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딸의 생일 선물

파리아줌마 2008. 1. 9. 07:31

 

 

2006년 크리스마스 방학때 시부모님 팔순잔치가 있어 6년만에 한국을 다녀올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2주밖에 안되는 방학이어서 남편과 큰딸은 2주만에 파리로 오고 나와 둘째는 1주를 더 머물다가 왔다.

개학을 앞두고 파리로 다시 떠나는 남편과 딸을 마중하기 위해 인천 공항에 온 나의 오빠이자, 내 딸의 외삼촌은 조카에게 용돈으로 100유로[14만원]를 환전하여 건네는 모습을 봤다.

 

그리고 2007년이 시작되어 2달 정도가 지난 어느날, 외삼촌에게서 받은 100유로의 행방은 어디갔는지 모를 느낌을 딸에게서 진하게 받았다.

어느정도는 학교 마치고 친구들이랑 감자 튀김 사먹고, 사탕 사먹었으리라 생각은 했지만 너무 빨리 없어진 것 같았다.

경제 관념이 어릴때부터 이렇게 희박하면 안되는데 등, 온갖 근심이 엄마의 머리를 사로 잡길래 딸에게 물었다. 딸은 며칠 뒤면 알게 되거라는 묘한 멘트를 던졌다

 

일단 마음을 접고 며칠이 지난 어느날 아침 잠을 깨고 나와보니 식탁에 화장품 전문매장 쇼핑백과 그속에 곱게 포장된 사각의 무언가가 있었다. 열어볼 생각도 않고 드는 생각은 어제밤 모임이 있었던 남편이 그쪽에서 선물로 준 것인가? 무언가 이상은 했지만 별거 아니겠지 하며 옆쪽으로 던져놓았다.

 

늦잠에서 깨어난 딸의 첫마디 "내가 그돈 어디다 썼는지 이제 알았지?"였다.

그순간 모든게 이해가 되면서 "큰일났다" 싶었다.

 

감동과 당황스러움이 교차되면서 나는 어쩔줄 몰라하면서 얼른 포장지를 풀어보니 크리스챤 디올 아이 크림이었다.

 

"어머나 세상에 유진아" 눈물 찔금 찔금 거리며 딸의 뺨에 마구 입을 맞추었다.

그날은 내 생일이었다.

 

전혀 눈치 못챈 제대로된 생일 선물이었다.

이 엄마가 좀 미련하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도 있었으나 정말 감동이었고 감사했다.

 

학교 마치자 말자 나에게 눈치채지 않게 하려고 빨리 달려가서 고르느라 힘들었다고 말하는 딸이 한없이 소중했다.

 

둘째 딸의 생일과 나의 생일은 이틀 간격으로 있다.

형제간의 우애를 위해서라도 동생 생일에 간단한 사탕하나라도 챙기는 습관을 심어주고 싶어 이야기했었는데, 유진은 이런 엄마의 마음을 더 크게 헤아려 엄마의 생일 선물까지 챙겼다.

 

딸에게서 처음 받아보는 생일 선물이었다. 

 

살면서 큰딸 유진이로 인해 감동 받는 일들이 자주 생긴다.

유진이가 태어나고 난뒤 출생과 육아에 대한 기쁨 보다는 어려움을 더 많이 호소하면서 지냈다.

철없는 엄마의 시행착오속에서 자란 유진이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에게 이렇게 감동 주는 딸로 자라난 것에 너무 감사한다.

 

오늘도 주님의 귀한 자녀로 잘 키울 것을 다지며 지혜를 간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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