기도 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가지의 거울을 들었는데요. 하나가 토속 신앙이 있는 신비스러운 한국이라는겁니다. 이는 부정적인 이미지는 아니라고요. 사람들은 흔히 한국을 유교의 나라로 알고 있답니다. 그래서 한국 공항에서 직원들이 친절하기만 해도 유교의 나라라고 그렇다고 생각한다고요. 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으로 모든 한국인들을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두번째는 이국적인 모습이랍니다. 한국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로 알고 있죠. 그 기원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데요. 이는 1888년 미국인이 한국을 다녀간 뒤 펴낸 책으로 인해 알려진 타이틀이랍니다. 그는 실제로 한국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가 아니라고 합니다. 이건 현실이 아닌 프랑스인들이 원하는 이미지라는겁니다.

그리고 한국이라면 절을 떠올린답니다. 미슐랭 가이드북 한국편 표지는 스님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프랑스인들에게 한국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 스님, 절로만 인식되어 있다는 것이죠. 그러다가 어느날 케이 팝이 들어왔습니다. 프랑스인들은 미국 복사라며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답니다. 왜냐하면 조용한 아침의 나라, 스님, 절로만 알고 있던 한국이었는데, 롱다리의, 그것도 금발의 한국 여성이 나와서 노래 부르는 것을 연결 시키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이는 현실과는 거리가 먼 프랑스인들이 가진 이국적인 취향이라고 하더군요.

 

세번째 한국은 비인간적인 나라, 이는 경쟁이 치열한 교육을 예로 들었습니다. 모든 학교와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데 그렇게 받아들이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비인간적인 속성으로 본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인들의 부정행위를 들더군요. 저작권 문제, 위조품들, 그리고 황우석 교수의 줄기 세포를 예로 들었습니다. 이부분에 어떤 거울 역할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것들은 프랑스인 자신의 환상 혹은 두려움으로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마지막에 그럼 무엇을 해야될까하더군요, 그는 프랑스인들에게 심어진 진부한 인식들과 싸워 한국의 현실을 알려야 된다고 합니다. 한국 관련 기사들은 자주 보았지만 한국 관련 잡지는 본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이런 잡지가 창간되어 프랑스인들에게 이국적인 환상의 한국이 아닌 현실의 한국을 알린다면 좋을것 같다며 강의를 마쳤습니다.

 

아주 역동적이고 열정적인 강의였습니다. 조만간 그가 펴낸 <한국인>이라는 책을 읽어볼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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