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파리의 한류 행사를 다니며 여러 팬들을 만났습니다.
대부분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 젊은 직장인들이었고, 남성들
보다는 여성들이 지배적으로 많았습니다.
호기심도 있었고, 또한 보다 생동감 넘치는 포스팅을 하기 위해
한두명 정도는 붙들고 왜 K팝을 좋아하냐고 묻곤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들은 것에 의하면, 유럽의 다른 나라들은 모르겠습니다만
프랑스의 진부한[?] 연예계 상황이 프랑스 여학생들로 하여금 한국의
대중 음악에 빠지게 만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만난 케이팝팬들중 거의가
이야기하곤 했던 것입니다.
프랑스인들의 성향은 어느것에도 그리 열광하지도 않고, 무엇이 좋다고 한들
한쪽으로 쏠리지도 않으며 급하게 변하지도 않습니다. 그들이 즐겨듣는 대중가요는 80, 90년대
유행하던 것들입니다.
코리안 커넥션의 회장인 막심 파케는 한국과는 다르게 이곳의 가수는 모든것을 혼자 해나가야된답니다.
그러니 특별한 재능이 있지 않고는 대중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기 힘듭니다. 음악성 있는 그룹을 훈련시켜
음반을 내어도 좋다고 무조건 뛰어드는 프랑스인들이 아닙니다. 비판하면서 장단점 캐내고 시간이 어느정도 흘러야됩니다. 그러니 이곳은 오랜 인지도와 끈질긴 음악성으로 승부를 걸지 않을수 없습니다.
드라마나 노래로 뜨고 나면 수억대의 광고비를 받는 우리나라 연예인들과는 다르게 이곳 광고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나름 신선하게 다가올때도 있습니다.
프랑스는 문화와 예술을 자본과 결부시키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본 없이 지속하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아이돌 가수가 시작된 것은 무엇보다 상업성을 공략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예술과 상업성을 따로 놓고 보는 프랑스에서 보이스 밴드가 큰 영향력을 가질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있었던 남성 3인조 그룹인 2be3는 2001년 솔로 활동을 위해 동의하에 해체되었다고 합니다.
8월 케이팝 월드 와이드 데이
고등학생이었던 어느날 영어 선생님이 수업하러 들어오시면서 하신 말씀이, 당시 아이돌 급이었던 조용필등, 다른 남자 가수들에게 고마워해야 된다고 하셨습니다. 당시 두발 자유화는 되었고, 교복을 입고 다닐때였습니다.
한창 사춘기로 접어든 소녀들은 남성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본능을 충족시켜주는 아이돌 가수들이라고 했습니다. 자칫하면 뻗나갈수도 있는 질풍노도의 소녀들을 안착시키는데에 가수들이 한 역할을 했다는거지요.
30년전 한국, 그것도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대구의 교육계에는 가수들을 좋아하는 여학생들을 못마땅하게 여겼나 봅니다. 80년대 한국의 여학생들은 10월의 마지막 밤을 기억하고 있다고 노래한 이용과 종이학의 전영록, 그리고 미국에서 들어온 영화배우와 가수들에게 열광했습니다.
프랑스의 한류 매니아들을 보면서 그옛날 영어 선생님의 말씀이 자주 생각났더랬습니다.
세대간의 격차와 나라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나이 또래의 여자 아이들이 가질수 있는 감성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청소년들간의 남녀 교제가 열려있고, 성적으로도 개방되어 있기는 하지만 일부분입니다.
어린 프랑스 여학생들의 로망을 충족시켜줄 남자 그룹은 일찌기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이를 대체시켜줄 문화가 필요했던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만난 대부분의 한류팬들이 이야기하는 케이팝을 좋아하는 첫번째 이유였습니다.
루브르 앞 플래쉬몹에서 만난 여고생, 에펠탑이 보이는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조촐한 플래쉬 몹을 준비했던 여대생, 그리고 얼마전 케이팝 클럽 파티에서 만난 젊은 여성에게, 왜 케이팝 좋아하냐는 질문에 첫번째 대답이 프랑스에는 보이즈 밴드가 일찍 없어진 것을 들더군요. 이는 또한 막심 파케도 언급했던 부분입니다.
그들의 젊은 혈기는 춤추고 노래하며 어느 한곳에 푹~빠지고 싶고, 오빠 부대를 형성해서 몰려 다니며 열정을 발산하고 싶은것입니다. 또한 얽히고 설킨 사랑 이야기를 멋진 남녀가 펼쳐내는 드라마를 보고는 꿈을 꾸기도 합니다. 젊은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환상 같은것이지요.
그들은 프랑스의 보이즈 밴드에게서 충족받아야될것을 한국 가수들에게서 찾았습니다. 올초 인문학 서적을 즐겨읽고 있는 여고생으로, 블로그에 인터뷰한 것을 올리기도 했었던 큰아이 친구인 클라리스는 딸 아이가 학교의 같은 케이팝 팬과 한류에 대해 이야기를 할때 무시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꽃보다 남자"를 보고는 이민호가 잘생겼다며 좋아라 한다는군요. 그리고는 몰랐을때는 무시했음을 시인하더랍니다.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는 사춘기 소녀들의 감성을 자극할 만합니다.
그럼 그대로 뒤집어서 보자면 프랑스에 보이즈 밴드가 있었다면 케이 팝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될수 있습니다. 그건 저도 알수가 없습니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할수는 없겠지요.
보이즈 밴드가 없어지면서 프랑스 젊은이들이 눈을 돌린 곳은 미국 그룹이었답니다. 하지만 미국팝의 상업성과 진부함에 싫증이 나서 찾은것이 한국 대중 문화라고 합니다. 노래와 안무, 멋진 의상에다가 잘생긴 얼굴, 그리고 화려한 무대까지, 케이 팝은 프랑스 젊은이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을겁니다. 또한 그들의 퍼포먼스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낸게 아니라는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프랑스내에서 매니아층을 형성했고, 제가 보기에는 점점 확산되어가고 있는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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