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보다가

법정스님 글이 와닿지 않은 나. 너무 세속적인가?

파리아줌마 2010. 8. 12. 09:23

 

법정스님 글보다 최인호 작가의 <인연> 더 좋았던 이유

 

7월말에 휴가를 떠나면서 책 4권을 챙겨갔습니다.

성경, 법정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 이문구의 <관촌수필>,

최인호의 <인연>을 가지고 갔습니다.

 

머무는 숙소에 인터넷 접속이 될런지 몰랐기에 만약에 불가능하다면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책을 읽고 싶었습니다.

문의해보니 인터넷 접속이 되기는 하지만 유료인데다, 1층 홀에서만

접속이 가능하다고 하기에 블로그 포스팅을 포기하고 책을 읽었습니다.

  

올봄 법정스님이 입적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예전에 읽었던 <무소유>를

다시 한번 보고 싶어 책을 찾아보니 없더라고요.

친정에서 읽었던 것을 착각하고 집에서 찾았는지...

<무소유>중에 난초 하나 키우면서 법정스님이 가지는 소유와 집착에 대한

글을 읽고는 무척 감동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한번 나를 다듬어보는 기회를 갖고자 <무소유>를 보고 싶었는데

없으니 더 집착[?]이 생겼습니다.

 

<무소유>의 절판 소식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다니러가는 남편에게  

무조건 구해오라고 부탁했더니, <무소유>말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가지고 왔습니다. 

 

휴가지에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참 좋더군요. 그동안 블로깅하며 베스트와 추천수에 집착하고 있었던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도 되었고, 그동안 얽매였던 마음을 깨끗이 비우겠다는 다짐도 들더군요.

그런데 책의 중반으로 갈수록 흥미를 잃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가져온 책들을 기웃거리다 최인호 작가의 <인연>을 집었습니다.

처음에는 소설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수필집이었습니다.

약간 실망스러웠지만 최인호 작가의 책이라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책은 손에서 놓아지지 않더군요.

 

남편과 아이들은 바닷가에서 자유롭게 놀고,

저는 햇볕을 잘 감당못하는 연약한[?] 피부를 가진지라

파라솔 아래에서 <인연>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책을 다읽고 나니 이런 의문이 들더군요.

"왜 나는 법정스님 책은 못끝내고 최인호 작가의 책은 끝낼수 있었을까?" 

"법정스님의 글이 와닿지 않았던 난 너무 세속적인가?"라는 생각과 함께 약간의 주눅도 들더군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저 세속적인게 맞더라고요. 보통 세속적이라는게 어떤 기준이고,

어떤 의미인지는 잘은 모르겠습니다. 또한 여러 해석이 있기도 하겠지요.

 

너무 가진게 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착각하는지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솔직히 와닿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을 비워내는 법정스님의 지고지순한 정신세계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겠지요.

그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책을 왜 읽는지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에 일단 책은 논문 준비나, 필요한 정보 수집이 아닌 이상 재미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책속에서 재미를 느끼는 매개는 공감인 것 같습니다.

나 또한 스쳐지나가듯 어렴풋하게 느껴본 것, 한번쯤은 해보고 싶었던 것,

궁금했던 것, 이런 경우에 사람들은 어떨까 하는 것들을 

작가는 실타래에서 실을 한올씩 풀어내듯 그상황과 느낌을 섬세한 필체로 표현합니다.

 

저는 이런 글을 읽게되면 희열과 환희가 느껴집니다. 공감은 말할것도 없겠지요.

그런 공감이 느껴지게 되면 그작가의 글은 스폰지에 물스며들듯 정신속으로 파고 듭니다.

 

연륜이 쌓인 최인호 작가의 수필집은 저를 더욱 숙연하게 했습니다.

글을 통해 많은 위안과 가르침도 받았습니다.

 

배우 안성기의 이야기. 아내, 자식들, 손주 이야기, 가난했던 신혼시절,

돌아가신 부모님, 자라나는 자녀들에게 큰옷만 사입히는

아내에게 화가난 이야기 등을 하면서, 상황속에서 일어나는 부정적인 느낌들조차

진솔하게 담아놓았습니다. 그게 말이 부정이지 그냥 인간이었습니다.

 

인간이 육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동안 희노애락과 오욕칠정에서 벗어나기는 힘들겠지요. 

그렇다고 마음껏 부려서도 안되는 욕정과 감정들이 있고, 그런 것들을 비워내기는

커녕 조절하는 것조차도 힘듭니다.  

그런 우리 인간들이 서로에게 해줄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공감과 이해의 노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남편과 다투기도 하고요, 아이들에게 감정적으로 대할때도 있습니다.

하는 사업이 잘 되어 돈도 많이 벌었으면 좋겠고요,

그 돈으로 아이들 물질적으로도 부족함없이 잘키우고 싶고,

비록 멀리 떨어져 살지만 연로하신 부모님들께 효도도 하고 싶습니다.

 

그런 저에게는 최인호 작가의 글이 더 와닿았습니다.

 

전 세속적인게 확실히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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