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유로스타가 아닌 페리호로 도보 해협을 가로지른 이유

파리아줌마 2011. 9. 17. 08:40

영국을 가기 위한 배를 타기 위해 노르망디에 있는 깔레[calais] 항구까지

가는데 2시간 반정도 걸렸습니다.

 

깔레에서 차를 배에 싣고 도보 해협을 건너는데요, 그것도 물건너

가는것이라고 땅이 붙어있는 다른 유럽의 나라들을 갈때는 느끼지 못한

장중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깔레 항구에서 배표를 사고는

차갑게 식어져버렸습니다.

 

인터넷으로 24시간전에 표를 구입하면 반가격이었던 것을 무지함과

무모함으로 인해 남들보다 2배가격을 지불하고 도보 해협을 건너야만

했답니다. 정말 속이 쓰라려오더군요.

 

언제 다시 이 바다를 건너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절대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으리라 두주먹 불끈~ 쥐었답니다.

 

그리고 왠 입국 수속은 그리 까다로운지~

깔레 항구에서 입국 서류 적고는 인터뷰 하듯 <뭐하러가냐> <얼마나 머물것인가>를 따져 묻더군요.

남편 말에 의하면 얼마전에 있었던 영국 폭동으로 인해 더욱 엄격해진것 같다고 합니다.

 

복잡하고 쓰라린 일이 있었지만 배를 탄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업~되더군요.

 

파리에서 런던까지 해저터널로 연결되는 직행 유로스타가 디지털이라면, 깔레까지 가서 배를 타고 도버에서 내려 다시 런던까지 가는 여정은 아날로그라 하면 될것 같습니다. 유로스타를 타면 바다를 볼수 없습니다. 깔레까지 온 이유는 바다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표에 적힌 번호가 있어 해당 구역에 줄서서 차례대로 들어가야 됩니다. 보이는 배가 차량들과 사람들을 도버까지 데려다 줄것입니다. 문득 저 배가 <사랑의 유람선>인, 크루즈였으면 하는 황망한 생각을 해봅니다.

 

배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다들 차에서 내려 올라옵니다.

 

식사를 해도 좋은 휴식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배에 올라 바라본 깔레 항구는 그리 분주해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빼곡히 서있던 차들이 모두 배안으로 향하고 나니 텅비었습니다.

조금 있으면 새로운 차들로 채워지겠지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배인가 봅니다. 영화<타이타닉>이 생각이 나더군요. 아마 아래 사진과 같은 풍경이 없었다면 영화 생각까지 나지는 않았을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연상 작용은 한가지 이상의 것들이 조화를 이루며 다가올때 좀더 진하게 느껴지기도 하지요.

 

비록 아직 출발하지는 않았지만 저 연인은 바람 몰아치는 배선두에서 서서 영화를 찍고 있었습니다.

 

햇살 좋은 화창한 날이었습니다. 조금 있으니 배위의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나오더군요.

 

seafrance라는 선박회사는 1996년에 설립된 프랑스 국영철도 소속회사랍니다.

프랑스와 이웃나라간의 짧은 항로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사람뿐만 아니라 자동차, 버스, 트럭을 도버까지 운송해주고 있답니다.

 

도보에서 오는 배입니다.

 

배가 출발하고 깔레 항구가 멀어지고 있습니다.

 

왠지 배에 탄 사람들 모두 아날로그적인 삶을 추구하는것만 같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디지털을 싫어하는것은 아닙니다. 

첨단 현대 문명을 잘 조절하지 못하고 있는 인간들을 탓하기는 했지만

삶의 편리함을 가져다 주는 디지털 자체는 아주 좋아합니다. 

 

남자 아이 둘이서 손가락을 이용해 그림자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옷을 똑같이 입은것으로 보아 쌍둥이 형제 같습니다.

프랑스 아이들 같은데, 예전 4, 50년대 사진에서나 보았던 인물들이었습니다.

어찌나 귀엽던지 한참을 눈여겨 보았습니다.

파리에 있는 아이들에게서 찾아볼수 없는 모습과 표정이 있더군요.

 

조금전에 하던 그림자 놀이를 떠나고 있는 배위에서 바다쪽으로 하고 있는듯합니다.

형제들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여행을 하고 있나 봅니다.  

 

갈매기는 왜 날아들었을까요? 주위에는 휴지조각과 담배꽁초만 있는데~

 

바람은 세차게 몰아치지만 햇살이 있으니 저렇게 앉아 독서를 하고 있습니다.

참 평화로워보입니다요~

 

허구한 날 자동으로만 놓고 찍는 남편의 사진기를 영구임대[?]하기 위해 요즘 작업중입니다.

 

아~ 바람이 꼬마 사진사의 작업을 방해하고 있군요

 

씩씩하게 걸어와서는 사진기를 들고 있는 아빠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여행하거나, 영국에 있는 가족 혹은 친지를 만나러 가는 사람들, 아님 영국과 프랑스를 오가는 일을 하는 이들,

프랑스에 다니러 왔다가 영국 고향으로 돌아가는 이들도 있겠지요.

그리고 물건을 배달하는 고단한 트럭 운전사들이 있었습니다.

 

크루즈가 아닌 운송 수단일뿐인 페리에는 목적지로 향하고 있는 삶들이 있었습니다.

1시간 10분 정도 되는 항로에서 그들은 영국에서의 삶을 준비하고, 꿈꾸고 있을겁니다.

런던을 하루만에 다 보겠다는 작심을 하고 가는 저같은 사람도 있었고요~

 

유로스타가 없었던 90년대에 동생과 함께 학생들이 이용하는 여행사를 통해 영국을 갔었습니다.

투어 버스를 배에 싣고 갔었는데, 당시 배는 정말 후졌습니다.

무엇 때문인지 바다는 구경도 하지 못했고, 낡고 암울한 기운만이 감도는 배에 대한 기억밖에 없습니다.

아마 밤에 배로 이동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학생들 상대로 하는 그 여행사는 호텔비 아끼려고 항상 밤시간에 장거리를 달리곤 했었습니다.

 

식당인데요~~ 음식은 정말 별로였습니다.

 

이 공간은 참 멋졌습니다.

 

 

부틱도 있다는데 가보지는 않았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오락 시설도 있고,

 

비록 문이 굳게 닫혀 있었지만 유아들을 위한 공간도 있었습니다.

 

객실의 광경을 보고 이상스럽게 생각된데 많은 이들이 길게 누워자고 있었습니다.

피곤해서일테지요. 마치 으례히 이렇게 자는곳이라 생각하고 있는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자고 있는 이들은 트럭 운전사들일 가능성이 많다는것을 며칠뒤에

돌아오는 배안에서 알수 있었습니다.

 

밤낮할 것 없이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다니며 납품을 하고는 한시간 정도 트럭을 세워놓고

잠을 청할수 있는 공간이었던것입니다.

 

바다를 보고 아날로그적인 삶이 어쩌니 했던 페리호가

어떤 이들에게는 치열한 삶의 현장속에서 잠시 쉬어갈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도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바람은 더욱 세차져서 숨쉬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거센 바람을 맞으며 목적지인 도버를 바라보고 있는 두 모녀의 뒷모습은 사뭇 진지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저는 바람에 날려[?]갈까봐 바로 안으로 들어와 버렸습니다.

 

 

멀고도 먼 옛날 프랑스와 영국이 붙어있다가 쩍~하고 케잌 잘라지듯 나누어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노르망디 바닷가도 저런 절벽을 이루고 있지요

 

 

도보에 도착했습니다.

아날로그적인 여행을 하고 싶어 페리호를 타고 바람 세차고, 시퍼런 물살이 겁나게 이는 바다를

실컷보면서, 목적지를 향해가는 여러 삶들을 만날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런던을 향해 고고씽~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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