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남편은 한국 다니러가고 없고, 남편 대신 둘째 딸아이랑 한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아직 고소한 우유 냄새가 나는 만7살 된 딸의 고사리 같은 손을 만지며 잠자는게 참 행복했었다.
불을 끄고 누우면 침대 바로 옆에 창문이 있어 반짝이는 별들을 함께 세어보기도 하고,
하늘을 나는 비행기 불빛을 보고는,,어둠속에서 눈을 치켜뜨며 어디로 가는 비행기인가 하며 이야기하곤 한다.
그날도 불을 끄고 아이랑 함께 하늘의 별을 보고 있는데..
딸 : 엄마 ~ 멜루완은 산타할아버지가 아니고 엄마가 12월 24일에 선물을 놓고 간다고 했어,,
멜루완은 산타할아버지를 믿지 않는데,,
엄마 : 그럼 너는,, 너는 산타할아버지가 있다고 믿니?
딸 : 그럼 나는 산타할아버지가 있다고 믿어,, 그런데 믿기에는 너무 신기한것 같애
[말의 뉘앙스에 이미 싼타에 대한 의심이 가득하다]
나오미는 산타를 믿지 않는대,, 그래서 크리스마스에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주시지 않는대,,
엄마 : 속으로 [그집 부모도 참~~]
딸 : 언니가 그러는데,, 산타 할아버지집 전화 번호는 공공공공 별별별별[0000****]이래..
엄마 맞아?
엄마 : 응? 음,,,
산타 할아버지 집의 전화번호에 대해서는...
매년 산타 할아버지 역할을 잘해오다가 지난해 크리스마스즈음 너무 복잡한 일들이 많아 미처 아이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다.
문제는 그당시는 아무 말없이 지나가던 딸이 섣달그믐날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고 와서는 본인은 산타 할아버지 선물을 못받았다고 울고 불고 난리가 났었다. 송구영신 예배에서 친구들끼리 산타 선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나 보다..
아차! 싶었지만 너무 늦어버린것이다..
어떻게 만회할 방법을 찾은 것이 엄마가 산타할아버지한테 전화를 해서 다음날 꼭 선물 가져오시라고 한다는 것이었다.
어린시절에만 가질수 있는 환상을 깨뜨리고 싶지 않아서 쓴 방법이었다.
그말에 딸은 눈물을 멈추었고 남편에게 이야기해서 선물 마련해서 아이 머리맡에 잘 놓아두자고 했다.
그때부터 딸은 산타의 전화번호가 궁금했던 것이다.
계속 전화 번호를 물어와서 곤란했었는데,, 그날 느닷없이 그 전화 번호를 또 다시 물어오는것이었다.
그리고는,,,,
딸 :엄마! 진실을 가르쳐줘,, 산타 할아버지는 정말 있는거야?
진실을 알려줄까 싶어 잠시 망설였지만,,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아이가 아직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믿고 있는 아이에게 진실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조금은 충격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집요하게 나를 추궁하지도 않았고 조금은 의심스럽지만 믿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이세상을 살아가면서 배우고 습득해야되는 것들이 있는 반면 저절로 시간이 지나면서
알아가는 것들이 있을 것 같다.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에 대해서는,,
한해 한해 나이가 들어 지적인 수준이 높아지면서,,, 친구들과 여러 관계들을 겪게되면서,,
세상은 신데렐라나 백설공주가 왕자님을 마술같이 만나 행복하게 사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아가면서...
스스로 그환상을 벗을수 있게 내버려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부모가 그환상을 깨고 싶지 않은 것은,, 어린 시절의 풍부한 정서 함양을 위한 것이었다는 것도 나중에 아이가 어른이 되고 알수 있다면 감사할 일이리라..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여전히 산타 할아버지 노릇을 계속하게 될지 아니면 부모로서 아이에게 선물을 주게 될지
딸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학의 일상 (0) | 2009.10.29 |
---|---|
음악학교 학위 수여식 (0) | 2009.10.18 |
사라와 함께 (0) | 2009.09.05 |
작은 걱정, 큰 걱정 (0) | 2009.05.16 |
지혜롭지 못하면 손발이 고생한다 (0) | 2009.0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