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국회광장의 데모캠프에서 본 <남북 통일과 독도는 한국땅>
런던을 다녀왔습니다. 깔레[Calais]에서 차를 배에 싣고 도버 해협을 건너
영국에 도착해서는 런던의 외곽지역이자 한인타운이 형성되어 있는
뉴몰든에 숙소를 잡고는 이번에 런던을 섭렵하리라는 야심찬 목표를
가졌더랬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부터 비가 오더군요.
항상 그렇듯이 남편은 일보러 가고, 아이들과 뉴몰든에서 기차를 타고
워터루역에 도착해 런던을 여행하려고 했습니다. 분명히 투어버스가
있다고 했는데 못찾았습니다. 그래서 역직원에게 딸아이와 함께 서투른
영어로 물어보니 웨스트민스터 사원까지 걸어가도 된다고 하면서 지도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역직원이 생각하는 도보 가능한 구간과 제가 생각하는 도보거리와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아마 비가 오지 않았다면 좋다며 신나게 걸었겠지만, 비오는 런던 거리를 작은 아이와 함께 좁은 우산을 받쳐들고, 바지가랑이 젖어가면서 걷기에는 너무 멀었고, 그리 낭만적이지만은 않더군요. 더군다나 쌀쌀하기까지한 날씨에는요~~
하지만 할것은 다했습니다. 중간에 테임즈강에 거대하게 서있는 런던 아이[London Eye]를 타고 비 내리는 을씨년스런 런던을 내려다 보기도 했습니다.
런던 아이에서 내려 빅벤쪽으로 오니 관광객들이 비오는 와중에도 열심히 기념 촬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간 말로만 듣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쪽으로 가보니 케이트와 윌리암 왕자의 결혼식 사진이 게시판에 붙어있더라고요. 알고보니 지난 4월 윌리암 왕자의 결혼식을 이곳에서 했다고 합니다.
국회광장의 데모캠프에 있는 한반도 평화와 독도는 한국땅이라는 메시지
테임즈 강을 향해 거대하게 서있는 빅벤의 뒷쪽이자 웨스트민스터 사원이 있는 길 중간에 그리 크지 않은 광장 둘레에 텐트들이 즐비하게 쳐져 있고, 여러 구호들이 쓰여진 현수막들이 눈이 들어왔습니다. <이라크가 어쩌구, 그리고 죽음이 어쩌구>하는 것으로 보아 어떤 시위의 목적을 가진 공간이라는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한참을 들여다 보고는 길을 건너 사원쪽으로 향하는데 바로 갑자기 <남북통일>이라는 한글이 눈에 들어옵니다. 굵은 검은색 글귀라 너무 선연해서 마치 혈서를 쓴듯한 느낌마저 들더군요. 웨스트민스터 사원 바로 맞은편에, 그것도 중간지점에 있는 글귀와 태극기가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띄었습니다.
국회광장에 있는 데모캠프
<남북통일>과 <독도는 한국바다>라는 글귀가 <평화>라는 영어문구와
함께 태극기들과 함께 어우려져 있었습니다.
데모캠프에 있는 어떤 문구보다 눈이 띄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관광객인듯한 어떤 여인은 눈길을 주고는 <코리안시[Korean Sea]>라고 중얼거리며 지나갔고,
사원 앞에 모인 어떤 젊은이들은 데모 캠프쪽으로 바라보고는 <썸팅 어바우트 투 코리안[something about to korean]>이라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아마 영어에 조금만 자신이 있었다면, 그 <썸팅>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았을겁니다.
빅벤이 있는 국회의사당앞 국회광장에 있는 데모캠프
런던 웨스트민스트 사원앞
웨스트민스터 사원앞
런던을 찾는 관광객들이라면 꼭한번은 찾는 빅벤이 있고, 오랜 전통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앞에 있는
데모캠프의 <독도는 한국바다>라는 메시지의 홍보 효과는 만만치 않은것 같았습니다.
더군다나 데모 캠프가 있는 국회광장에는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워온 넬슨 만델라와
처칠 수상의 동상이 있는 상징적인곳입니다.
그곳에 아직은 분단국가이자, 일본과 독도 영유권 문제로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우리나라를 위한 평화의 메시지가 강하게 있었습니다.
누가 이런 메시지를 남겨놓았는지 궁금해집니다.
분명 한국사람이 글을 쓰고, 태극기를 붙여놓았겠지요.
아마 통일에 대한 간절함과 독도는 한국땅이라는 강한 확신을 가지고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었을겁니다.
제가 파리의 케이팝 관련 포스팅을 하면 <한류팬들에게 독도는 우리나라 땅>이라고 알려주었으면
좋겠다는 댓글을 남겨놓은 분들이 있었습니다.그분들의 마음을 어떤지 모르지 않지요. 저 또한 안타까웠습니다.
얼마전 일본 국회의원들이 독도를 방문하고자 했을때 우리를 우습게 본 처사라고 분노하기도 했었습니다.
우리가 풀어야할 문제지만 세계에 알리는 일도 중요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이번 런던 여행에서 독도 메시지를 보고는 반가웠습니다.
런던 국회광장의 데모캠프
그날 숙소로 돌아와 동포언론지를 뒤적이다가 공교롭게도 어떤 칼럼을 접할수 있었습니다.
더 한인 헤랄드[The hanin Herald]지에 최동훈씨가 쓴 글을 보고는
이곳을 <데모캠프>라고 부른다는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그 칼럼에 의하면, 이곳은 2001년 이라크 전쟁에 대한 영국외교정책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벌이기 시작한
브라이언 호[Brian Haw, 1949-2011]에 의해 세워졌다고 합니다.
배지가 빼곡히 달린 빛바랜 낚시모자가 트레이드마크였던 브라이언 호는 끈질기고 외로운 투쟁속에서
어느덧 반전 평화운동가가 되었답니다.
그러나 그를 못마땅하게 여겼던 토니블레어의 노동당 정부는 2006년 그의 데모캠프를 강제철거했답니다.
런던 국회광장의 데모캠프
강제로 철거된 브라이언 호의 데모캠프는 마크 윌링거[1959- ]라는 미술가에 의해 스테이트 브리튼 미술관에 재연되었다고 합니다. 반전 평화를 부르짖은 데모캠프가 하나의 예술이 된것입니다.
이에 최동훈씨는 <브라이언 호라는 전직 목수가 반항할수 있는 현대인들의 자유를 선도적으로 보여주었다면,마크 윌링거라는 미술가는 자유를 방해하는 제도의 허구성까지 보여줌으로서 미술의 통찰력을 더 높은곳으로 끌어올린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미술도 인간의 일이라 세계 곳곳에서 신음하고 있는 약자들을 알리는 일을 외면할수는 없겠지요. 불평등하고 부정한 세상을 향해 가지는 미술가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할수 있을겁니다.
지난 6월 암으로 세상을 떠난 브라이언호는 저기 앉아서 인권과 정의를 부르짖는 이들의 우상이 되었습니다.
칼럼을 읽고나니, 왜 젊은이들이 모여 데모캠프를 눈여겨 보고 한국에 대해 관심 가졌는지 알수 있었습니다.
아마 영국, 혹은 영국을 찾는 전세계의 젊은이들은 이곳의 유래와 의미를 알고 있을것 같습니다.
이런 뜻깊은 곳에서 접한 <남북 통일과 독도는 한국땅>이라는 메시지는 더욱 강하게 와닿더군요.
런던이라는 도시에 매력을 느끼게 된 하나의 계기였습니다.
오는길에 노르망디를 거치면서 독도 문제를 알고 있는 어떤 프랑스인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는 일단은 유엔 같은 국제 사회에서 해결하는 문제라고 하고는,
일본쪽 이야기 들으면 일본이 맞고, 한국쪽 이야기 들으면 한국인이 맞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자신은 외부에서 바라볼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그로서는 그럴수밖에 없겠지요.
감사합니다.
포스팅이 마음에 드신다면 손가락 모양의 추천을 눌러주세요. 로그인 필요없습니다.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런던 아이[London Eye]를 타고는 고소공포에 떨다 (0) | 2011.09.10 |
---|---|
런던에서 밀랍으로 만든 세계 유명인들을 만나다 (0) | 2011.09.03 |
라인강의 기적을 일으켰던 독일 탄광 박물관에서 (0) | 2011.08.20 |
걸리버가 된것 같은 네델란드의 미니어쳐 마을에서 (0) | 2011.08.13 |
네델란드 풍차마을에서 역경을 이겨내는 지혜를 배우다 (0) | 2011.0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