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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아이들이 나를 부르는 호칭에 당황

파리아줌마 2012. 2. 3. 07:41

보통 우리나라 여성들이 결혼하고 자녀를 갖게 되면 이름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구의 부인, 혹은 안사람, 거기다가 집사람까지,

그리고 결정적인것은 큰 아이의 이름을 넣어 ㅇㅇ 엄마로 불리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외국에서 살아도 크게 다른건 없습니다. 저또한 다른 한국인 엄마를

부를때 누구엄마~ 하고 부르곤 하죠. 남편이나 저 또한 큰 아이의 이름을 

넣어 누구엄마, 누구아빠하고 부르곤 합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어떤 이가 저의 이름을 불러주면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더 이상 누구의 엄마나 아내가 아닌 내가 된 느낌에 살짝~ 설레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약간 친해진 프랑스인들은 저의 이름을 불러줍니다. 

발음하기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에언뇽[언영]~이라고 나름 정확하게 부릅니다.

 

우리는 예로부터 어른과 아이, 그리고 남녀 관계에 있어서 호칭을 중요시 여겼던 것 같습니다.

윗사람과 아랫 사람, 그리고 사회적인 서열등의 차이를 명확하게 하려는 의도였겠지요. 그러다 보니 호칭으로

인해 얽힌 오해들도 많은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서구 국가들을 그런 것들에 대한 명확한 잣대를 두지 않지요. 그사람의 이름 하나만 있으면 위아래 구분없이 호칭이 됩니다.

 

영어에서 보면, 할아버지나 아이나 존대없이 모두 YOU 하나로 통하지요. 프랑스어에는 VOUS와 TU로 구분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VOUS를 쓸때는 존대보다는 다수의 의미, 혹은 잘 모르는 사람에게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언니, 오빠, 형, 동생이라는 단어는 남에게 이야기할때만 사용하고, 집에서는 구분없이 이름만 부르더군요.

처음에 프랑스 생활을 시작하면서 그런 것들이 생소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워낙 보수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던터라 참 위계 질서 엉망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중요한것은 호칭보다는 마음가짐이겠지요.

 

제가 젊었을때는 프랑스인들이 마드무와젤이라고 불렀고, 결혼하고 나서는 마담이라는 호칭을 자주 들었습니다. 그런데 겨우, 여덟 아홉살쯤 되어 보이는 프랑스 아이들이 저를 마담, 마담~이라고 부르는데 처음에는 당황스럽더군요. 나이든 이들이나, 어린 아이들이 저를 부르는 호칭이 똑 같은것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아줌마~하고 불렀을뿐인데도 어른이 사용하는 호칭과 구분이 없으니 기분이 묘하더군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학생때 베이비 시터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한불 가정의 유치원생 자녀였는데, 아이가 엄마를 지칭하면서 엄마라 하지 않고, 미란~이라고 합니다. 전에 아이를 돌보던 유학생이 엄마 이름을 부른다고 한소리 하더군요. 아이는 아빠가 엄마를 부르는 호칭을 듣고 그대로 따라한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한국인이 보았을때 이상할뿐이지 여기 아이들은 엄마나 아빠 이름을 지칭하는게 어색하지 않은것 같더군요.

 

매주 화요일에 작은 아이를 무용학교에 픽업해주는 프랑스인 사빈의 딸, 알리스는 초등학교 2학년입니다.

지난 화요일은 중요한 회의가 있어 제가 맡았습니다. 처음으로 알리스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 아이 말끝마다 언영~이라고 합니다. 

 

봉쥬르, 언영~

언영, 추워?

고마워, 언영~ 

 

기분이 살짝~묘했지만 이젠 적응이 되어 저의 정체성을 물씬~ 느끼게 해준 알리스가 귀엽기만 했습니다.

 

그날 저녁 아이들에게 엄마 이름 부르는것에 대해 어떤지 물으니 큰 아이는 그건 도저히 안된다고 하더군요.

작은 아이는 큰 아이에게 불어로 말을 해도 언니~하고 불러놓고는 조잘대더군요.

 

호칭 하나에도 문화의 차이로 처음에는 당황했다가 이젠 적응된 파리의 한국 아줌마 이야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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