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오늘 새벽 4시 44분 남편의 핸드폰이 울렸다.
시차 고려치 않는 시간에 전화 벨이 울리면 항상 불안한데,, 한국에 연로하신 부모님들이 계시기 때문이다.
남편은 벌떡~ 일어나 전화를 받는다.
세계한인언론협회에서 온 전화인듯하다.
남편은 "어째 그런 일이 있냐"고 탄식을 한다.
잠자리에 누워서,, "세계 한인 언론 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남편이 6월에 한국에서 있을 행사에
차질이 빚어졌나 보다며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전화 통화중 계속 충격적인 탄식을 내뱉기에 무언가 심상찮음이 느껴졌다.
일이 잘못되어진 걸로 이런 반응을 보이는 남편을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전화를 끊길래 물어보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했다고 전해준다.
순간 나 또한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정말 "어째 이런 일이 일어 났을까" 싶어 잠시 충격에서
헤어나오기 힘들었다.
남편은 협회 차원에서 기사를 써야되기에 이른 시간 전화를 받은 것이었다.
남편은 바로 컴퓨터를 켰고, 더이상 잠을 잘수가 없었다.
올봄 계속되었던 박연차 게이트에 관련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가족들에
대한 이잡기식 수사에 정말 안타까워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심하게 내몰고 있다는 느낌이었고, 비리가 있고 없고를 떠나,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분을 저렇게 심하게 대할수
있나 싶은게,, 비록 외국에 살지만 한국인이라는게 부끄러웠다.
자크 시락 프랑스 전대통령은 퇴임하자 마자 파리시장으로 재직했을때 공금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시락크 부부가 썼다는 하루 600유로[96만원 정도]의 식비, 휴일마다 원거리 여행용으로 지급된 거금 등이 이야기 되었다.
시라크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료들과 후원자들이 조사를 받았지만 확실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다.
얼마전 이곳 여론 조사에서 작크 시라크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74%가 나왔다.
이는 경제 위기 이전의 노스탈지와 현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에 반대하는 현상으로 보고 있었다.
현재 76세인 그는 전 대통령 자격으로 헌법 위원회의 회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2008년 6월에는, 본인의 재단을 설립,,친환경과 다양한 문화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한창일때 이런 소식을 접하면서 나는 많이 씁쓸해했다.
또한 미테랑 대통령의 숨겨진 딸이 알려졌을때, 프랑스 국민들은 대통령의 사생활을 여론화 시킨것에 분노했었다.
그리고 프랑스에서도 뇌물에 관련되어 자살한 정치인이 있었다.
노동자 출신으로 프랑스 총리까지 오른 베레고부와씨였다.
나의 90년대 유학 시절, 노동자 출신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나같은 외국인에게도 관심과 호감을 불러일으켰었던
그의 자살 소식에 그당시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미테랑은 그가 대통령직에 있을 당시 비서실장, 노동부와 재무장관, 총리를 역임한
베레고부아가 파리에 집이 없어 시골에서 출근하거나 파리호텔에 묵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사업가 친구에게 아파트구입비 일부를 빌려주도록 주선했다.
베레고부아는 5천만 프랑(약 1억원)을 빌려 파리에 아파트를 장만했다.
그는 1993년 총리에서 물러나면서 특혜시비에 휘말렸다.
언론이 사업가 뇌물로 파리에 집을 샀다고 공격한 것이다.
그는 빚을 갚았다고 수차 해명했으나, 언론은 계속 물고 늘어졌고 유산인 골동품으로 갚았다고 거듭 해명했다.
베레고부아는 프랑스의 청렴정치인의 상징이었다.
1993년5월1일 자신이 시장인 느베르시 강변에서 권총으로 자살했다.
그는 죽음으로 도덕성을 국민에게 증명해 보인 것이다.
역사적, 사회적 상황이 판이하게 다른 프랑스와 한국의 정치인들을 비교하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프랑스 사회에서 거의 20년 가까이 살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내가 이곳에서 보고 느끼는 것과
나의 조국,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괴리감은 항상 피부로 느껴졌었다.
노무현 전대통령에게 비리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있었다면,, 어떤,, 얼마만한 것이었는지는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그과정속에서 그분이 겪었을 고통과 결국은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택할수 밖에 없게끔
몰아붙인 현실을 대하며, 한 재외 국민으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한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디고, 이겨내셨으면,,,하는 애통하고 한탄스런 마음을 멀리서 나마 전해본다.
이곳도 아침 내내 햇살이 가득하던 하늘은 정오즈음부터 굳어지고 있다.
'파리의 한국아줌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랑스 초등학교에서 가르치는 좌우의 개념 (0) | 2009.10.08 |
---|---|
고 노무현 전 대통령님을 떠나보내며... (0) | 2009.05.30 |
앙토니 한글 놀이방 (0) | 2009.04.08 |
통신원 일기 (0) | 2008.10.08 |
바이올린 선생님의 꾸지람 (0) | 2008.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