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의 외침

한국의 여성문제는 문제삼지 말아야될것인가?

파리아줌마 2011. 3. 10. 08:58

이틀전인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었습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그날만 여성을 생각하며 위하고 나머지 날들은 그냥 지나쳐도 되는것인가? 그건 아닐겁니다. 어제 글에서도 밝혔지만 여성의 날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여성의 지위가 열악했다는 증거입니다. 이런 형식화된 날을 통해서 여성문제를 알리고 해결할수 있는 장을 만들어가자는 의미겠지요. 

프랑스 정부가 그리고 언론에서 여성의 날을 거론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발표하는 것을 보고는 한국은 어떤 분위기인가 싶어 찾아보았는데 별이야기가 없더군요. 한국노동총연맹에서 행사가 있었고,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있었다고 합니다.하지만 정작 여성의 문제를 해결해야 되는 정부에서는 어떠한 언급도 없었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럼 한국에서 여성은 어떠한 사회적 존재일까요? 예전에 비하자면 지위가 많이 높아졌다고 할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능력있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목소리가 커졌다고 사회내에서 여성의 문제가 해결된것은 아닐겁니다.

자본의 횡포는 여성들에게 한푼이라도 더벌어야겠다 싶어 알바라도 하게 만들고, 집에서는 어진 아내, 현명한 어머니를, 그리고 직장에서는 고분고분 일 잘하는 슈퍼우먼이 되기를 은연중에 강요하고 있고, 절반임금, 비정규노동으로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현실입니다.

정부는 구체적인 대책도 없이 저출산 운운하며 자녀 낳기를 권하고 있고, 미혼모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으로 아직도 해외로 입양되는 아이들이 있으며, 여자 연예인이 굴욕적인 성상납으로 자살을 택했고, 여성 영화 시나리오 작가가 굶어죽는 비참한 현실의 대한민국입니다.

세계 여성의 날이 고 장자연 성상납건이 다시 거론되는 시기와 맞물렸는데요, 이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다를것이 무엇인가 싶습니다. 여자의 성이 단순히 남성의 배설 수단과 노리갯감이 된것입니다. 그런데 이를 얼마나 여성문제로 바라보는지 모르겠습니다.

진보를 외치고 정의를 부르짖는 남성들에게서 느껴지는 모순이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은 남성들도 많겠지만 어떤 남성들은 여성문제에서 얼굴이 달라지는것을 보았습니다. 인간적인 존중보다는 열등하게 보고 있으며, 남성을 바쳐주어야 되는 다른 성으로 보고 있습니다. 구별이 아닌 차별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건 본인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은연중에 드러나서 여성들로 하여금 이율배반을 느끼게 합니다. 

보통 소수자는 동성애자나 장애인만 생각하고 있는듯한데 여성도 소수자입니다. 사회구석구석에 남녀불평등은 깊이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별로 문제삼지 않은것 같습니다. 어떠한 구체적인 문제제기도, 싸우려는 노력도 안보이는듯합니다. 더군다나 여성의 날이라는 형식을 이용할 생각조차 안하고 있습니다.

굳이 여성의 날이라고 왜 있어야되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그러면 평상시에 문제시 삼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지요? 그건 아닐겁니다. 

프랑스, <여성에게도 영혼이 있나>를 두고 논란??

오늘 고등학생인 큰아이에게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여성의 날에 수학 선생님이 프랑스에서 <여성에게도 영혼이 있냐>를 두고 논란이 되었던적이 있었는데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했답니다. 프랑스에서 여성이 사람 취급도 못받았다는것이지요. 하지만 지금은 정부가 나서서 남녀 불평등을 인식하고 해결해 나가려합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여러 험난한 과정을 거쳐왔겠지요. 대표적인것으로 68혁명을 들수있는데, 비록 성공한 혁명은 아니었지만 프랑스 여성들의 입지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역사속에서 여성은 억압받고, 무시당하고 착취되어왔습니다. 무엇보다 이를 온전히 인정하는것이 문제에 좀더 가까이 접근할수 있고, 해결할수 있는 방향으로 갈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은게 좋은거라는 이상한 미덕으로 우리는 문제시 삼으면 큰일나는 줄압니다. 시끄러우면 절대로 안되는줄 압니다. 그럴때 문제는 속에서 섞고 곪아갈것입니다. 겉으로 드러내는것을 두려워해서는 해결할수 없을겁니다. 

프랑스도 문제는 많지만 제가 이사회를 그나마 신뢰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면 가차없이 드러냅니다. 쉬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더러 정치권에서는 감추려고 하는데 기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정부에서 사찰을 지시하기도 했겠지요.

행복한 가정은 문제가 없는게 아니라 이를 인정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곳이겠고, 희망이 있고, 긍정적인 사회 또한 문제를 인식하고 함께 고쳐나가려고 하는곳일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