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길에 떨어져있는 돈을 보았을때 가지는 이중적인 심리

파리아줌마 2011. 5. 16. 07:43

지난 4월 부활절 방학때 큰 아이와 오래간만에 쇼핑을 나갔습니다.

아이 옷사준다는 핑계삼아 저도 몇개 건질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었드랬지요. 

 

딸아이와 옷가게의 널직한 탈의실안에 함께 들어가 서로 입은 옷 봐주고,

사이즈 안맞으면 한사람이 나가 맞는것 가져다 주곤 하면서 참으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 와중에 탈의실 바닥에 단추가 떨어져 있길래 고개 숙여보니 저쪽편에서

무언가 반짝이는게 눈에 들어옵니다. 때묻지 않은 깨끗한 2유로 동전이

그 특유의 빛을 발휘하면서 저의 눈길을 끌며,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주웠습니다. 그날의 불로소득이자, 횡재인 2유로[3천원]를 흐뭇해하며 보고는

딸아이에게 음료수 마시는데 보태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남이 흘린 돈을 주워들고는 왜이리 편안해하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이유는 아무도 없는 탈의실안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큰돈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눈이 있는 길에서 주워놓고는 그렇게 좋아하며 편안해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문득 떠오른 일이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그리 오래되지 않은 어느날 지하철에서 목격한 광경이었습니다.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묘한 표정으로 저를 보면서 다가옵니다. 그러더니 바로 제앞에 떨어져 있는 5유로[7천5백원]짜리 지폐를 주웠습니다. 순간 '바로 앞에 떨어진 돈을 왜 못보았을까' 싶어 무척 아깝더군요.

당시 그돈은 할아버지에게 빼앗겨[?]버린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돈을 집어든 할아버지는 몇발자국 가더니만 어떤 아주머니에게 그돈을 내밉니다. 예상밖의 광경이었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아주 좋아하면서 그돈을 받아들더군요, 그다음 돈을 집어넣은 지갑에서 동전을 몇개 꺼내더니만 왔던 길을 거슬러가서 하프연주하고 있는 지하철 악사의 돈바구니에 넣더군요. 아주 묘한 광경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돈 주인을 찾아주려고 5유로를 주웠을까요? 제게 다가올때 가졌던 묘한 표정으로 보아선 아닌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미 저한테 들켜버린것입니다. 그리고 그아주머니는 5유로가 본인것이라면 뭣하러 길을 거슬러가서 지하철 악사에게 동전을 주었을까요? 그러기에 할아버지가 주운 5유로 지폐의 주인은 누군지 알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라는게 이럴때는 무척 불편하게 합니다. 그런데서 자유로울수 있는것도 어쩌면 뻔뻔한 것일수도 있겠지요.

원래 우리네 삶은 단순하기보다는 복잡하고, 쌈빡하기보다는 미묘하게 다가올때가 많습니다. 그게 바로 사람의 마음이겠지요.

알수 없는 한길 사람속에서 일어나는 작용과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묘한 인간의 심리가 길거리에 떨어져 있는

돈을 발견했을때 여지없이 드러납니다.

 

딸아이에게서 일어난 일이 그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더군요,

어느날 학교에서 20유로[3만원]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것을 아이가 먼저 발견했답니다. 처음에는 너무 거액[?] 이라 눈을 의심하지 않을수 없었는데 사실이더랍니다. 그래서 그것을 줍는 순간 옆에 있던 어떤 남학생이 보았답니다. 아이는 바로 '혹시~'하며 남학생에게 건넸는데 남학생은 '아니라'고는 하면서 둘이 어쩌지 못하고 돈을 들고 엉성하게 있었는데 그순간 선생님이 지나가면서 그광경을 보았던것입니다.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20유로는 선생님에게 건네졌고 바로 학교 분실물 센터에 가져갔다고 하면서 당연한 일을 했다며 정직한[?] 딸아이는 이야기하더군요,

 

그이야기를 듣고나서 제 입에서 바로 나온 소리가 <바보~>였습니다.

돈에 이름이 적혀있는것도 아니고 물건도 아닌데 왠 분실물 센터인지...

누가 20유로 잃어버렸다고 분실문 센터 찾아오겠으며, 누가 학교 바닥에 떨어진 돈의 주인을 찾아주려고 하겠습니까?

거기 담당 직원들의 껌값이 되던가, 그도 아니면 선생님이 가졌을지 모를일입니다.

함께 본 그남학생과 속닥이 타협[?]을 했었으면 간단히, 실속있게 끝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16살이나 되었으니 그렇게 이야기했지 7살 아이에게는 바로 선생님께 가져다 드려야지하고 가르쳤을일입니다.

 

오늘 저녁에서야 아이는 속마음을 털어놓습니다. 겉으로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뱃속 깊은곳에서 치밀어 오르는건

그게 아니었답니다. 많이 아까웠답니다. 그 아깝고 찝찝한 마음을 견디지 못해 친구인 욜렌에서 털어놓으니

<너 미쳤니? 그건 가졌어야지>하더랍니다. 그런데 그게 다른 사람의 시선이 있을때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순간 겉과 속이 일치하지 않는 이중적인 인간의 심리가 드러나는것이겠지요. 

 

그런게 그게 큰액수라면 문제될것도 없습니다. 그럴때는 양심이 작용되어 바로 주인에게 돌려주어야된다고 생각할테니까요.

액수가 크지 않을때 상황은 애매해질수 있는거겠지요. 돈이라는 다소 민감할수 있는것을 대하면서 가지는 사람들의 심리와 나타나는 행동이 참 재미있는것 같습니다. 그런데 살면서 만나는 묘한 상황이 어디 이런 부분뿐이겠습니까? 이에 대처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하지만 더러 그동안 옳다고 생각했던 부분의 고리를 한번 풀어헤쳐 세상을 바라볼 필요는 있는것 같습니다.

그럼 적어도 속과 겉의 차이는 좁혀나가면서 좀더 편안해지고 자유로와질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도덕적인 범주를 벗어났을때 이야기입니다. 그기준 또한 애매하지만요.

 

 문득 그날 지하철의 할아버지에게 좀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모른척하고 저쪽으로 가버렸어야 되었는데 말입니다.

 

길에 떨어진 돈을 보았을때 어떡할것 같습니까? 더군다나 사람들의 시선이 있는곳이라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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