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서양적인 나라?

파리아줌마 2012. 7. 2. 07:32

예전에 블로그 글로 쓴적이 있습니다만,

제가 한국을 떠나온 20여년 동안 한국인들의 문장과 말속에는

영어 단어들이 더 많이 들어가 있더군요.

 

그래서 어떨때는 한국말이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피드백, 시너지 효과, 그리고 기억나지는 않지만,

도대체 왠 영어들이 이렇게 많나 싶어 탄식하곤 합니다.

 

그러면서 저도 간간히 사용하기는 했습니다.

 

이곳에서 잠시 있다가 영국으로 간 어떤 한국인 엄마는

생활하는데 큰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 슈퍼 마켓에서 장 볼때,

한국에서 생활할때에 사용했던 단어들로 인해 낯설지 않았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은박지는 쿠킹 호일로 통하는 등, 사실 문장을

늘어놓지 않아도 필요한 단어 몇개 가지고 소통할수 있는것이지요.

이 정도 입니다.

 

해방과 6 25이후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미국 문화가 낳은 병폐라고 할수 있습니다. 

 

굴곡의 역사속에서 지켜야 될것은 간과시 되어 버렸고, 민족의 자존심을 생각하기 보다는 지배하고 장악하고

싶은 욕심에 사로잡힌 이들이 나라의 우두머리로 있었던 폐단이기도 합니다.

 

암튼,,,그러다 우연찮게 한류팬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웨, 라는 모음이 나오니 당연히 예시되는 단어가, 웨딩이었고, 파, 라는 글씨에 나오는 예는 파인애플이었습니다.

 

제가 참조한 한글 공부 사이트가 잘못든 예일수도 있겠지만 한글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참 거시기 하더군요.

 

한국어에는 영어가 많다며, 웨딩, 파인애플을 따라하라고 하는데요, 학생들이 키득키득거립니다.

어쩔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어제 한글 공부를 하는데요. 동물이나, 사람의 수에 따르는, 마리, 명 같은 분류어를 가르치는데,

잔과 컵이 동시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컵은 영어에서 온것이라고 알려주면서 한국인들이 영어 단어를 많이 넣어 쓰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알렉시아가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서양스런 나라라고 하더군요. 이에 학생들은 누가 그런 말을 하더냐고 물었습니다. 생물학을 전공한 알렉시아가 실습 면접을 보는데, 이력서에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것을 보고는 면접관이 그랬다는겁니다.

 

이에 알렉시아는 자신이 속해 있는 이공계통에서도 영어를 쓰면 좀더 세련되 보이는 느낌이 있다고 하고, 중학교 교사인 프레데릭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하더군요.

 

알렉시아가 만난 면접관이 말한 한국이 서양적이란게 어떤건지 좀더 자세히 물어 보았으면 좋으련만, 한글 공부에 충실한 나머지 그냥 넘어가버렸는데요, 그이후 자꾸 곱씹힙니다.

 

그래서 큰 아이에게 이야기 해보니, 친구에게 케이 팝을 소개했더니 스타들 머리카락 색깔이 금발인것을 보고는 서양스럽다고 했다더군요. 하지만 아이는 금발이 서양인들의 전유물인양 이야기하는것인데, 그건 각자의 스타일로 충분히 머리카락 색깔을 원하는대로 할수 있지 않냐고 합니다.

 

아이는 처음 듣기에는 글로벌한 느낌이 들었지만 자꾸 생각해 보니 별로 좋은 이야기는 아닌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건 프랑스인들이 잘 쓰는 아이러니한 표현인것 같답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나온 연유가 한국인들의 사용하는 언어에 들어있는 많은 영어 단어였습니다. 알렉시아는 이미 면접관의 말속에 좋지 않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것을 알았겠지요.

 

한국이 아시아에서 가장 서양적이란 말은 그만큼 중심이 없다는것이 아닐까 합니다. 프랑스인 면접관이 한국에 대해 어떻게 보든 말든 상관없다 하면 할말은 없습니다만, 동 서양이 교류할때는 각자가 가진 특유의 색깔은 잃어버리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노르망디 지방에서 한국 문화를 알리는 손차룡 작가님께서 말씀하신게 생각이 납니다.

자존심 강한 프랑스인들이 외국인을 대할때는 얼마만큼 자기 나라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지 본답니다.

이를 테면 프랑스인들이 사람을 판단하는 잣대라고도 할수 있지요. 내가 내것을 소중히 여기는데 누가 무어라

하겠습니까?

 

그러니 한국적인게 가장 세계적인것입니다. 한국이 아시아에게 가장 서양적이라는 말은 좋게 들리지 않네요.

그 면접관을 탓하기에 앞서 그런 이미지를 심어준 우리를 되돌아 볼 필요는 있을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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