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내 아이 바로보기

파리아줌마 2010. 4. 12. 23:15

오늘 아침 즐겨찾는 블로거님의 방에 갔다가 포스팅 되어 있는 글을 읽고 공감하다가 번뜩~ 어떤 생각이 떠올라 글을 올리게 되었다.

 

사람들의 관계에서 "누가 무어라 이야기하더라"는 것에 함부로 내의견을 말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듣고 누군가에게 전하는 이야기에는 객관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단은 약간 의심해보고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이런 경우에 냉정을 지키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데 내아이가 학교에서 선생님 혹은 친구들과 어떤 일이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

특히 억울하거나 힘들었던 일을 엄마에게 전해올때는 냉정해지기가 쉽지 않다.

"아니! 귀한 내 자식에게 그랬어?" 그럴때 내 자식은 양같이 순하고 이 세상의 거친 물살에 휩쓸리기만 하는 연약한 아이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런 연약한 아이를 힘들게한 선생님, 친구들은 나쁜 사람들이 된다.

특히 이곳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그들은 인.종.차.별.주.의.자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그런 날은 아픈 가슴 부여잡고, 이 모진 세상에서 의롭고 정당한 사람이 받는 고난[?]에 숙연해기지까지 했었다.

 

그런데 그게 내 아이, 내 남편이 최고이고, 옳다는 가족이기주의에 빠져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치 못해

일어난 착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착각에서 온전히 벗어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쉽지 않았다. 

 

아이의 프랑스 선생님, 친구들은 인종차별주의자도 나쁜 사람들도 아니었다.

내아이가 전하는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살피지 못한 못난 엄마만 있을뿐이었다.

조금만 마음의 문을 열고 내 아이와 관계된 이들에 대한 적대감을 이해심으로 돌려 보려고 애쓰다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알수 있다. 적대감을 이해심으로 돌려보려는데에는 적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

    

아직 인성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아이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자기 중심적이다.

문제의 핵심이 된 본인의 말과 행동은 대충 빼고 본인이 들었던 말과 받았던 행동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본인이 선생님에게 했던 말의 뉘앙스는 생각지 않고 반응만을 엄마에게 전한다.

물론 엄마에게 힘들었던 마음을 위로받고 싶어서 그랬을 것이다.  

당연히 위로하고, 감싸야겠지만 엄마가 상황은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될것이다.

본인이 보다 솔직하고 객관적으로 말을 전하지 않았다는 것을 전혀 못느끼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잘한 것 같기도 하고, 잘못한 것 같기도 하면서, 뭔가 개운하지는 않은데 엄마는 난리법석이다.

그럴때 아이는 "에라, 모르겠다."로 갈수 있을것이다.

그리고 무언지 잘 모르겠지만 엄마를 속이는것 같은 자신, 그리고 나에게 속는듯한 엄마,

그런 경우 아이는 엄마와의 관계에서 자유스럽지 못하면서 집과 학교에서의 행실이 다른 아이가 될수 있다.

그리고 엄마는 집에서 보았던 내 아이 모습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이같은 괴리감이 생기기 시작하면 아이는 자신감이 없어지며 스스로를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  

 

엄마와 선생님, 엄마와 아이의 친구들, 그사이에는 내아이가 있다.

내 아이의 역할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지 않으면 쉽게 저지를수 있는 실수이다.

그리고 아이들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번질수 있을만큼 엄마에게 아이와 관련된 일은 이 세상의 어느 문제보다도 민감하고 어렵다.

 

내 아이가 이 세상에 최고인지라, 가장 의롭고 정직하며 착하고 영리하다는 착각[?]을 하고 싶지 않은 엄마가 어디 있으랴!!

하지만 훌륭한 아이로 키우리란 생각을 하지 않은게 문제인 것 같다.

아직은 정제되지 않은 다이아몬드 덩어리 같은 아이를 엄마가 정성과 노력으로 깎고 다듬어

이 세상에 내놓아 가치를 인정받아야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 일단은 아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부터 보아야 될 것이다.  

 

무턱대고 반응하기에 앞서 아이 붙들고 상황을 요목조목 따져보면 분명히 엄마가 빠질수 있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이는 엄마가 아이에게 제대로 말을 전할수 있게 교육시켜야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학교에서 친구와 놀다 틀어졌던 이야기를 하는 둘째,

충돌과 갈등은 양쪽이 부딪혀야 일어나는 것. 어떤 상황일지 대충 짐작하고는 아이 역성을 들어준다.

엄마가 너무 본인편이 되어주니 엄마에게 혹은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그때서야 자기도 어떻게 했다고 고백을 하니, 어리기 때문에 상황 판단이 미숙한 것은 아니다.

 

엄마가 모르고 자기편을 들어주는 것과 알고 편을 들어주는 것에 아이 반응은 다를수 밖에 없다.

더이상 엄마가 모르고 속지 않는다 것을 아이들은 예민하게 감지한다.

그럼으로써 좀더 반듯하고 정직한 아이가 되어갈수 있다면 감사할 일이리라.   

 

학교에서 자주 가볍게 다쳐오곤하는 둘째는 본인이 무리하게 장난치다 다치는 것이고, 

큰아이가 친구들에게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듣고 오는 날은 분명히 어이없는 말과 행동을 했을 것이다. 

둘째에게는 조심스럽게 놀기를 당부하고, 큰아이에게는 본인 생각만 하지 말고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보라고 한다.

 

믿음직스럽고 사랑스런 아이들로 자라기를 바라면서 ^^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로그를 통해 일어난 신기하고도 감사한 일  (0) 2010.05.22
잔소리만 하려는 엄마  (0) 2010.04.29
오케스트라 발표회  (0) 2010.04.02
8번째 생일  (0) 2010.03.25
방학의 일상   (0) 2009.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