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의 외침

파리에서 본, 도리만 강요하는듯한 한국사회

파리아줌마 2010. 10. 6. 07:48

상식보다는 도리만을 강요하는듯한 한국사회

 

존박 애국가 논란과 지하철 할머니 동영상을 통해본 한국 사회

 

오늘 저녁식사를 하고난뒤, 고 1 딸아이가

"엄마, 애국가가 뭐야? l'hymne national 이야?" 라고 물어옵니다.

 

올초 박재범의 2pm 영구탈퇴소식이 있을때 "엄마, 영구가 뭐야?"하고

물어올때와 똑같은 상황이었기에 단번에 존박의 애국가 논란을

인터넷에서 보았을줄 알았답니다.

 

엄마 : 응! 그거야, 애국가. 너 존박 관련기사봤구나?

 

존박의 팬인 딸: [한탄하며] 도대체 한국사람들 왜그러는거야? 정말 싫어.

 

엄마 :  그런거야. 그게 문제시되리란 것을 알았으면 존박이 조심했어야지.

          존박이 그런 한국 현실을 몰랐다면 몰랐다는 것만으로 이해되고 용서되는 세상이 아니야.

          모른게 잘못된게 되는거야.

          잘하고 잘못하고를 떠나 그게 현실인데 어떡하니?

          일단은 좋지 않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온전히 인정해야되지 않겠니?

          티끌 잡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비난거리를 주었기에 존박이 잘한것은 아니야.

          

[딸아이가 한쪽으로만 치우쳐서 생각할까봐 다른쪽 입장이 되어서 이야기했습니다.]

 

딸    : 아~~ 그래 !! 그행동이 거슬릴수는 있겠어, 하지만 그것 가지고 그렇게 인터넷에 이야기거리가

        되는것은 너무 아닌것 같아.

 

그리고 딸아이와 저는 한국인들의 애국심과 프랑스인들의 애국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이의 말에 의하면, 선진국이고 전세계에 잘 알려져있는 프랑스에는 한국인들 같은 애국심은 

없는것 같아 보인다고 합니다. 아이의 생각에 한국은 프랑스처럼 잘나지 못하기에 애국심이

더욱 강하게 발현되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열등의식이 애국심을 더욱 강하게 불러일으킨다는 것이죠.

 

오해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덧붙입니다.

아이가 한국사람들에게서 느낀 애국심은 작년 박재범의 이른바, 한국비하발언으로 인한 탈퇴와

존박의 애국가 논란을 보고 심어진 것입니다.

 

과연 그것이 제대로된 애국심일까?하고는 아이랑 고개를 갸우뚱거리는데,

남편이 인터넷으로 틀어놓은 한국뉴스에서 요즘 문제시되고 있는 <지하철 난투극> 동영상이 나오더군요.

 

듣기만 하다가 처음보았습니다. 그런데 <난투극>이라고 하면 서로 치고 받고 싸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동영상을 보니 아가씨가 일방적으로 할머니에게 당하고만 있더라고요. 저걸 어떻게 난투극이라고 이름을 붙였지? 싶었습니다. 동영상을 다보고난 뒤 딸아이, <으와!!프랑스라면 저할머니 바로 감옥가>라고 하더군요.

어느새와서 함께 보았던지 어린 둘째도 언니의 이야기에 강하게 동조를 하더니 어떻게된 일인지 물어왔습니다.

그리고 <프랑스에서는 있을수도 없는 일>이라며 큰아이는 씩씩대더군요.

 

더 웃기는것은 시민 인터뷰였습니다.

나이지긋한 분이 당당하게 "어른에게 어떻게 그럴수 있냐?"고 하고,

그다음은 젊고 아름다운 아가씨가 할머니 잘못을 이야기하고는 싶은데,

주저주저, 말한디하고 쉬고, 또한마디하고 쉬고 망설임이 아주 두드러졌습니다.

KBS 9시 뉴스였습니다.  한국방송 보는 사이트에는 MBC뉴스가 올라와 있지 않습니다.

 

뉴스에서본 동영상으로는 아가씨가 어른에게 어떻게 하는 것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바로 <지하철 패륜녀>라는 제목으로 동영상이 유포되었다가 정정된것으로 압니다.

노인들과 관련되면 앞뒤전후 사정없이 무조건, 일단은 <패륜녀>가 되나봅니다.

 

존박에게 애국심을 강요하고, 젊은이들에게 무조건 노인을 공경하라는 

도리에만 똘똘 뭉쳐져있는 한국사회같습니다. 도리만 내세우다 보면 상식은 온데간데 없어지겠지요. 

도리지키고 살면 좋은데, 상황에 따라 못지켜질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도리가 사람살아가는데 미덕이 되기 보다는 비난의 잣대로 쓰일때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상식이 있는 사람들은 이해해보려고 할것 같고요, 비난하고 싶은 사람은 도리를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버젓이 공공장소인 지하철에서 할머니가 나이많다는 것 하나만으로 아가씨의 머리채를 잡을수 있는지,,

어떻게 그런 것이 허용되어질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른에 대한 도리로 강제되고, 강요되어진 한국의 경로사상이 이렇게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요?

 

과연 그것들이 제대로된 애국심과 경로사상일까요?

 

프랑스인들에게서 느낀 애국심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2차대전때 나치정권을 도운 프랑스인의 재판은 90년대까지 계속되더군요.

이는 말로만 하고 누군가를 비난하며 지켜내는 애국심과는 다르겠지요.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피해끼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프랑스 노인들이 대부분이라는 것,

그런 노인들은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물론 한국에도 그런 노인들 많겠지요.

 

도리의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상식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