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8살 딸아이의 이유있는 처절한 눈물

파리아줌마 2011. 1. 7. 09:40

8살 딸아이의 이유있는 처절한 눈물

 

 

한달전쯤인가 봅니다.

어느 일요일 밤, 작은 아이는 자러가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엄마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컴퓨터앞에서 글감을 궁리하고 있었지요.

 

방으로 들어간지 10, 20분쯤 되었을까?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언니와 함께 나옵니다.

순간 무슨 일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처절하게 눈물을 흘리는 작은 아이의 모습을 보니

엄마는 심장이 멎는듯했습니다. 단순한 울음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를 잘압니다.

좀처럼 그렇게 울지 않는 아이입니다. 가슴 깊은곳에서 북받쳐 올라온 눈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언니에게 구박[?]받았나 싶었는데, 큰아이는 우는 동생을 보고는 콧등이 빨개져서 눈물을 삼키려고

눈을 깜박이며 옆에 서있습니다. 동생에게 그리 관대하지 않은 언니입니다. 7살이나 많은 언니가 동생의 울음에 함께 울먹이고 있습니다.

도대체 그사이에 아이들에게 무슨일이 일어났나 싶은게 정신이 아득해지더군요,

 

입안이 바싹 말라왔습니다. 온몸이 저려오는듯했습니다. 침착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천천히, 차분히 물었습니다. <무슨 일이니?> 

그리고 답을 듣기까지 3시간은 흐른듯했습니다. 

 

동생을 보며, 큰아이는 <내가 이야기해도 돼냐?>고 묻습니다.

너무 슬프게 울고 있던 둘째는 대답도 못하고 있습니다.

 

큰아이가 이야기합니다.

침대에 누운 동생이 느닷없이, <언니는 엄마 아빠에게 거짓말한적이 있냐?>고 묻고는 바로 울음을 터트리기에 자초지종을 물으니,

그전주, 역사시험이 있던 전날에 둘째는 공책을 학교에서 가져오지 않아놓고는 엄마에게는 이야기하지 않고 공부하는척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날이 수요일이었는데 일요일까지 5일동안 엄마를 속였다는것 때문에 양심의 가책이 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큰아이는 엄마에게 고백하러가자며 데리고 나왔던 것입니다.

 

<그거였구나> 싶어 일단은 긴장했던 마음을 풀고 둘째를 무릎에 앉혔습니다.

너무 울어 숨소리 거친 흐느낌만 있는 아이를 안고는 몇일동안 돌덩이를 달고 있었을 여린 가슴이 느껴져 엄마도 따라 울뻔했습니다

 

그제서야 옆에 있던 아빠가 거듭니다.

그날 저녁 아이는 <아빠는 어릴적에 엄마, 아빠에게 거짓말을 한적이 있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마음이 너무 부대껴서 동지[?]를 찾느라 무던히도 애썼던것입니다.

 

 

                                                                                                                 눈이 많이 온 지난 연말 작은 아이가 만든 눈사람

 

 

아이에게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왜 하면 안되는지는 알려줄수 없었습니다.

말로 알려준다고 제대로 깨닫을것 같지는 않았지요.

 

그런데 이번일로 왜 거짓말을 하면 안되는지 아이는 알았습니다.

아이는 거짓말을 하면 무조건 엄마에게 혼난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규범적이고 도덕적인 잣대로만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았거든요.

 

사람 마음에는 양심이라는게 있지요.

본인의 잘못은 어느누구보다 자신이 잘압니다.

스스로 인정하고 고쳐나가려고 하면 다행이겠지요.

 

엄마를 속인 아이는 양심이 성가스러웠습니다.

부대껴진 양심에는 죄책감이 자리잡기 쉽습니다.

죄책감은 인간의 마음을 힘들게 하고 심지어 삶자체를 파괴할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죄책감에 빠져들지 않으려 노력해야합니다.

잘못을 했으면 온전히 인정하고,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면서 고쳐나가려는 사람에게는 죄책감이 쉬이 자리잡지는 못할것입니다.

 

아이는 몇일 동안 무거운 죄책감에 사로잡혀있었습니다.

아이를 안고는 <이제 왜 거짓말을 하면 안되는지 알았지?>라고 하니, 큰아이가 옆에서 <이번에 제대로 알았을것 같아>하고는

자리를 뜹니다. 그제서야 둘째는 배시식 웃으며 고개를 끄떡입니다. 그리고는 정말 많이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건 당연한겁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늦은 밤 잠자리에 들었는데 고슴도치 엄마는 잠을 이룰수 없었습니다.

자꾸 눈가가 적셔옵니다.

조그마한 가슴이 힘들었다는게 너무 안타까웠고, 이제 겨우 8살인데 앞으로 살아가면서 만날 여러 유혹과 어려움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너져내립니다. 항상 바로 곁에서 지켜주고 싶지만 그럴수 없다는것을 알기에, 겪으며 스스로 찾아가야된다는것을 알기에 더 아팠습니다. 

 

 

사족 : 아이 허락을 받고 쓴글입니다. 처음에는 반대했습니다. 거짓말한 이야기라고요, 하지만 엄마가 설득했답니다.

그나이에 있을수 있는 이야기라고요. 읽는 이들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킬수도 있다고요.

몇일 생각해보겠다고 하더니 어제서야 허락을 해주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