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이 데이에
지난 토요일, 슈퍼에 장보러 가는데 큰딸이 예쁜 모양의 초콜렛이 있으면 사다돌라고 합니다..
아무 생각없이 "느닷없이 웬 예쁜 초콜렛?" 싶었는데, 아차~ 싶었습니다..
그날이 발렌타이 데이라는걸 잠시 잊었습니다.
딸은 유난스럽게 올해 발렌타이 데이를 얼마전부터 계속 상기하면서 초콜렛 받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 친구 커플들을 보면 많이 부럽다고 엄마에게 고백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럴 나이가 되었다 싶기도 하지만 한창 공부해야될때 남자 친구가 없는게,
은근히 안심스럽기도 한게 엄마 마음이랍니다.
슈퍼에서 아무리 찾아봐도 발렌타인 데이 이벤트용 초콜렛은 보이지 않기에 페레로 로쉐 큰 박스를 남친 대신 엄마가
주었답니다..
그리고는 몇년전 딸에게 있었던 풍성한 발렌타이 데이를 딸과 함께 상기하면서,
딸의 첫사랑 이야기를 엄마 블로그에 실어도 되냐는 허락을 받고 글을 쓰고 있답니다. ㅎㅎ
한 3년전쯤인가 봅니다..
딸은 그당시 발렌타이 데이를 맞이하여 교회에서 서로 좋아지내던 저보다 한살 많은 L군과
초콜렛과 함께 아기 시절 사진을 주고 받으며 평생 잊지말자고 약속했던 때를 엄마인 저도 기억합니다.
무작정 말릴수 없어 조마 조마하며 모든 것을 다 열어놓고 초콜렛 선물조차 함께 상의해서 사게했습니다.
그 풋사랑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그남자 아이의 고백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딸이 전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10살 혹 11살 남자아이의 고백치고는 너무 노골적이었고, 아주 적극적이었는데,
이렇게 보는 견해, 또한 세대차이가 아닌가도 싶었답니다.
조금은 걱정스러워 딸 몰래 메일을 열어보았더니, 뭐,,이건,, 사랑의 메시지가 폭우 쏟아지는듯 해서 놀랐지요.
그리고 교회 마치고 근처 공원에서 몇시까지 만나자는 메시지도 있었읍니다.
둘이서 부모도 없는 곳에서 따로 만남을 가진다는 것이 놀라웠고, 받아들여지지 않았지요,,
이를 어째??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동당동당 거리다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어떡하냐고 하니
남편은 별다른 해결책없이, 그냥 내버려 두어야 한다고 하면서,
본인이 보기에는 그 남자아이는 아이가 아니고 어른 수준인것 같다며,
더 겁주는 이야기만 하더니 "김사장님 오셨다"며 전화 끊어야 된다고 합니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딸이 이런 만남이 예정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기를 바랬지만 끝내 하지않았고,,
나는 그날 교회 구석에서 첩자가 된양 이둘의 행동거지를 지켜보고 있었답니다.
L군이 나가고 바로 딸이 나가길래 몸이 얼어붙는듯했지요,,
"아니 이 어린 것들이 저들끼리만.."
바짝 긴장해서 기다리고 있자니 10여분정도만 지나 들어 오길래 안심이 되었지요,,
그리고 딸은 그날 사랑 고백이 있었던 잠시 잠깐의 만남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고,
그이후 둘의 교제 같지 않은 교제는 계속되었고, 남자아이가 전화가 오면 자연스럽게 바꾸어 주곤 했지요,,
그리고 딸은 여느때와 같이 생활했고, 아직은 어리기에 저 또한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고
저러다 시들해지겠지 싶었지요,,
그러다 봄의 어느날 즈음인가 딸은 심한 감기를 앓더군요,,
환절기 감기 즈음으로 알았는데, 40도의 고열에 시달리며, 몇일이 지나도 열이 내리지 않기에
이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싶어 딸에게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때서야 오열을 터트렸습니다.
끊임없이 폭탄 같은 사랑의 표현들을 퍼붓던 L군이 더이상 사랑의 메시지를 건네지 않았고,
이에 딸은 더이상 자기를 좋아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그동안 속앓이를 해오다
마음의 상처가 너무 커서 몸까지 힘들었던 것입니다.
얼마나 속상하던지요,,왜 진작 엄마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냐고 저 또한 소리를 질러댔죠,,
그당시 딸은 좀처럼 본인의 힘든 이야기를 하지 않을때였습니다.
힘들면 힘들수록 표현하기 보다는 본인속으로 파고들기에 끊임없이 이야기하게 하려고 할때였죠,,
딸에게 무어라 이야기 했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습니다..
다만 딸의 힘들었던 마음이 이해가 되었을뿐,,
갑자기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버린듯한 그마음을 알기에요,...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상대에 대한 사랑이고, 미련인줄 알았는데 ,,
그것 보다는 자신을 잃어버린듯한 느낌때문이었나 봅니다.
상대에게 내가 없어져 버린듯한 그 견딜수 없는 느낌,,,
그걸 배신이라고도 하고, 버림받았다고도 하죠,,
나의 의지와는 아무 상관없이 행해지는 그무엇 때문에 그렇게 힘들었나 봅니다.
사랑의 열병을 앓고 난 이후 추스려나가고 있는 와중에 딸은 L군이 다시 적극적으로
나온다고 이야기합니다.
"사랑의 메세지가 없었다고 어떻게 내가 더이상 너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냐"면서요,,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냐"고 딸에게 물었습니다.
딸은 더이상 상처받기 싫어서 그만두고 싶다고 합니다.
그리고 몇번 계속해서 딸에게 구애 작전을 펴오던 L군을 딸은 완강히 거부했습니다.
딸의 거부에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아이와는 교회에서 친구처럼 잘 지내고 있는듯합니다.
그렇게 딸은 이른 나이에 첫사랑을 겪었고, 그외에 한번씩 마음에 드는 남자아이가 있으면
저에게 이야기하곤 합니다.
다행히[?] 외로운 발렌타이 데이를 엄마와 동생이랑 페레로 로쉐 먹으며 보내는 딸을 보며,
지난날 딸의 화려했던 발렌타인 데이가 생각이 나서 엄마 블로그에 네 첫사랑 글을 올려도 되겠냐니깐
씩~ 웃으며 대답을 대신합니다.
그사이 몸도 마음도 많이 자란 딸을 보며 그저 뿌듯하기만 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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