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의 외침

영화 강국인 프랑스에서본 최고은 작가의 죽음

파리아줌마 2011. 2. 11. 09:44

젊고 유망한 신인작가가 기가막힌 이유로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어느누구에게 도움 한번 받을수 없었던 그녀의 처지와

심정은 어떠했을까 싶은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세계 경제 순위 14위, IT강국, 그리고 대중문화인 한류가 동남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전파되어 자리잡아가고 있는 이시점에서 영화 시나리오

작가가 어떻게 굶어죽을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지나치게 슬프고 안타까우니 분노가 일어나더라고요.

어떻게 할수 없는 무기력함과 닥친 삶에 대한 강한 저항의식이 만들어낸

또다른 부정적인 감정입니다. 하지만 이같은 분노가 변화와 발전을 위한

자양분이 되기 위해서는 추스리고 조절해 나갈수 있어야 되겠지요.

 

파리에서 사는 한국인이라, 또한 젊은 시절에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해 옛날영화

상영하는 파리의 뒷골목을 친구들과 함께 뒤지고 다녔던적이 있기에 더욱 그녀의 죽음이 안타깝습니다.

프랑스에서라면 그녀가 그렇게 죽어갔겠는가하는 어이없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프랑스는 영화를 상업으로 보기보다는 문화예술로 보고 꾸준한 정부의 지원정책이 있어왔기 

때문입니다. 

 

자국 영화 보호의 강국인 프랑스

 

파리에서 마음껏 영화를 보러다니면서 느낀건 영화문화가 광범위하게 열려있는 것이었습니다.

흥행위주의 상업영화는 그나름으로, 그리고 예술성에 기반을 둔 영화는 그대로 프랑스 사회에서 자유롭게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요즘도 보통 일년에 두번 정도 기한을 정해 10유로 정도되는 영화관람료를 2,3유로로

영화관을 개방하는 행사를 합니다.

 

파리 시내에는 110개의 영화관에서 매일 330개의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데,

새로운것부터 옛날영화까지 다양합니다. 100년전에는 지금의 할리우드처럼 전세계 영화의 80-90%를

프랑스 영화가 휩쓸었지만 최근에는 미국영화에 밀려 국내 자국영화 점유율이 35%대에 그치고 있답니다.

하지만 그나마 이만한것도 오랫동안 다져온 자국영화 보호 정책 덕분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문화정책과 경제논리의 충돌은 모든 국가가 직면한 상황이고, 프랑스는 경제발전의 중요성만큼이나 자국문화예술의 보호정책은 정당한 것이라는 합의하에 시장개방과 문화적 다양성의 균형점을 찾고 있습니다. 오늘날 프랑스가 문화강국으로 남을수 있게 된것은 문화예술계 전문가 단체와 폭넓은 시민사회의 지지에 힘입어 자국문화보호를 위한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소르본 대학 근처의 옛날 영화 상영하는 영화관

 

프랑스 정부의 자국영화보호정책의 대표적인것으로는 방송사로 하여금 영화제작에 일정부분 투자하게 의무화한겁니다. 프랑스 TV는 뉴스가 끝난 저녁 9시부터는 영화를 방영합니다. 프랑스에서는 방송사가 방영하는 영화 중 60%는 유럽영화이고, 이중 40%는 불어로 촬영된 영화여야 한답니다.

 

무엇보다 정책의 핵심은 전 국민이 영화를 좋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며, 그것은 현재 제작중인 영화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극장지원, 해외배급, 어린이를 위한 영화제작, 학교 교육프로그램 계발 등과 맞닿아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개봉되는 영화의 입장권에는 10.6%의 특별부가세가 포함돼 프랑스 영화, 특히 독립영화의 제작,배급,상영을 지원합니다. 이로 인해 막강한 관객 동원력을 자랑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한 편의 성공은 곧 프랑스 영화 제작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신인감독, 극장 지원책

 

프랑스는 신인감독에게도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지원정책을 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젊고 재능있는 감독을 발굴해 적은 자본으로 장기간 수익을 올릴수 있는 작가영화의 전통과,

제작자가 맨손으로도 영화를 만들수 있는 제도적 특수성에 있답니다.

 

오래전,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퐁네프의 연인들> 영화 상영을 하루 앞두고 오페라 근처 영화관에서

감독인, 레오스 까락이 그간 만든 세편의 영화를 밤새도록 상영한다고 해서 영화공부하는 친구들과 함께 보러간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떠오르고 있던 신인감독이 만든 <퐁네프의 연인들>은 프랑스내에서 대대적인 홍보가 있었습니다. 허름한 잠바 차림의 레오스 까락이 어두운 영화 무대위로 홀로나와 잠시 인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한 지난해 작은 아이 학교에서 동네 영화관에 간다고 해서 아이들 안전을 위해 동행한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본 영화는 <까티아와 악어>라는 1966년 체코 흑백영화였습니다.

영화가 아주 좋았습니다. 60년대 체코 영화를 그렇게 빠져들어 볼수 있을지 몰랐습니다.

그리고는 과연 이런 영화를, 그것도 학교 상대로 단체 상영해서 어떻게 영화관을 유지할수 있나 의심스러웠는데

정부의 극장지원책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 나약한 인간의 삶이 시대환경적 상황과 맞물려 희생될수밖에 없는 슬픈 현실입니다.  

년전부터 우리사회에는 너무나 많은 죽음들이 있습니다. 연예인이 죽고, 영화작가가, 군인이,

그리고 전직대통령이 죽었습니다. 또한 소와 돼지, 가축들도 죽어갔습니다.

혹자는 이를 보고 <희망의 부재>라고 하더군요.

잃어버린 희망을 되찾는 날을 소망하며, 더이상 이런 희생은 없기를 멀리서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