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산책

로댕 박물관에서 꺄미유 끌로델을 회상하다

파리아줌마 2009. 2. 28. 05:44

지난해 12월 조카 덕분에 로댕 박물관을 오래간만에 가보았답니다.

블로그를 하며 다른 어느 박물관보다 다녀와서 사진올리고 싶어하던 곳이었는데, 이런 기회에 가게 되었네요.

별예정 없이 주일 예배 마치고 늦은 시간에도 방문할수 있는 박물관 찾다가 간 곳이라, 디카 준비할 겨를도 없이 나섰습니다.

방문객들이 많아 바깥에서 꽤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날씨가 얼마나 춥던지요,,,,

그래도 간만에 다시 로댕과 까미유 끌로델을 접할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릴수 있었습니다.

 

폰카로 찍어 사진이 영마음에 안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려봅니다.

 

               

"지옥의 문" 입니다. 박물관 정원에 있습니다.                                      멀리"깔레의 시민들"이 보입니다.

 

 

                 

                                                                                                로댕의 조각중 가장 유명한 "입맞춤"입니다.

 

                                              

 

 

 

                

이건 로댕의 애인이었던 까미유 끌로델 작품, "중년"입니다.

그녀의 작품을 대하니 마음이 짠~해집니다.

한남자를 가운데 두고 왼쪽에는 나이있는 여자가,, 오른쪽에는 젊은 여자가 서로 끌어 당기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두 작품입니다.

남자는 나이든 여성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이는 바로 로댕과 그의 아내와 꺄미유 끌로델을 묘사한 것입니다.

 

예전에 프랑스 영화 "까미유 끌로델"을 본적이 있습니다.

로댕역으로는 제라르 드 빠르듀, 까미유 끌로델역으로는 이사벨 아자니가 열연한 영화인데..

그때가 아마 90년대 초반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영화가 나오고 로댕 박물관에서는 까미유 끌로델 작품들 특별전이 있었습니다.  

 

로댕은 43살, 꺄미유는 19살때, 이미 로댕이 조각가로서 명성을 날리고 있을무렵 그의 모델로, 제자로 그들은 만났습니다. 10년동안 서로 사랑했었고, 아내를 떠날수 없었던 로댕은 꺄미유의 결혼 요구를 들어줄수 없었지요. 그외에도 꺄미유에게는 로댕이 모든 것을 바친 첫사랑이었지만 로댕의 여성편력은 심했다고 합니다.

 

로댕은 천재적인 예술 영감을 타고난 그의 연인, 꺄미유에 대해 점점 불안감과 부담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그에게 꺄미유의 작품을 표절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보일 정도로 그녀의 예술성은 뛰어났습니다.

 

사회적인 지위와 명성이 중요했던 로댕은 꺄미유를 버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의 뛰어난 작품을 전시하고자 했을때 압력을 행사하여 방해했습니다.

 

로댕의 그늘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한 그녀는 한동안 열심히 작품 활동을 했으나,

이미 사생활이 노출된 여류 조각가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그녀의 예술성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고,

로댕의 방해는 계속되었습니다.

꺄미유는 "로댕이 나의 재능을 두려워해 나를 죽이려한다."며 강박증에 시달렸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의지하고 좋아했던 남동생, 시인, 폴 끌로델이 중국으로 떠난이후 심한 외로움과 고독속에서

그녀의 작품들을 부숴버리며 폐인 같은 생활을 하다 가족들에 의해 정신병원으로 옮겨져 30년 동안 감금되었다가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단순히 사랑에 대한 배신만으로 사람이 이렇게 망가져 버릴수는 없겠지요,,

한남자를 사랑했던 여자로서의 무너진 자존심과 더불어 그녀가 소중히 여겼던 일, 조각가로서 최소한의

존중도 받지 못하는 상황속에서 인간적인 모욕감에 몸서리 쳤을 것 같습니다.  

 

이세상을 살다보면 나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나를 중심으로 행해지는 일들을 만납니다.

나의 실수와 부족함이었다면 돌아보고 고쳐나가야 되겠지만,,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이 타인에 의해,,그것도 그의 입지에 위협을 느끼고, 사회적인 힘까지 동원해

방해하려든다면 견디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것도 모든 것을 다 바쳐 사랑했던 사람이 주역이 되어 그녀에게 돌을 던질때는 그 사랑과 배신으로 인한

애증은 한 인간을 벼랑끝으로 내몰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듭니다.

여성의 천재적인 예술성이 인정받지 못했던 그당시의 사회상을 탓할 수도 있겠으나, 

어떤 여성을 사랑한 남성의 입장에서,. 그리고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주어야할 스승의 입장에서

로댕은 비겁했습니다.

 

 

정신병원에서 그녀가 동생에게 보낸 편지 내용을 보면, 그녀의 "작품들을 찾아서 모아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그리고 절대로 그것을 로댕에게 보여주어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그녀는 강박증에 시달렸을 뿐이지 정신병에 걸린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로댕이 그녀가 정신병원에서 나오는 것을 계속적으로 방해했다는 설도 있고요,,

정신이 멀쩡한 상태에서 30년간 정신병원에 있었던 그녀의 고통이 절절히 전해져 오는 것 같습니다.

 

20대 후반에 "꺄미유 끌로델" 영화를 보고는 "세상과 타협할수 없었던 어떤 여자"였다고 함부로 판단했었는데,

40대에 접어든 지금은, 그녀는 세상과의 타협에 가치를 두지 않았던 예술가였던 것 같습니다. ,,, 

어느 누구보다 스스로에게 아주 솔직하고 정직했던 여자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세상과 담을 쌓을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절망과 고통이 더욱 깊이 이해가 됩니다.

 

여성으로서, 예술가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그녀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바쳤고,,,

어떻게 보면 세상에 처절하게 버림받은 여인일수도 있겠으나, 그런 세상적인 잣대로 보고 판단하기에는

그녀의 예술성은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듯합니다.

 

이렇게 그들이 서로 사랑하고 갈등을 겪고 난후, 한 세기가 지나서 로댕 박물관에 꺄미유 끌로델 작품들이 함께

전시되고, 로댕과 함께 사람들이 그녀를 회상할수 있게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겠지요,,

 

그녀의 작품들 사진을 많이 담아오지 못해 아쉽네요,,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정말 좋아했던 조각, "다나이드"인데 사진 각도가 좀 잘못되었네요,,,

 조각 모델이 꺄미유였습니다..영화에서 한장면으로 나오죠,,

 

 

                                                  

로댕과 함께 항상 붙어다니는 꺄미유 끌로델, 그리고 꺄미유 끌로델을 이야기하자면 항상 함께 거론되는 로댕,,,

19세기에 있었던 그들의 사랑과 갈등과 배신속에서의 고통을 알아가며,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들의 작품들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예술, 또한 인간의 일이니까요...

 

곧 문닫을 시간이니 방문을 빨리 끝내라는 안내 방송을 들으며 나와 해질무렵의 박물관 정원 모습을 담아보았습니다.

지는 해에 비춰진 "생각하는 사람"의 실루엣이 아름답지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