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의 글
요즘 페이스북에 일본 영화 <심야식당>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곤 한다. 그리고 한국 드라마로도 각색되어 방영되고 있다고 한다. 어떤 페이스북 사용자는 영화,<심야식당>을 보고 음식으로 위로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했다.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저렴한 음식들이지만 심야식당을 찾는 손님들에게는 삶의 위안이 되어주는 특별한 만찬들이라고 한다.
격하게 공감이 되면서, 거친 세상에 휘둘려 나의 존재가 한없이 보잘것 없이 느껴질때 잘 차려진 식탁에서 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곤 했던게 떠올랐다. 보살핌을, 대접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먹는 일이 별게 아닌거 같이 보일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열심히 사는 이유도 알고보면 잘먹기 위해서가 아닌가.
음식은 그나라의 문화이자, 정서를 대표하기도 한다. 또한 지난 날의 향수와 함께 머물러 있기도 하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가 끊여주신 제첩국은 아직도 그 맛에 대한 기억이 선명하고, 시골 할머니댁에 갔을때 밥익는 가마솥에서 쪄낸 계란찜은 항상 할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그뿐인가. 고달픈 외국 생활에 한번씩 매콤한 김치찌개 같은거 먹어주지 않으면 속은 멀미하듯 울렁거리곤 한다. 그리고 한국인들끼리 모여 한국 음식 나누어 먹으며 프랑스 생활의 애로를 이야기하는건 지친 삶에 오아시스 같다.
한때는 음식 만들고 먹는 일을 참 하찮게 여겼다. 그게 얼마나 중요한것인지 알기까지 삶의 질곡은 있었다. 이 세상 일에 하찮은게 어디 있으랴.
잠시 식당을 했던 때, 나보다 나이 많은 아시아계 외국인 친구와 가까이 지냈다. 이름은 미셀이었다. 그녀는 필라테스 강사였다. 우리 식당에 자주 밥을 먹으러 왔고, 고추장 듬뿍 넣은 돌솥 오징어 볶음밥을 즐겨 먹었다. 그녀의 권유로 나는 잠시 필라테스를 한적도 있다. 그녀는 나를 좋아했다. 식당은 거의 이틀에 한번은 들렀고, 필라테스하면서도 함께 하던 유네스코의 귀부인들은 제쳐두고 나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이런저런 동작을 지적해주곤 했다. 그래서 좋았지만 좀 의아스럽기는 했다. 왜 그녀는 유독 나를 좋아하는가? 싶어서 말이다.
그녀의 장성한 남매는 미국과 영국에 있었고, 그녀 혼자 파리에 살고 있었다. 50대 중반쯤이었던것 같은데, 어느 추운날, 식당을 찾은 그녀는 감기에 걸려 기침을 심하게 하길래, 식사를 준비해 주고는 꿀물을 타주었다. 동양계 부모님밑에서 매운 음식을 먹고 자라 둘이 음식 이야기를 자주하곤 했다.
그리고 나는 식당을 그만두게 되었고, 자연스레 그녀와도 멀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왜 그리 나를 찾고 좋아했을까는 아직도 의문처럼 남아있었는데 <심야 식당>에 관련된 글들을 보니 음식 때문이었던 것 같다. 우리 식당을 찾아 매운 음식 먹고 이야기 나누는게 홀로사는 외로운 삶에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 아마 그부분이 크지 않았을까 싶다. 그녀는 항상 식당이 파하는 늦은 시각에 들러 밥먹으면서 나와 한참을 이야기 나누고는 했다.
무슨 장난하듯 식당을 하고 빠른시간에 끝내버렸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배우기는 했다. 음식 만드는 일에 대해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과 편견을 깰수 있었고, 지금은 요리하는게 재미있어지기도 했으며, 음식이 매개된 그녀와의 관계 또한 소중한 추억이다. 먹는 일이 참 대단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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