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통신원 일기

파리아줌마 2008. 10. 8. 22:03

 

                                           안녕하세요? 여기는 프랑스 파리입니다

 

 

나는 3년전부터 한국의 모라디오 방송국의 전파를 타면

전화로 프랑스 소식을 알려주는, 프랑스 통신원으로 일하고 있다.

 

3년이 지난 지금도 녹음때면 바짝 긴장이 되면서 더러 더듬거리며 실수를 한다.

처음에 긴장하며 잘해야 한다는 부담에 몇번씩 방송원고를 읽으며 어색한 문장들 수정하며

연습하는 바람에 정작 방송녹음 시간이 다가오면 목소리가 가버리는 때도 있었다.

보통 저녁 늦은 시간에 녹음을 하는데, 처음에는 저녁 먹은 것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방송 녹음중 이상한 불협화음이 나올까봐 저녁을 거른적도 있었다.

참,, 지금까지도 그런 프로정신[?]으로 임했더라면 그사이 옷사이즈가

늘어나지는 않았을것 같다는 씁쓸한 생각을 해본다.

그런 초심으로 임한 방송이었기에 그때가 지금보다 더 나았으리라 생각든다.

매끄럽게 진행자랑 호흡맞추어 소식 잘 전하는 통신원이 되는 것은

나에겐 참으로 뛰어넘기 어려운 장벽인 것 같다.

 

첫방송 녹음이 기억이 난다.

지금은 잘 들리지만 처음에는 진행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아

난감했는데, 피디님이 이를 인정하며 한 말씀이 "그러니 감으로 때려잡아야한다."고,,,

첫방송하는 초짜는 그소리에 거의 기절할 정도로 쫄았다.

정말 죽을 힘을 다해 감으로 때려잡아 첫방송 녹음을 끝냈다.

그때 피디님이 잘했다며 주신 점수가 90점이었다.

그점수에 너무 좋아 그다음날,  그것도 방송이라고 난 마치 연예인이 된 듯 기뻤다.

그리고 온가족이 컴퓨터 앞에 둘러앉아 방송한 것을 들었다. 

둘째가 막 유치원에 들어간 때였으니,,그동안 아이 키우느라 일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조금 여유가 있어지려고 할때에 이른바 방송[?]일을 하게 된 것이니

연예인이 된듯한 착각을 할만도 했겠다고 지금은 우습지만 그당시의 들떴던 기분을 회상해본다.

 

그리고 그때의 90점이라는 후한 점수는 지금 생각해보면 "잘했다"라기 보다는 "더 잘해라"는 채찍 점수일수 밖에 없었던게

나는 각본 이외의 질문이 나오면 거의 말한마디 못하고 얼어붙어버린다. 그럴때면 머리속이 갑자기 멍~해져 버린다.

이걸보고 애드립[?]이 없다고 하는건가보다,, ㅎㅎ 우습지만 애드립까지 동원해보자

다른지역 통신원들은 진행자랑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여담도 즐기며 아주 매끄럽게 잘도 하더구만

나에게는 쉽지가 않았다. 나름 노력을 해보기는 했지만 별차이가 없었다.

무엇이 문제일까? 생각해 보니 너무 긴장하는 것이 한 요인일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살아가면서

사람들 사이의 자연스런 대화에 익숙치 않은 것이 문제일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지금 문득든다. 

그렇다고 그리 얌전한 사람은 못된다. 같은 아줌마들이랑 수다를 떨대면 뱃소리까지 내어가며 웃어제치고

쓸떼없는 소리까지 해대며 떠드는 사람이다.

물론 아줌마 수다와 방송은 다르지만,,, 쑥맥인 것 같은데 참,, 주접스런 쑥맥인 것 같다.  

 

3년 동안 피디님, 작가님, 진행자 분들이 바뀌었다.

나와 함께 전화로 대화했었던 처음 진행자는 엄마처럼 포근하게 나를 잘 이끌어주었던

여자분이었다. 그다음분은 아주 명랑 발랄한 여성 진행자로, 나의 무뚝뚝함이 미안할 정도로 생기있게 잘 진행해갔다.

그리고 세번째는 작가님이 바뀌었고, 별 생각없이 녹음에 들어갔는데 웬 남성의 목소리,,

그것도 깔끔, 명료한 멋진 남성의 목소리에 엄청 당황했다. 숨이 헉~하고 막히는 것 같았다.

방송국에서 진행자 바뀐다는 메일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확인하지 못한채 녹음을 한것이다.

연말 특집 방송때 남자 진행자랑 함께 한 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했던걸 보니

참으로 주변머리 없는 사람이다.

 

항상 내가 준비한 원고 읽는데에만 치중해서 하는 방송이 싫어, 나름 노력도 해보았지만 항상 아쉽다.  

더군다나 시간이 지나니 타성에 젖어 대충 넘기고 싶은 마음까지도 드니 나의 한계를 발견했음에도

고쳐나갈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박차고 있는듯해 편하지는 않다.

그래도 방송국에서는 계속 불러주니 감사한 일이다.

 

적성에 맞지 않은 일 일수도 있겠지만 적성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일단 맞지 않은 일일지라도 내가 맞추어가면서 자신을 좀더 넓힐수 있는 좋은 기회임에

감사하고 다시한번 세워나가보자.

입을 벌려 상하 좌우로 한번 크게 움직이고는, "안녕하세요? 여기는 프랑스 파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