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허름한 프랑스 식당에서 매료당한 이유

파리아줌마 2011. 4. 23. 09:27

 허름했지만 매료당한 프랑스 작은 마을, 안시의 식당에서

 

지난주 리옹에서 달려와 알프스를 끼고 있는 호반의 도시,

안시[Annecy]에 도착한 시간은 밤 9시쯤 이었습니다.

숙소를 정하고 요기를 하기위해 식당을 찾았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문을 연 식당을 찾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한군데를 찾아 들어가려고 보니 가격이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옆에 있는 다소 허름해보이는 식당으로 일단 들어갔습니다.

 

구이집[grill]이라고 식당 이름밑에 적혀있습니다. 

식당에 들어서자 마자 고기 굽는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그리 반갑지는 않았습니다.

 

일층이 너무 좁아 이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첫인상은 아주 허름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식당을 사진에 담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식당 한가운데 걸려있는 흑백사진 한장이 눈길을 끕니다.

 

사는곳을 떠난 여행자의 마음은 약간은 들떠있겠지요.

새롭게 찾은곳에 대한 호기심과 낯설음이 묘한 설레임으로 작용되어 보여지는 사물들이 평상시보다 예사롭게

다가오지만은 않나봅니다. 일단 흑백 사진에 매료되어 식당의 구석구석을 담기 시작했습니다.

    

                          풍경사진은 컬러풀하면 좋지만 인물 사진은 흑백이 좋을것 같습니다.

         그래야만 보는 이들이 사람의 표정에 촛점을 좀더 잘 맞출수 있을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하지만 저 사진은 컬러가 없을때 찍은 흑백사진인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리 풍족한 시절의 모습같지가 않습니다.

 

아이들 다섯명이 우유통[?]을 두고 나누어 마시고 있습니다.

아이들 행색이나 풍경이 어디 가난한 시골마을 같습니다.

가난과 아이들, 그리고 우유

아이들과 먹는 음식은 무난합니다.

하지만 초라한 행색을 하고 있는 아이들이 들어가니 왠지 처절함과 간절함이 느껴집니다.

프랑스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요.

 

왠지 사진 한장만으로 이 식당 주인의 심성이 느껴지는듯했습니다.

그는 인간이 생활을 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먹는 일,

즉 먹이는 일을 아주 소중히 생각하고 있지않나 싶었습니다.

여러 풍경사진들속에 한장의 인상적인 흑백 사진을 보며 이 식당에 매료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허름한 식당 구석구석은 세련되지는 못하지만 정성스럽게 장식되어 있습니다.

 

 

알프스의 상징인 스키 장식도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알프스 지방 특유의 통나무 천장에 매달린 이 전등 장식에 또한 매료되었습니다.

                                              모든것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어느것 하나 쌩뚱맞은게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사로잡았던건, 저 낡은 오디오에서 나왔던 8090[?]음악이었습니다.

옛날 노래를 들려주는 프랑스 라디오 채널, <Cherie FM>에서 옛일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들이 흘러나왔습니다.

이제까지 향수라하면 항상 한국에서 지내왔던것을 떠올리곤 했었는데 이제는 프랑스에 처음 도착했을때의

느낌과 이야기가 또다른 향수가 되어 가끔씩 감성을 파고 들때가 있습니다.

 

어떤 시기를 지날때 즐겨들었던 음악은 추억과 함께 남게됩니다.

베토벤의 <로망스>는 항상 여고시절을 생각나게 하고,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는 대학시절을 떠오르게 합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Michel Polnareff의 <Goodbye Marylou>를 들으며 20년전 암스테르담을

여행했던때가 떠올라 잠시 젖어있었습니다.

학생들을 상대로한 여행사가 기획한 저렴했던 여행이라

금요일 밤새도록 버스를 타고 토요일 아침에 암스테르담에 도착했습니다.

검은 밤을 가르고 고속도로를 달리던 버스안에서 들었던 노래이기도 합니다.

아마 첫 유럽여행이라 더욱 기억에 남는듯합니다.

 

식당 메뉴판입니다.

오늘의 메뉴, 전식으로 야채수프, 토마토 모자렐라, 샐러드 중 하나 고르고요,

본식으로는 알프스 지방의 음식인 savoyard와 안심 스테이크, 그리고 송아지 간요리 중 하나 또한 고르고요,

후식으로 치즈나 다른 후식중 골라, 13유로면 가격이 적당합니다.

 

 

식당을 둘러보고 나니 음식이 정성스럽고 맛있을것만 같았습니다.

주인은 살갑지는 않지만 우직하니 속깊은 사람이지 않을까하는 짐작이 들더군요.

 

수돗물입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합니다.

더군다나 여기는 알프스 에서 나온 물일것입니다. 

 

 

                                 오믈렛인데, 감자가 들어있습니다.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음식이 맛있었습니다.

                         마치 식당이 아닌 어느 프랑스 가정에서 먹을수 있는 음식 같았습니다.

 

                                        여행하는 이들이 이런 음식을 대하게 되면,

                     낯선곳에 대한 이질감을 없애주고, 그지역에 대해 따스함을 가지게 만듭니다.

 

제가 시킨 배보다 배꼽이 더큰듯한 샐러드입니다.

그리 배가 고프지 않았기에 간단한 샐러드로 때우려고 했었는데,

대충 좋아하지 않는 식재료들 피해가면서 골라 시킨게 왠만한 본식보다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후추 소스가 뿌려진 등심스테이크와 감자튀김~~

 

둘째가 시킨 어린이 메뉴,, 베이컨과 감자 튀김

 

소품들 하나에도 신경을 쓴 흔적이 보입니다.

 

 

 

꽤 무거운 샐러드 분석 들어갑니다.

 

씹히는 질감은 감자인데 맛은 다른 야채[양파?]들 섞어 튀긴것 같았습니다. 아주 맛있었습니다.

 

 

 

식빵을 구워 위에다 치즈를 녹여 얻은건데요,

뜨거운 치즈가 쭉~ 당겨지는 모습을 포착했어야 되는데 좀 식어버렸습니다.

 

계란입니다. 깊은 냄비에 물 붓고 끓을때 계란을 깨어 넣으면

조금 있으면 계란이 요런 형체로 떠오르게 됩니다.

 

프랑스인들은 라따뚜이에다가 이렇게 삶은 계란하고 함께 먹는다고 하더라고요

 

노른자 터트려 빵에 찍어먹었습니다.

 

삶지 않고 훈제한 베이컨입니다. 너무 짜서 아웃시켜 버렸습니다.

 

알맹이가 도망간 토마토 한조각~

 

삽싸름한 이스트향이 매력적이었던 구수한 빵~~

 

4명이 푸짐하게 먹은것 치고는 얼마 나오지 않았습니다.

42, 65유로면 6에서 7만원정도

 

서빙하는 아저씨가 많이 피곤한지 창백해보였습니다. 

늦은 시각에 찾은게 미안할 정도로요, 하루종일 저런 계단 오르내리며 일했으니 더욱 피곤했을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열심히 서빙해주어서 고마웠지요.

 

식당을 나서기가 아쉬워 돌아서서 사진 한장 더 남깁니다.

 

허름했지만 벽에 걸린 인상적인 흑백사진과,

옛음악을 들으며 향수에 잠시 빠져있기도 했고,

거기다가 정성스럽고 맛있는 음식까지...

그 모든것에 매료되었던 프랑스 알프스 지방, 안시의 식당이었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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