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프랑스인의 간접적인 표현에 착각한 한국아가씨

파리아줌마 2011. 9. 30. 07:49

한국인이 프랑스에 도착해서 살다보면 가장 문제가 되는것은 언어입니다.

한국에서부터 열심히 불어공부해서 오는 이들도 있지만,

가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무턱대고 오는 이들도 있습니다. 

 

불문과를 졸업하고 와도 소통하기 힘든 언어를 현지에서 처음 배우겠다고

온 분들은 말도 못하는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래서 유학을 준비하는 이들이 저에게 이곳 생활에 대해 물어오면

한국에서부터 열심히 불어 공부해서 오라고 합니다.

 

더군다나 상징적이고, 간접적인 표현을 잘쓰는 프랑스인들의 언어를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건 어쩌면 언어의 영역을 떠나 사고의 폭에

따른 것일겁니다.

 

제가 보고 느낀 프랑스인들은 아주 실리적이고, 현실적이었습니다. 좋고, 싫다를 분명하게 이야기 하되 완곡한

표현을 씁니다. 좋으면 나쁘지 않다고 하고, 추우면 덥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좋게 이야기 하자면 언어를 절제력있게 쓰는것이고, 어떻게 보자면 언어의 유희를 즐긴다고 할수 있습니다.

거기에는, 제가 보기에는 경계가 모호한 조롱과 해학이 듬뿍~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비웃는 표현을 프랑스인들은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더군요.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수다가 많습니다. 지하철에서 보면 옆사람 들리지 않게 조근조근

말을 끊임없이 합니다. 그리고 2, 3시간씩 되는 식사 시간의 대화는 프랑스인들의 문화라고도 할수 있습니다.

 

얼마전 어떤 프랑스인에게 간접적인 언어 표현을 많이 쓰는것 같다고 했더니, 해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옛날 왕들은 한번씩 미치광이들의 이야기를 듣곤 했답니다. 그들의 광기섞인 비유 혹은 은유적인 이야기속에는 왕에 대한 음모나, 세상돌아가는 일들이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게 자연스럽게 프랑스인들의 언어습성으로 자리잡았다는겁니다. 개인적인 생각에 문학과 철학의 발달도 한몫 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그런 표현들이 저에겐 위선같다고 하니 그는 위선은 아니고 해학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프랑스인의 해학의 한 예를 들어주는데, 직원이 회사에 지각을 하면 사장은 바로 지적하기보다는 얼굴에는 미소를 띄고는 팔을 들여 올려 시계 보는 시늉을 한다고 합니다. 팔에는 시계가 없답니다.

이게 프랑스인들의 해학이라고 하더군요.

 

식사할때는 말없이 조용히 먹어야되고, 자기를 표현하는데는 익숙지 않지만 직접적인 언어표현을 주로 했던

한국인이 프랑스인의 언어를 대하면서 착각할때가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시간을 물어보는데, 불어식 표현이 참 거시기합니다. 친한 이들끼리는 지금 몇시야 하고 물어보기도 

합니다만,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은 시간을 물어볼때 사용하는 표현을 직역하자면 시간 있어요? 입니다. 

시간으로 사용하는 단어가 애매하기는 하지만 언어의 직관이 없는 한국인들이 들으면 시간 되냐는 표현으로 받아들이기 쉽상입니다. 

 

얼마전 별생각없이 있는데 어떤 프랑스인이 시간 있냐고 물어오길래 뭔소린가 싶어 잠시 생각해 보고는 시간을 가르쳐주었던적이 있었습니다. 남자가 아닌 여자라 다행이었습니다. 수년전 어떤 여자 유학생이 해준 이야기가,

프랑스 남자가 시간 물어보려고 한국 아가씨에게 시간 있냐고 했는데 이 아가씨 자기에게 작업거는줄 알고는

좋아서 입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그다음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카더라 통신이라 실제로 일어났던 일인지는 알수도 없지만 한국 아가씨라면 충분히 착각할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래 살았어도 시간있냐는 소리에 뭔말인가 싶어 멈칫했던 저 자신을 보고는 옛날에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더랬습니다. 프랑스인들과 깊이 있는 대화라도 할라치면 혀가 꼬이고, 머리에는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는듯하지만 프랑스에서의 삶은 계속되기에 애써보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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