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이태리가 아닌 프랑스의 베니스를 아십니까?

파리아줌마 2011. 6. 18. 09:03

이태리가 아닌 프랑스에서 <알프스의 베니스>라 불리는곳이 있습니다.

 

그동안 동계올림픽 유치를 놓고 평창과 함께 경쟁하는 프랑스 도시,

 

그리고 유럽에서 수질이 가장 좋은 호수를 끼고 있는 프랑스 도시,

안시[Annecy]를 포스팅했는데, 오늘은 <알프스의 베니스>라 불리우는

안시를 소개해봅니다. 

 

파리에서 6백킬로 떨어져있는 프랑스 남동부 도시이자, 알프스 산기슭에 있는

인구 5만인 안시[Annecy]의 전체적인 이미지는 이태리의 베니스와 닮아있습니다.

운하를 중심으로 중세 시대의 옛날 건물들이 즐비해 있어서 프랑스,

혹은 알프스의 베니스라 불리웁니다.

 

이태리의 베니스가 거칠고, 야성적인 남성이라면, 프랑스의 베니스라 불리는 안시는 

아기자기한 심성을 가진 여성같습니다.

 

20대였던 멀고도 먼 그옛날 추운 겨울에 처음 가본 이태리의 베니스는 신혼여행을 오면 좋을곳 같았습니다. 그리고 찌는듯한 더위로 머리밑이 따근거렸고, 은목걸이가 녹아내리던 한여름에 가본 베니스는 한국의 더위와 많이 닮아있었습니다. 하지만 신혼여행은 베니스로 가지 못했고, 10여년전 넌저리쳤던 베니스의 더위는 좀처럼 다시 접해볼수 없었습니다. 또한 곤돌라 대신 안시 호수에서는 사람들과 가까이 하며 여유롭게 노니는 백조과 오리들만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래서 안시가 좋습니다.

 

전세계의 여행객들이 찾는 웅장한 베니스에 비해 안시는 인근 유럽인들이 여행을 오는 소박한 도시입니다. 왠지 베니스는 세상의 허물에 많이 노출된곳 같으나, 안시는 때묻지 않는 순수함이 도시의 고풍스러움과 매치되어, 편안하지만 고고함이 느껴지는곳입니다. 

 

넓디 넓은 안시 호수를 보고 시내중심가로 들어가 보니 동화에 나올듯한 건물과 고풍스런 분위기에 사로잡혀 버렸습니다.

베니스 느낌이 나지만 절대로 베니스일수 없는 안시 특유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베니스에 비해 단아하고 차분한 느낌입니다.

 

또한 좀더 정리되어 있는듯한 분위기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저런 누런 건물 색깔과 빛바랜 분홍빛을 대하니 다시 베니스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프랑스인들은 꽃을 좋아하는것 같습니다.

저렇게 운하주변에도, 그리고 집 베란다에 항상 아름다운 꽃들이 놓여져있습니다.

 

꽃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있겠냐 싶기도 하지만. 저는 오랫동안 꽃을 싫어했습니다.

아니 관심이 없었다는게 더 맞을겁니다.

그건 트라우마였습니다.

 

초등학교때 당번이라 선생님 책상에 놓여있는 꽃병의 물을 갈아주며,

생물인 꽃이 고인물속에서 일어나는 작용으로 인해 나는 냄새를 맡고는 질려버렸습니다.

냄새의 역겨움이 꽃의 아름다움을 침식시켜버렸던것입니다.

 

아름다움도 어떤 나태한 상황을 만났을때 추함이 되어버릴수있다는 사실을 알면 되었을텐데,,

꽃을 보고 무반응하는 자신의 감각을 탓하기만 했습니다.

어쩌면 그 사실을  인식하고는 깊은 무의식속으로 밀어넣어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세상에서 좋고, 선하고, 아름다운것만 취하고 싶은 본능이었을겁니다.

그렇게 아름다움 이면에 있는 추함을 엿본뒤로 세상을 시니컬하게 보게 되었나 봅니다.

세상과의 불화가 시작된것입니다.

아주 어린시절입니다.  

 

 

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지 안지는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알고 나면 어렵지 않게 해결됩니다.

 

아름다운 꽃을 좋아하지 않은 자신에 대해 의문을 가져 보았습니다.

꽃을 보면 눈은 즐거운데 가슴이 움직이지 않는 자신이 싫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랬더니 낡은 비디오 테잎이 돌아가듯 초등학교 시절이 떠오르더군요.

학교 수돗가에서 어떤 소녀가 꽃병의 물을 갈아주던 것, 그리고 그 냄새까지 또렷하게 기억이 났습니다.

 

그리고는 아름다운것을 제대로 보고,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고 꽃과 화해를 하게 되었습니다.

세상과의 화해라고 하는게 더 맞을것입니다. 또다른 조우였습니다.

내가 만들어놓은 편협한 세상을 무너뜨리고 좀더 넓게 바라보게 된것입니다. 

 

 

 비우기 위해서 떠났는지, 떠났기에 비우게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문득 여행지에서 만난 무엇을 보고는 자신을 돌아볼수 있는 시간을 가진건 그곳이

이태리가 아닌 프랑스의 베니스였기 때문이라는 억지를 부려봅니다.

 

도시전체의 분위기가 일탈한 여행자를 자극하거나 흥분시키기 보다는 안온하게 감싸주었기 때문입니다.

호수에서 뻗어나간 운하와 거대한 알프스 산을 끼고 있는 안시는 그랬습니다.

 

지난날을 돌아보며 자신을 깊이 들여다 보다가 일상을 살아가는 주민들을 대하게 되었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었습니다. 삶을 일구어가고 있는 현장이었습니다.

 

 

치열한 삶의 현장이라는 느낌은 없습니다.   

 

 

                                                                             하지만 감자를 팔고,

 

                                                                           카라멜 묻힌 땅콩을 팔면서,

 

                                                                 각자 주어진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희노애락과 오욕칠정, 인간이 지니고 있는 그모든것들을 함께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안시의 주민들이지만 삶을 대하는 방식과 가치관은 다르겠지요.

 

까페 테라스에, 마치 치우지 않은듯 놓여진 한잔의 물과 양철 화분,

 

그리고 꽃집의 이층까지 장식하고 있는 안시 생활인들의 모습에서는

여유로움이 묻어있습니다.

 

그리고 바쁘게 걸음을 재촉하지도 않습니다.

 

안시를 안시라 부르기보다는 알프스의 베니스라 부르는건 여행자의 시선일것입니다.

어쩌면 그런 비유조차 적당하지 않다고 하는 안시주민들이 있을겁니다.

 

곧 허물어질듯한 옛 건물들이 운치있게 서있는 안시입니다.

어쩌면 그건 안시의 자존심이겠지요. 현대 문명에 야합하지 않고 그들의 고집을 간직하고 싶은~ 

하지만 그들은 고집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단지 풍길뿐입니다.

그건 사람의 향기겠지요.

버릴것과 지켜야될것을 아는,,

 

또한 분노하고, 기뻐하며, 아름다워하며, 미워할줄도 아는, 그건 삶의 대한 사랑입니다.

 

엄마가 된지 얼마되지 않은듯한 여인의 모습과,

 

점심 시간을 준비하고 있는 식당의 갸르송,

 

 

 부모님 식당을 도우는것일까요? 아님 아르바이트하는것일까요?

아무튼 매력적인 안시의 아가씨,

 

누군가에게 선사하기 위한것인지, 본인을 위해 산것일지 모를 꽃을 들고 가는 여인,

 

점심시간을 이용해 함께한 연인들,

 

집수리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안시의 일상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런 일상에는 어린자녀들을 데리고 인근 유럽에서 여행온이들이 어우러져 그날의 안시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여행자들마저 안시의 일상속에 조용히 묻혀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허리굽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오래전의 안시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겠지요.

                                                 세월의 무게가 그들의 허리를 누를때까지 안시와 함께 했겠지요.

 

                                                          그리고는 안시와 영원한 작별을 준비하고 있을겁니다.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는때가 언젠가는 올테니까요~~

 

안시에는 멋쟁이들이 많았습니다.

드러나지 않게 멋을 내는 이들에게서는 기품이 있습니다.

 

옷차림새와 표정이 어쩌면 살아온 그들의 삶을 대변해주고 있는지도 모를일입니다.

 

 

그들의 모습은 안시와 닮아있었습니다.

그들이 만들어간 안시인지, 안시가 그들을 만들어간건지는 따질 필요없습니다.

 

알프스의 베니스라 불리는 안시의 정취와 그속에 녹아있는 주민들의 삶과,

여행자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지금 이시간에도 각자의 처소에서,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간 여행자들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겁니다.

 

주말을 맞은 파리의 밤은 태풍이 온듯 심한 바람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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