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델란드의 미니어쳐 마을, 마뒤로담[Madurodam]에서
네델란드 헤이그에서 첫날, 남편은 일 보러가고 저희들은 민박집
아주머니가 권해준 미니어쳐 마을인, 마뒤로담[madurodam]에
가보았습니다. 워낙 꼼꼼하게 약도를 그려주셔서 어렵지 않게 찾을수
있었습니다.
헤이그역에서 약간 헤매기는 했지만, 어린 둘째가 눈썰미있게 전동차
번호를 확인해서는 바로 탈수 있었지요.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모토로
살아갔었는데 엄마가 되니 자식들 좋은 곳 귀경시켜 견문 넓혀주고
싶은 마음에 요즘은 어디간다면 발벗고 나섭니다. 사람은 안변한다고는
하지만 더러 아쉬운 마음이 생기면 변하기도 하는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블로그에 포스팅할 야심찬 목적도 있었습니다.
그날 헤이그의 아침은 무척 쌀쌀했습니다.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자주, 거의 이용하는 네델란드인들이라 자전거 양쪽에는 커다란 가방들이 매달려있었습니다. 귀에 들리는 화란어는 <야~>하는 소리뿐이었습니다. 아마 예스라는 뜻인듯 했습니다.
미지에 대한 낯설음과 생소함은 여행자에게는 설레는 호기심으로 바뀌게 됩니다. 만나는 사람들, 눈에 들어오는 건물들이 꽤 무거운 분위기였지만 운치 있었습니다. 북유럽의 특징인듯합니다.
그리 세련되지 않은, 동구권의 필이 나는 전동차를 타고 마뒤로담에 도착했습니다.
마뒤로담은 1952년에 세워졌다고 합니다.
조르쥬 마뒤로[George Maduro]라는 레지스탕스의 영웅을 기리기 위해 지어진곳이라고 합니다.
그는 1945년 Dachau라는 집단수용소에 사망했다고 합니다.
20세기 유럽역사는 2차대전과 동떨어질수 없습니다.
유럽 구석구석에 나치에 저항해 자유를 위해 싸우다 죽어간 레지스탕스들의 혼이 깃들여져있지요.
이곳도 그런것들중의 하나였습니다.
조르쥬 마뒤로의 부모님은 아들의 죽음을 기리면서 자선 사업을 할 목적으로
이곳에 재정적인 투자를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의 이름을 본따 마뒤로담이라고 했나봅니다.
<큰사람들을 위한 가장 작은 마을>이라고 소개된 프랑스어 안내서를 보니,
1만8천 제곱평방미터의 대지에 6만6천명의 주민들[인형들이겠지요~],
13개의 기차, 4천5백4십2개의 자동차와 트럭, 40개의 배 등등,,
숫자로 소개를 해놓았더라고요.
그리고 35명의 모형 전문가들이 만들었다고 합니다.
큰 사람들을 위한 가장 작은 마을, 마뒤로담을 보며, <걸리버여행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누구나 어린 시절 <걸리버여행기>를 보며 상상의 날개를 한번쯤은 펼쳐보았을겁니다.
소인이 되기도 하고, 거인이 되기도 하는 <걸리버여행기>를 보며 미지에 대한 무한한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와 비슷하게 손가락 마디만한 요정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영화가 소개되기도 했었지요,
그런 영화는 주로 성탄절 특집영화로 티비에서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린시절 그런류의 영화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파리에 있는 디즈니 랜드를 가보고, 네델란드의 미니어쳐 마을인 마뒤로담을 가보아도 좋아하는 이들은 아이보다는 어른들입니다. 지나온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가 고단한 일상에서 벗어나서 여행을 하며 자극받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역시 미니어쳐 마을이라는 소리에 바로 가볼 결정을 내렸지요.
걸리버처럼 거인국에 가서 소인이 되는것은 별로입니다.
소인국에서 거인이 되어 앙증맞고 정교한 건물들을 바로 보면서 즐기는게 훨씬 좋은것 같습니다.
그래야지만 네델란드를 한눈에 볼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 넓지 않은 네델란드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다 볼수는 없을겁니다.
소인국에 온 걸리버가 되어 물과의 싸움에서 이겨내고 오늘날 유럽에서 알부자가 된 네델란드를
한번 다녀보겠습니다. 비록 짝퉁[?] 미니어쳐이지만요~
마뒤로담에 들어서자 마자 어린 둘째는 너무 재미있다며 신나게 다닙니다.
네델란드, 마뒤로담
각건물마다 번호가 있어 안내책자에 장소가 설명되어져 있는데,
번호가 사진에 나오지 않거나 안내 책자에 제가 찍은 사진이
없으면 어딘지 모르기에 그냥 통과합니다.
조르쥬 마뒤로의 기념비와 그가 태어난 집이랍니다.
성과 고건물들이 즐비해있는 네델란드는 아주 아름다웠습니다.
암스테르담인듯합니다
네델란드, 마뒤로담
오른쪽에 위뚝솟아 있는 건물은 위트레흐트에 있는 돔[dom]인데,
실제로 건축하는데 61년에 걸려,1382년에 완공되었답니다.
이곳 마뒤로담에서 모형 만드는데는 10개월이 걸렸다고요.
실제와 모형을 비교해서 이야기 하니 좀 묘합니다.
네델란드. 마뒤로담
미델부르그에 있는 Kuiperspoort거리
제법 쌀쌀했지만 미니어쳐들을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비가 후두둑 내리기 시작합니다.
어디 들어갈 생각지도 않고 비를 맞으며 열심히 구경했답니다.
비까지 맞으며 구경하다 보니 꽤 추위가 느껴지길래 기념품 파는곳에 몸을 녹이기 위해 들어갔습니다.
일단 진한 엑스프레소를 자판기에서 뽑아 마셨습니다.
커다란 음료수 종이 컵 밑에 깔린 농축된 소량의 엑스프레소 맛은,
자동판매기임에도 불구하며 꽤~ 괜찮았습니다.
아이들이 이것 저것 사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계산을 하려고 보니 아무리 가방을 뒤져도 지갑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여러번 뒤적여도 없습니다. 그럴리가 없을텐데,,
누가 스쳐 지나간 기억도 없고요,
그런데 지갑이 없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외국에서 신용카드 도난 신고할 일과 여러 증명카드들은 어떻게
재발급 받을지 아찔해지더군요. 그리고 앞으로 여행 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것도 같고요.
함께 당황해서 찾고 있던 큰아이가 엄마~하고 소리 칩니다.
알고보니 옆구리에 지갑을 끼고 있었던 것입니다.
커피 마시느라 동전 꺼내고는 계속 옆구리에 끼고 있었던것~
다행이라 싶었지만 서글퍼졌습니다.
30대만 되어도 여행중의 에피소드로 웃고 넘겼을 일인데 말입니다.
정신이 한번씩 집을 나갈때가 있습니다.
적어도 의식의 꼬리를 부여잡고 있어야될텐데요~~
유명한 알크마르 치즈 시장입니다.
네델란드, 마뒤로담
스페인어를 쓰는 저 모녀는 미키 마우스 인형을 가지고 와서 연신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미키인형도 마뒤로담에서는 거대 인형이 되어 버리네요.
놀이공원인데요, 10상팀[150원]을 넣으면 놀이기구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갑니다.
물위에 떠있는듯한 저 멋진 성은??~~
암스테르담
마케트가 정말 정교하더라고요. 물론 그래야만 되겠지만요.
앙증맞고 예쁜 네델란드 건물들에 빠져 사진을 찍다보니 너무 개념없이 촬영을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둘째를 등장시켜 모형이 얼마나 작고 정교하게 만들어졌는지 비교하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답니다.
그리고 어떤곳인지 알기 위해 번호를 집어넣었죠.
와게닝겐의 De Wered관,
이곳은 1945년 5월 항복 문서조항에 서명을 한곳이라고 합니다.
그로닝겐의 중앙역
레이드에 있는 De valk 풍차
네델란드, 마뒤로담
1749년 첫항해에서 난파된 인도 오리엔탈 선박을 복사한 De Amsterdame
암스테르담 공항에 대한항공과 네델란드 항공이 나란히 있었습니다.
암스테르담, dam 광장에 있는 왕궁
이곳은 1907년 만국평화박람회가 열렸던 헤이그의 비넨호프입니다.
그해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고발하기 위해 고종의 특사로 파견된 이준, 이상설, 이위종 열사가
일본의 방해로 박람회에 참석하지 못하고 눈물을 머금고 돌아서야만 했던
가슴 아픈 역사가 깃들여져 있는곳입니다.
네델란드, 마뒤로담
네델란드, 마뒤로담
레이첸담에 있는 풍차마을
비록 미니어쳐로 네델란드를 한눈에 보았지만,
모두 섭렵하지는 못했습니다.
워낙 넓었고, 하나하나 지명을 알아가며 자세히 볼려면 시간이 꽤 소요되는듯했습니다.
하지만 한쪽에는 옛성과 건물들이 있었고, 다른쪽에는 현대의 네델란드를 조화있게 꾸며놓았습니다.
걸리버가 된듯한 착각을 하며 소인국[?] 네델란드를 볼수 있었던 마뒤로담이었습니다.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포스팅이 마음에 드신다면 손가락 모양의 추천을 눌러주세요. 로그인 필요없답니다.^^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런던의 데모캠프에서 본 독도는 한국땅 (0) | 2011.09.01 |
---|---|
라인강의 기적을 일으켰던 독일 탄광 박물관에서 (0) | 2011.08.20 |
네델란드 풍차마을에서 역경을 이겨내는 지혜를 배우다 (0) | 2011.08.06 |
사람들은 왜 브뤼셀의 오줌싸개소년 동상에 열광하는가? (0) | 2011.07.30 |
브뤼셀에 있는 144년된 정통 와플집에 가보니 (0) | 2011.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