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체벌없는 프랑스 학교에서 내가 본 처벌

파리아줌마 2011. 9. 21. 07:24

프랑스 학교는 체벌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작년 한국에서 있었던

체벌금지 논란을 보며 프랑스 학교의 처벌에 대한 사례들을 큰 아이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그중 한대 맞는게 더 낫겠다는 댓글을 받았던 일화가 있었는데,

어떤 중학생이 "A 선생님이 B 선생님보다 덜 똑똑해"라는 말을

친구들에게 하다가 학생주임에게 들킨것입니다. 큰 아이말에 의하면

학생주임은 아이에게 "A 선생님에게 사과하라"고 까지 했다더군요.

사과를 했는지 안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친구는 울면서 교실로

들어오더라고 했습니다. 이곳은 체벌은 없지만 아이들에게 꽤 엄격한

처벌은 있습니다.

 

프랑스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아이를 위한 복지 시설이

아주 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그리 살갑게 대하지 않을뿐더러 관대하지도 않습니다.

때로는 어떤 관대가 아이를 망치기도 하지요.

 

어른과 아이의 생활을 확실히 구분시키고 있고, 남에게 피해 입히는 행동을 할때는 아무리 어리더라도 엄하게

꾸짖고 사과하게 합니다. 어릴때부터 본인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는것이지요.

책임을 알고 자란 아이는 경거망동하지 않을것입니다.

 

그런 교육이 무조건 품고자 하는 암탉 기질이 강한 제눈에는 더러 살벌하게 보일때가 있습니다.

그럴때면 "아직 어린데 뭘 알겠나"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지난주에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책임지게 하는 처벌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작은 아이 학교에서는 매주 화요일 오후에 테니스를 하는데, 엄마들의 동행이 필요하다기에 첫수업에 응했습니다. 테니스 코트장은 바로 학교옆에 있었습니다.

 

4개의 코트로 나뉘어져 있어, 학부형 두명, 교사, 코치가 각각의 코트장에서 아이들을 지켜보아야 했던것입니다. 각코트 마다 다른 프로그램을 마련해 재미있게 진행하더군요.

 

제가 맡은 곳은 8명의 아이들이 짝지어 배드민턴 하듯 테니스 공을 주고 받으며 치는것이었습니다. 한시간 동안 15분씩 4개의 코트를 돌아가며 하고 있었습니다. 15분이 지나면 코치가 아이들을 인솔해 다른 코트로 데리고 갑니다.

 

40명 정도 되는 아이들이 모여 있어 가장 중요시 여기는것은 질서였습니다. 코치가 제게 부탁하기를 아이들이

섞여서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봐달라고 했습니다. 그날 코치는 아이들에게 테니스를 가르치지는 않았습니다. 

코트마다 어떻게 하는지 설명만 할뿐 아이들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역할만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코트에서 온 아이들을 일단은 앉게하고 다른 팀들이 한명도 남김없이 나가고 나서야 일어나서 테니스를 하게 하더라고요.

그런데 아이들은 잘하든 못하든 즐겁게 테니스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15분마다 코치는 제가 있는 코트로 와서 아이들에게 공과 라켓을 땅에 내려놓아라고 합니다. 그런데 한녀석이 코치 말이 떨어지자 마자 친공이 담장을 넘겨버린것입니다. 비록 간발의 차이지만 그만하라는 말도 듣지 않았고,

더군다나 공이 담장을 넘겨버린것을 본 코치는 <내가 그만 하라고 했지>라며 아이를 나무랍니다. 거기까지는 그럴수 있겠다 싶었는데, 코치는 아이를 같은 팀과 이동할수 없게 하고는 <넌 여기 앉아서 내가 올때까지 기다리고 있어>라며 다른 아이들을 데리고 가버리더군요. 친구들과 함께 다른 코트로 이동하지 못한 아이는 시무룩해져서는 혼자 앉아있었고, 조금 있다가 돌아온 코치는 아이를 데리고 같은 팀이 있는곳으로 갔습니다.

 

그광경을 지켜보며 사실 저는 <그럴수도 있지. 뭘 그렇게 벌까지 세우나> 싶었고, 아이가 안스럽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느낀점은 아무리 어리더라도 아이의 행동에 대한 책임은 꼭 지우게 한다는것이었습니다.

그게 처벌이었습니다.

 

책임이라는것 때문에 안스러워하던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사소한것이라도 어린시절부터 책임을 지게 하는것은 아이의 미래 인생에 좋은 영향을 미칠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수할수 있고, 잘못할수 있습니다. 그도 알고 보면 생각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일들이 많을것입니다. 그래서 교육이 필요한것이겠지요. 

 

아이들은 울퉁불퉁한 다이아몬드라고 할수 있을것입니다.

그것을 잘 깎고 다듬어 세상에서 아름다운 빛을 발할수 있도록 하는것은 어른들의 의무이자 책임이기도 하겠지요. 여러 생각이 있었습니다. 학부형 눈치보고 그냥 넘길수도 있었던 일이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비교도 해보았습니다. 꾸중 들으며 한대 맞고 아무일 없었던듯이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과 혼자 내버려진채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진것, 이 둘 중에 어떤게 앞으로 아이 행동에 좋은 영향을 미칠수 있을지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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