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이야기

프랑스 방송 '톱 셰프'에 나온 한국인 우승을 향해

파리아줌마 2011. 3. 17. 08:57

지난 2월초, 프랑스 방송의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톱세프에

진출한 한인 입양인을 소개한적이 있습니다.

 

프랑스 방송 '톱셰프' 본선 진출한 한국계 입양인

 

그글을 소개하고난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한국인 부인이 위의 글에

댓글을 남겼더라고요. 김상만씨가 부인에게 제 글을 보여주며 내용을

알려달라고 했다는군요. 그리고는 응원해주기를 부탁했습니다.

제블로그를 어떻게 알고 들어와 볼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저로서는

영광이었답니다.

 

'톱 셰프'는 1월말부터 10주간 진행되는 요리 서바이블 프로그램으로,

우승을 하게되면 1십만 유로[1억5천만원]의 상금이 보장되어있습니다.

이미 7주동안 진행되었고, 이제 3주를 남겨두고 있으며, 14명의 후보들중 5명만 남아있는데 그 후보들안에 김상만[프랑스명 Pierre Sang]씨도 있습니다.  

 

월요일 저녁부터 시작해 밤11시나 넘어서야 끝나는 방송이라 본방사수를 못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저녁식사를 하고는 바로 TV앞으로가 열심히 시청하더라고요. 하지만 워낙 늦게 마치는 프로라 끝까지 보게 내버려둘수는 없었답니다. 그래서 그다음날 사이트로 들어가 누가 탈락했는지 확인을 했습니다. 화요일, 사이트에 들어가 탈락자를 확인한 큰아이가 비명을 지릅니다. <오~~호낭[ronan]이 떨어졌구나>라고 하더니 믿을수 없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사이 가장 실력이 좋았고, 우승자로 유력했던 호낭씨였기 때문입니다. 

'톱 셰프' 사이트에도 그가 마치 주인공인것 마냥 크게 나와있습니다.

 

 

                                                             7회분 방송에서 심사위원의 심사를 받고 있는 김상만씨와 호낭

 

그런데 마지막에 김상만씨와 대결해서 진것입니다. 그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아주 반가운 소식이 아닐수

없습니다. 마지막에 한시간을 주고 오리요리를 만들어 오는 미션이었습니다.

 

김상만씨의 겸허한 자세가 감동으로 다가와

 

보통 겸손은 동양에서는 미덕이라고 하지만 서양에서는 아니라고 하지요. 하지만 서양에서도 통하는것 같습니다. 여기도 사람사는곳이니까요. 개인적인 생각에 겸손은 낮아지는거라기보다는 본인의 상황과 처지를 제대로 알고 말하고 행동하는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워낙 잘난 사람들이 많기에 낮아져라고들 하지요. 겸손한 마음은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뿐만 아니라 실력을 키워나갈수 있는 자양분이 될것입니다. 본인이 부족한것을 알고 있다면 끊임없이 노력하게 되겠지요.

 

제 아무리 실력있고 똑똑하더라도, 남을 무시한다면 지혜로운 눈을 가질수 없거니와, 교만에 빠져 자신을 다듬고 발전해나갈수 없을 것입니다. 이틀전 아이들과 '톱 셰프' 마지막 부분 동영상을 보고는 잔잔한 감동이 일었습니다. 호낭씨와 김상만씨의 모습이 너무 대조적이었는데 한사람은 탈락이 되고, 다른 한사람은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두사람의 요리를 두고 심사위원들은 호낭씨의 요리는 겉모습은 좋지만 맛은 별로라고 했고, 김상만씨의 그것은 겉모습보다는 맛이 괜찮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두사람에게 본인 요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묻더군요.

 

먼저 김상만씨에게 <당신의 요리가 마음에 드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마음에 들지 않다>고 대답합니다. 심사위원과 대화가 이어집니다. <그러면 오늘 탈락되어도 실망하지 않겠네요?>, <실망할것입니다. 왜냐하면 난 이프로에 큰 가치를 두었거든요. 그동안 여기에 참여하며 많은것을 배웠어요, 하지만 난 아직은 더 배워야되고, 더 발전해야될것들이 있습니다> 라고 말하니 나이 지긋한 심사위원이 약간은 갈등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지그시 내려깔더라고요.

 

호낭씨에게 물었습니다. 그는 본인 요리에 대해 <미관은 좋았지만 고기 익히는게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심사위원이 <오늘 통과될 것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으니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결국은 호낭은 떨어지고 김상만씨는 살아남게 되었습니다.

 

호낭씨는 심사위원들에게 조언을 듣게 됩니다. 워낙에 평상시 실력이 뛰어났던지라  심사위원들은 <무슨일이냐>고 묻습니다. 그리고는 나이지긋한 심사위원이 조심스럽게 호낭씨의 거친 성격을 이야기합니다. 가치있는 판단은 아니라고 하면서요. 그는 그에게 어떠한 감성을 느낄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다른이들을 향해 좀더 열어보라고 합니다. 그러면 그의 요리도 훨씬 좋아질수 있을것이라면서 조언을 했습니다. 하지만 호낭씨는 그조언을 겸허히 받아들이지는 않더군요. 사람마다 생각하는게 다르다고 합니다. 살아온 삶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어린시절에 엄마를 잃은것을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겠다는 뉘앙스로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는 짐을 사서 쓸쓸히 떠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동안 정들었던 후보자들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는 당당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의기소침해져서 떠나는것을 보니 무척 안됐더군요. 하지만 이런것을 보며 공감하고, 메말랐던 감정을 불러 일으켜주기도 하니 프랑스인들도 서바이벌 프로에 열광하는것 같았습니다.

 

이제 3회 남은 '톱 셰프'에서 김상만씨는 우승을 향하면서 더욱더 치열한 경쟁과 만나게 될것입니다. 

겉모습은 좋았으나 맛은 별로였던 호낭씨의 요리와, 모습보다는 맛이 좋았던 김상만씨의 요리는 각각 그들의 사람됨을 나타낸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감히 해보게 됩니다. 금방 잊혀지지 않고 길게 여운이 남는 이번주 방송이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어린시절에 엄마를 잃은 충격으로 거친 성격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를 호낭씨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프랑스로 입양될수밖에 없었던 김상만씨, 두사람의 삶이 묘하게 오버랩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