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프랑스에서 잔치날 술마시고 사고나면?

파리아줌마 2010. 6. 10. 03:15

지난주 토요일, 남편이 운영하는 교민지 기자의 결혼식이 있었다.

식이 끝나고는 남편 사무실에서 피로연이 있을 예정이었다.

그 기자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한국 화가 50명을 찾아 인터뷰하고 작품 세계를 알리는데에 큰 역할을 했었다. 나보다 5살이 많은 그녀는 사람 좋아보이는 불가리아인과 연을 맺게 되었다. 두사람다 재혼이다.

 

남편은 여동생 시집보내는 오빠 같은 마음으로 축하해주었다. 그럼 나는 올케언니가 되는 것이겠지.

나는 아이 일로 인해 시청에서 있었던 결혼식은 참석하지 못했고 피로연에만 참석했다. 결혼 피로연 초대였기에 격식을 갖춘 차림을 하려고 했으나, <올케언니> 같은 마음으로 파티를 도우고 싶어 굽없는 슬리퍼에 일하기 좋은 차림으로 나섰다.

 

남편과 신랑 신부 그리고 친구들은 몇일전부터 피로연 장소로 쓸 사무실을 청소하고 꾸미고 있었다.

테이블과 의자들을 정리하고 풍선을 하나하나 입으로 불어 벽에 매달아 놓았다고 한다.

40대 어른들이 모여 풍선을 입으로 부는 모습이 잠시 상상이 되기에, 풍선 부는 기구 하나사서 하든지 아님 누구에게 빌리든지 하지 그많은걸 어떻게 모두 입으로 불었냐?며 남편에게 핀잔을 주었다.

 

음식을 주문하고 음료수들을 챙기면서 알게된 사실은 프랑스는 잔치집에 가서 술을 마시고 사고가 나면 잔치집 주인이 책임져야 되는게 법으로 정해져있다고 한다. 그래서 포도주는 많이 준비하지 말아야 된다는 것이다.

 

술먹은 사람보다는 음주 환경을 조성한 잔치집 주인의 책임이 더 큰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잔치집 주인이 억울할수도 있겠다. 본인이 마신 술을 내가 어쩌란 말인가 싶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내집 잔치에 온 손님들의 주량까지 챙겨야되는 아주 이타적인 법안이다. 또한 이는 잔치집 음주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를 줄이려는 프랑스 정부의 대책안일 것이다.

 

프랑스인들은 개인주의 성향은 강하지만 이기적이지는 않다. 220년전 권력의 횡포에 대항해 민중이 주인이 되는 시민혁명을 성공시킨 정신은 오늘날 연대의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혼자 살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나의 생각없는 행동과 말한마디가 상대방에게 어떤 느낌으로 와닿을 것이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생각해보게 한다. 그러기에 잔치집 주인은 손님들의 주량까지 책임져야 된다. 그래서 알콜 음료를 제한할수 밖에 없다. 비록 나쁜 의도는 없었지만 누군가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면 내가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다. 삶에 임하는 자세가 보다 진지해지지 않을까 싶다.

나보다는 상대방을 생각해서 보다 깊이있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배려의 법안인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결혼식과 피로연에는 파리에서 활동하는 많은 예술가들이 참석했다. 그리고 말로만 듣던 물방울 작품의 화가, 김창렬 화백님을 만날수 있었다. 화백님은 기자를 딸같이 아끼고 좋아하신다고 한다. 그래서 결혼식 증인이 되어주셨고 피로연에도 참석하신거였다. 사진에서 보았던 모습 그대로였다.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며 흥겹게 잔치의 분위기를 돋구기도 했었다. 몸은 피곤했지만 기분좋았던 밤이었다.

물론 많은 이들이 술은 마셨지만 모두들 무사히 잘 귀가했다.

그리고 두사람이 오래도록 행복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