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가난한 자들의 궁이었던 15세기에 지어진 프랑스 병원

파리아줌마 2011. 7. 2. 10:09

파리에서 남쪽으로 250킬로 떨어진 부르고뉴 지방의 인구 2만 남짓의

본[BEAUNE]이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이곳은 부르고뉴 포도주의 최대

생산지이자, 15세기에 지어진 병원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아침에 안시[Annecy]를 떠나 제네바를 거쳐 늦은 오후에 본[Beaune]에

도착했습니다. 포도주로 유명한 곳이라, 포도주 지하 창고를 방문하고

싶었는데, 그곳은 오후 5시만 되면 문을 닫기에 방문하지 못했고,

아쉬운 마음을 부여잡고는 600여년전에 지어진 병원에 가보았답니다.

 

본은 아주 고풍스러운 도시였습니다. 그냥 무작정 옛스럽기만한,

무미 건조한 곳이었습니다. 그날 둘러본 본의 겉모습은

아직도 15세기를 살고 있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옛스러움은

마치 물과 공기처럼 큰 존재감은 없지만, 없으면 살아갈수없는

묘한 간절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건 어쩌면 도시 한가운데에 600년전에 병든이와 고아, 가난한 이들을 무료로 치료해 주었던 이른바,

<하나님의 호텔>인 병원이 우뚝자리하고 있어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나님의 호텔[ Hôtel-Dieu ]이라는 말의 기원은 7세기로 성지순례자들과 종교인들이 여행하던중 묵었던 곳이었는데, 점차 병원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프랑스에는 <하나님의 호텔>로 불리는 병원들이 있습니다.

 

                                                                                                                                                                    본[Beaune] 시내

 

                                                                                                                                                                    본[Beaune] 시내

 

여기가 15세기에 지어진 병원입니다.

1443년 이 지역 도지사였던 니꼴라 로랭 Nicolas Rolin]은 백년 전쟁으로 피폐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지역 주민들을 구제하기 위해  <가난한 자들의 궁, Un palais pour les 'pôvres'>를 착안하게 되어

1457년에 완공하게 됩니다. 

 

1452년 1월 1일부터 가난한자, 고아, 노약자,임산부등을 받아들여 무료로 치료했습니다.

니꼴라 롤랭은 1459년에 본 병원 수녀단을 창시해서 수도생활과 환자 간호를 병행하게

                            했다고 합니다.  수녀들은 몇세기를 이어져 내려오면서 환자들을 간호하며

                                                          병원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15세기부터 20세기까지 수녀들은 병자들을 치료했습니다.

병원에 대한 소문은 가난한자들 뿐만 아니라 귀족과 부르조아들에게도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부자들의 기증으로 병원은 더욱 증축되고 아름답게 장식되어 갔으며,

진정한 <가난한자들의 궁>이 되었습니다.

 

1971년에 병원은 현대식 시설을 갖춘 곳으로 옮겨지고 지금은 박물관이 되었습니다.

또한 여러 세기 동안 61 헥타르의 포도밭을 경작하며, 병원에서는 1859년부터 매년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도주 경매를 하고 있습니다. 

 

병원안으로 들어가 보고는 화려한 겉모습에 조금 놀랐습니다. 니꼴라 롤랭이 벨기에의 플랑드르에 머물때 그쪽의 건축양식에 영감을 얻어 장식한것이라고 합니다. 고딕 양식의 외관과 함께 이병원은 당시, 중세 부르귀뇽 지방의 보물 같은곳이었답니다. 다채색의 지붕은 중부 유럽에서 영향을 받은것이고요, 이런 양식은 그이후 이 지방의 전형적이고, 전통적인 양식으로 퍼져나갔다고 합니다.

 

병원 마당 한가운데에는 우물이 있습니다.  

 

 

병원 내부에 들어가 보고 즐비해있는 침대를 보니 마치 예전에 봤던 영화가 생각나더군요.

주로 2차대전을 주제로 한 영화에서 이런 거대한 병실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한참전인 15세기에 지은 병원이라는거지요.

 

늦은 오후 햇살을 받은 크나큰 병실의 모습이 야릇하게 다가왔습니다. 

 

예전에는 중간에 환자들이 식사하는 테이블이 있었다고 합니다.

 

환자를 간호하는 수녀 마네킹

 

 

                                                   십자가와 병자들의 침대가 장엄하면서도 처연하게 다가옵니다.

 

 

병실 끝에 있는 예배당입니다.

수녀들이 환자들을 간호하는것처럼,

이는 병원이 가지는 종교와 의학사이의 상징적인 관계를 보여주는것이겠지요.

 

이곳은 saint-hugues방으로 1645년에 지어져서 가벼운 상태의 병자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sainte-anne방, 침대가 4개만 있습니다.

 

Saint-Nicolas 방으로 중환자들이 있었던 곳인데,

지금은 포도밭과 병원 역사를 전시하는 공간으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saint-nicolas 방

 

                                                                                                                                                                      saint-nicolas 방

 

여긴 부엌입니다.

 

 

 

 

                                                                                                                                                                                   약방

 

                                                                                                                                                                                      약방

 

문이 굳게 닫힌 포도주 지하 창고...

포도주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부르고뉴 산은 보르도산에 비해 빛깔이 옅습니다.

                                                       그래서 순할것 같은데요...

                                    프랑스에 오래 살았어도 포도주와는 친하게 지내지 못했습니다.

                                                  한때 가까와지려다가 다시 멀어졌답니다.

 

 

포도주  매장

 

포도주 매장

 

병원을 보고 나오니 이런 차가~~

 

소박하게 고풍스런 본의 풍경을 담아보았습니다.

 

 

 

 

본에 들렀다가 저녁 7시가 지나서야 파리로 향했습니다.

집으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보았던 성을 줌으로 힘껏 잡아당겨 보았습니다.

 

이 포스팅을 작성하며 계속 떠오르는 단어가 <노블레스 오블리제>였습니다. 

귀족과 부자들이 가난한 자들과 함께 사는 사회에 행하는 의무,,

그옛날부터 이런 것들이 모이고 쌓여 오늘날 노동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힘없고 가난한 자들을 제도적으로 도우는 복지국가, 프랑스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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