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프랑스 SG은행 금융 사기 사건을 보며

파리아줌마 2008. 2. 2. 22:37

 

제롬은 프랑스 지방 도시, 그러니까 우리나라로 치자면 대구쯤 되는, 리용에서 국립 대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파리로 상경, 프랑스 최고의 엘리트 양성 기관인

그랑제꼴 출신의 인재들이 많은 은행 "쏘시에테 제네랄"에 선물 중개인으로 취직이 되었다.

 

그는 지방대 출신인 자신의 콤플렉스를 극복해 보고자 노력을 했고, 그러는 와중 처음에는 은행에 많은 수익을 가져다 주어 나름 실력을 인정 받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다른 수재들 보다 더 뛰어난 금융계의 스타가 되고 싶은 욕심에 은행 정보 시스템을 이용, 불법적인 거래를 하기 시작했다.

 

제롬이 이용한 정보 시스템은 복잡하지 않아 상관들이 충분히 조회를 해볼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상사들은 비록 불법일지라도 은행에 수익을 가져다 주는 것이었기에 눈 감고 있다가 액수가 엄청나게 불어나게 되니까 지난 24일 공식적으로 이를 발표하게 되었다.

 

이 쏘시에테 제네랄 은행은 내가 프랑스 와서, 파리 외환은행 이후 처음으로 계좌를 가진 프랑스 은행이다. 빨강과 검은색의 사각형 로고가 깔끔해서 좋았고, 얼마되지 않는 유학생의 돈을 잘 관리해 주었던 고마운 은행이었다.

 

이 사건을 접하고 "우째 프랑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수 있나?"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지만, 이건 프랑스, 나라를 운운할 문제가 아니고 우리네 인간들의 문제인것 같아 주파수를 돌렸다.

 

제롬의 사진을 보니 톰 크루즈와 케빈 코스터너를 합성해 놓으면 나올만한 준수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앞길이 구만리인 이제 31살 청년이 "앙팡 테리블"[Enfant Terrible], "무서운 아이"가 되기까지.....

 

그가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명예, 금융계의 스타, 상여금, 그랑제꼴 수재들 보다 인정 받는 것?

 

그 모든 것들이 비정상적인 방법들을 통해서도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그가 이런 것들이 법에 저촉되는 비정상적인 방법이라고 생각지 않고 행했을까?, 또한 비록 비정상적이기는 하지만 상관들의 묵인하에 행하던 것이라 이같은 결과를 초래하리란 것은 상상이나 했겠나?

 

본인이 하는 일들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고 행하는 사람은 지극히 드물 것 같다. 그는 도둑도 사기꾼도 아닌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해온 좋은 사람이라고 그를 담당한 변호사가 밝혔다.

 

하지만 결과는 과연 회사를 위한 것으로 돌아갔나? 사람들은 그의 나쁘지 않았던 의도를 보기 보다는 눈에 보이는 결과들을 가지고 판단한다. 그게 세상의 이치이기도 하고.... "그게 아니라"고 아무리 세상을 향해 외쳐 보아도 헛된 메아리일 뿐이다.

 

나는 제롬의 모습에서 지난날의 나의 모습들을 본다. 아니 어쩌면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미련하게 끌어안고 있는 지금의 나의 모습일 수도 있다.

 

"나쁜 의도는 없었다"고 차라리 "상대방을 생각한답시고 했던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상대방의 마음을 언쟎게 했을때, 10%만 잘못이 인정되더라도 빨리 100%로 마음을 추스려야하건만, 나머지 90% 붙들고 "억울하네", 어쩌네 하다보면 그 90%가 100%, 200%, 300%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이고, 내가 10% 인정한 것 마저 사라져버리는 것 또한 삽시간이더라는 것이다. 그리곤 이 세상에 버림 받은 자칭 비련의 여인이 되어 살아가고 있었더라는 것이다. 

 

무엇을 위해?

인정 받고 싶고, 싫은 소리 듣기 싫고, 잘나고 싶고....

무엇 보다 남 보다 나를 높이고 싶어서,,,

다 허상이다. 내안의 이런 것들이 사랑과 평화를 막고 있었다.

 

 

"이제 고만 좀 하자", 나에게 이야기한다.

단지 아닌 모습이 1%라 할지라도 변화할수 있고, 발전할수 있는 "1%의 실상을 붙들고 나가자".

 

제롬이 이같은 변명과 자기 합리화에 빠져 있다고 발표된 바는 없다.

 

제롬은 잘못했다. 그는 하지 말았어야 할 행동을 한 것이다. 이를 인정하고, 그다음에 그를 이해하든지 그야말로 "영웅시"하던지 했으면 한다.

 

잘못을 무조건 덮어주는 것 보다는 아닌 것은 인정하고 그다음에 이해하려고 하는게 "사랑"이 아닐까 싶다.

 

아닌 모습을 알고도 방관한 그의 상사들에 대해서는 인간적인 책임을 묻고 싶다. 

 제롬에 대해서는 측은한 마음이 있지만, 그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인간적인 느낌도 가질수 없는 내가 잘못된 것일까?

 

우리의 입술은 거짓말을 할수 있다. 하지만 우리 마음은 절대로 거짓말을 할수 없다. 그러기에 인간의 마음은 소중하고 귀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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