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꽤 추웠던 어느 수요일이었습니다.
추위 때문인지 몸도 마음도 시린 날이었습니다.
이곳 프랑스의 초등학교는 수요일은 수업이 없습니다.
집에서 쉬는 아이들도 있고, 음악이나 운동 등,,취미 활동을 할 수 있는 수요일입니다.
저희는 둘째 아이의 음악수업이 있는 수요일입니다.
마침 남편이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아이와 저를 음악학교까지 데려다 줄수 있었습니다.
매섭게 추운 날씨에 버스 기다리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라 싶었지요,,
아이를 교실까지 데려다 주고는 남편과 함께 음악 학교 근처 주유소에 차 기름 넣으러 갔습니다.
남편이 주유하고 있는 사이 저는 계산을 위해 주유소안으로 들어와 있었습니다.
그안은 조그마한 편의점 같습니다.
별로 필요한것은 없기에 계산대 앞에서 남편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계산대에서 일하는 분이 자꾸 저를 쳐다봅니다.
저와 같은 외국인이었지요,
검게 그을린 구릿빛 피부색이었고, 콧수염까지 있어 그리 밝은 인상은 아니었습니다.
"왜 그러지?" 싶었지요,,
가만히 서있으니 나를 의심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짧은 시간 여러 생각들이 스쳤습니다.
그가 말을 걸어 옵니다.
-"중국인이세요?"
-"아뇨" 한국인인데요,,
-"북쪽, 남쪽?"(이는 이곳에서 살면서 자주 들어왔던 질문입니다.)
-"남쪽요,, 서울이요,,,"
그랬더니 그는 "저도 한국에 있었어요,,"
"아! 그래요?"
그와의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한 1년 반정도 경기도 안성의 Goldstar라는 회사에서 일을 했다고 합니다.
그는 방글라데시인이었습니다.
그 회사의 사장님은 아주 친절하고 그에게 잘 대해주셨고,
함께 지내던 한국사람들은 그를 형제같이 따뜻하게 맞아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가 한국을 떠날때 다들 섭섭해서 눈물을 흘렸다고 이야기합니다.
이야기 중간에 그가 나에게 물어옵니다..
-"프랑스가 좋아요? 한국이 좋아요?"
- "한국이 좋죠,,"
-"나도 한국이 좋아요"라고 하더라고요,,
차분하게 한국에서의 좋았던 추억을 잔잔히 이야기하는 그를 다시 보니
그의 검은 눈빛과 구릿빛 피부에서는 열심히 정직하게 일하며 산 사람이 가질수 있는 성실함이 느껴지면서,
사람이 참 맑아 보였습니다.
아마 내가 주유소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는 직감적으로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가 나를 유심히 쳐다보았던 것이었습니다.
그가 어떤 연유로 한국에 갔고 또 다시 어떤 이유로 프랑스까지 오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이곳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에서의 좋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외국인을 만나 함께 내나라, 한국을 이야기 할수 있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습니다.
계산을 마치고 남편차에 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얼굴을 본능적으로 돌릴수 밖에 없는 시선이 느껴져
주유소안을 보니 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남편과 내가 타고 있는 차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영문도 모른채 함께 손을 흔들던 남편에게 그의 이야기를 잠시 들려 주었습니다.
그를 따뜻하게 맞아준 한국분들이 어떤 분들인지는 모르지만 그분들로 인해 그날 아침 우리 부부는 따스한 사람의 정과
한국의 정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매섭게 추웠던 파리의 아침이었지만, 한국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던 어떤 방글라데시인으로 인해
시리던 마음이 따스해졌던 어느 날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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