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유럽의 한인 타운, 영국 뉴몰든에서

파리아줌마 2011. 9. 24. 08:04

한국 같았던 영국 뉴몰든[New Malden]에서

 

유럽에서 한인이 많이 있는곳은 독일이라고 들었습니다.

70년대 광부와 간호사로 온 분들이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독일에

정착해서 살고 있다고 하는데요, 한곳에 모여있지 않고 뿔뿔히

흩어져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유럽에서 LA한인타운 같은 곳이 있으니, 바로 영국의

뉴몰든[New Malden] 지역입니다. 지난번 영국여행에서

이곳 한인 민박에서 3박 4일 동안 지내면서 마치 한국에

온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파리도 15구를 중심으로 한인상가들이 어느정도는 형성되어 있으나,

밀집되어 있지도 않고, 아직은 뉴몰든만큼 발전되어 있지 않습니다.

 

88올림픽 이후로 영국 교민들은 늘어나기 시작해 1996년에서 1997년사이에 급속도로 팽창되다가 1997년 외환위기때 60%의 한인이 한국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911테러이후 미국유학을 생각했던 이들이 영국으로 발길을 돌렸고, 경기 회복으로 다시 교민들이 늘어나 현재 뉴몰든 일대에 2만명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뉴몰든의 한인 정육점은 이영표, 설기현 선수의 단골집이기도 했고, 한국처럼 대리운전까지 있다는 소식을 인터넷을 통해 들었습니다. 뉴몰든은 런던 남서쪽 외곽지역으로 워터루역에서 기차로 20분정도의 거리에 있습니다.

한국의 동 지역쯤 되는 규모의 이곳을 한인들은 뉴몰동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한답니다.

 

원래는 일본인들이 운집해있던곳이어서 같은 동양인인 한국인들의 정착하기에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 합니다.

현재 일본들은 거의 없고, 한국타운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학군이 좋아 한국 학생들이 몰리고 있고, 2004년 11월에는 노인정까지 생겼다고 합니다. 민박집 사장님의 말씀에 의하면, 현재는 뉴몰든에서 상업 활동을 하던 한국분들은 다른곳으로 떠나고 있고 처음 영국에 정착하는 분들이 들어오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지난 1월 영국의 BBC방송 인터넷판에는 리틀 코리아로 불리는 뉴몰든에 대해 소개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아는 프랑스인에게 영국 여행하며 한인타운에서 지내다 왔다고 하니 머리를 손에 얻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충분히 이해됩니다. 하지만 외국에서 오래산 저희들은 한국적인것에 더욱더 목말라 합니다.

 

외국생활 초반기에는 현지 언어를 익히기 위해 한국말을 하지 않고, 한국음식 먹지 않아도 살아갈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마치 귀소본능처럼 한국적인것을 갈망하게 됩니다.

 

3박 4일 동안 한인민박에서 지내며 아침, 저녁은 한식으로 먹고, 바로 앞에 있는 한인 슈퍼에 아이들과 아침 저녁으로 들락날락 거리며 한국과자, 소보루빵, 그리고 인절미를 사먹었습니다. 파리에서 한인 슈퍼에 가려면 20, 30분 정도 차를 타고 가야됩니다. 그리고 한국빵은 제과사에서 나온것, 떡은 떡국떡 정도일뿐 인절미, 무지개떡 같은것은 명절때 아니고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영국 여행을 온게 아닌 한국에 온듯한 착각마저 들게 했습니다. 

 

고풍스런 뉴몰든 지역의 주택들입니다. 대부분 한인들이 살고 있는듯했습니다.

 

런던의 워터루역입니다.

이곳에서 기차를 타고 20분정도 가면 한인타운이 있는 뉴몰든에 도착합니다.

 

아이들과 아침 저녁으로 드나들었던 한인마켓입니다.

이곳에서 다음 행선지인 노르망디의 프랑스인들에게 맛보게 할 막걸리를 사기도 했습니다.

 

아가씨 미용실에 소주방, 노래방까지 있습니다.

 

                                                                                                                                                               영국 뉴몰든 한인타운

 

                                                                                                                                                                영국 뉴몰든 한인타운

 

한인타운이다보니 한국인들이 거리에 많이 다닙니다.

저에게는 이런것 조차 신기하기만 합니다.

 

아마 제가 한국에 있다가 뉴몰든에 와보았다면 그리 신기해하지는 않았을것 같습니다.

같은 외국인 파리에 살고 있으니 그런것 같은데요.

파리는 이런곳 없습니다.

아마 그건 이상한 비교의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비교와 질투마저도 불러일으킨것은 아니었는지?...

 

                                                                                                                                                               영국 뉴몰든 한인타운

 

저녁 어스름이 내려깔린 뉴몰든 거리를 산책하다가 딸아이가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곳이 있었습니다.

 

팥빙수를 개시했다는 광고가 붙어있는 한국 까페였습니다.

이 순간부터 아이의 팥빙수 타령은 시작되었습니다.

아마 사주지 않고 그냥 돌아갔으면 한[?]이 되었을지도 모를일입니다.

 

그래서 아이와 약속을 했답니다.

뉴몰든을 떠나기전에 꼭 팥빙수를 사주겠다고요~

 

파리에서 태어난 딸아이는 순대와 떡볶이를 좋아하고 한국빵과 떡을 좋아하는 지극히 한국적인 소녀입니다.

 

                                                                                                                                                                영국 뉴몰든 한인타운

 

                                                                                                                                                               영국 뉴몰든 한인타운

 

여행사, 식당, 한국 슈퍼, 미용실, 한의원, 한인교회등이 있었고,

길을 꺽어들어가니 횟집, 태권도 도장도 있더군요,.

사진에 담지는 못했습니다.

 

 

워낙 한인들이 많이 살다보니 한인회장의 영향력이 큰가 봅니다.

회장선출이 있을때마다 알력과 분쟁이 있다는 좋지 않은 소식도 들었더랬습니다.

 

영국은 빨간 공중전화 박스가 유명하지요?

누구나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는 시대에 공중전화는 구시대의 산물이 되어 파리에는 쉽게 찾아볼수 없지만,

런던 시내에서 꽤 많이 남아있었습니다.

그런데 우째 외곽지역이라 그런지 빨간 공중전화박스가 엉성해 보입니다. 

 

                                               바로 이거지요. 런던의 국회 의사당앞에 있는 공중전화박스입니다.

 

다시 뉴몰든으로 돌아왔습니다.

어쨌든 외국 거리에서 한국인들을 쉽게 마주치니 좀 생소하지만 반가웠습니다. 

 

안경점도 있고, 부동산도 있네요.

이지역에 상점 매물이 나오면 가정 먼저 찾는 사람들이 한국인이라고 합니다.

뉴몰든에 있는 킹스턴 보로우의 경우, 지역민 10%가량이 한국인이랍니다.

 

뉴몰든을 떠나기 전날 팥빙수를 먹으러 왔습니다.

 

한국의 어느 예쁜 까페처럼 실내장식을 해놓았습니다.

 

한국 케잌입니다.

떡은 물론이고 한국빵이 맛있고,

케잌도 한국인 입맛에 맞게 만들어서 그런지, 크림으로 칠갑을 해놓은 이곳 케잌보다 휠씬 더 맛있습니다.

 

               예전에 여기 빵에 든 까만 초콜릿 크림이 팥앙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었습니다.

 

 

고구마 케잌입니다.

맛이 환상이었습니다.

 

그리고 인절미와 시리얼이 들어간 팥빙수~~

 

거기다가 엑스프레소까지 한잔 곁들였습니다.

날씨가 꽤 쌀쌀했지만 아이들과 팥빙수를 먹고 나니 소원성취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파리에서는 맛볼수 없었던 팥빙수를 영국에서야 먹을수 있었습니다.  팥빙수 한그릇에 소원성취까지?~

 

외국에 오래살다 보면 그렇게 되기도 합니다요~

빙수, 고구마 케잌, 커피까지 너무너무~ 맛있었습니다.

 

 

낯선 곳을 여행하며 그지역 사람을 만나고, 음식을 맛보며 정취를 느껴보는것도 중요하겠지만, 한국적인것은 항상 편안함을 줍니다. 지난번 영국 여행시 한인타운에서 지낸 삼일은 아주 편안하고 좋았습니다. 파리에도 이런 한인타운이 생기면 좋을것 같습니다. 한국인이 외국에서 이렇게 타운을 형성해서 살기까지에는 부단한 노력이 있었겠지요. 뉴몰든 한인타운을 가보고는 진정 의지의 한국인들이라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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