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남쪽 14구에는 아주 큰 국제 기숙사촌이 있습니다.

유학생 시절에 한국 학생들이 가장 들어가고 싶어하던곳이었습니다.

 

광활한 터에 각나라를 대표하는 건물들 40여개가 있었고, 멋진 정원에, 도서관, 식당, 거기다가

우체국까지 있어 학생들이 공부하며 생활하기에 그지없이 좋은곳입니다.

그리고 전기세, 물세 모두 기숙사측에서 담당해주어 저렴한 가격으로 방을 얻을수 있는곳이었기에

많은 한국 유학생들이 신청하고는 답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가장 답답했던게 왜 국제 기숙사촌에 한국관이 없냐는 것이었습니다.

일본관은 그 나라 특유의 문양으로 멋드러지게 지어져 있습니다.

한국관이 없으니 한국 유학생들이 마음놓고 신청해서 들어갈수 없었습니다.

선배 언니들이 장시간 기다려 겨우 당첨되어 들어간 곳이 동남 아시아관이었어요.

당시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네델란드관, 덴마크관은 시설이 잘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떤 관은 학생 부부용 방이 잘꾸며져 있기도 하다더군요.

제가 선배 언니들을 보러간 곳은 동남 아시아 관이었습니다. 기숙사라 부엌을 함께 쓰는데도 불구하고

언니는 된장 찌개를 맛있게 끓여주었습니다.

 

각나라를 대표하는 기숙사 촌이라 프랑스 대학 당국에서 건축 부지를 제안하면 나라에서 건축 재정을

담당 했다고 합니다.

당시 유학생들과 함께 왜 우리 한국관은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1920년대부터 건축된 이 국제 기숙사촌에서 70년대에 한국관을 제안했다는데

요, 서슬퍼런 박정희 독재 시절에 외국에서 한인들이 모일수 있는 모든 곳은 차단할때라 거부했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 듣고 분노스러웠습니다.

 

외로운 외국 생활에 한국인들 만나 한국 음식 먹으며 한국말로 이야기 나누는것이 얼마나 위안이 되는

데, 그 싹을 잘라버린 독재의 횡포에 대해서요~

 

그러다가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이 파리를 다녀가고 국제 기숙사촌에 한국관을 건립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지난날 유학생 시절 안타까워 했던 마음이 있었던터라 아주 반가웠습니다.

 

저는 이미 학생의 신분을 벗은지 오래지만 유학오는 한국 학생들에게 좋은 보금자리를 제공할것이라

생각되었지요. 그랬듯이 부지는 프랑스측에서 제공하고 건축비는 한국측에서 담당하는것입니다.

그래서 프랑스측에 재정 계획을 세워 제출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단순한 생각에 이쯤 되면 한국 정부에서 해주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건축 위원회를 만들어 기업에

게 지원을 요청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지난해 말 즈음에는 재정 계획이 세워지지 않아 러시아측으로

넘어갈 위험이 있다고 했습니다. 정말 속상하더군요.

 

불철 주야로 뛰고 있는 분들에게는 죄송합니다만, 우리가 그렇지 싶더군요. 그리고 한국 예술가들

시회로 기금 조성한다고 합니다. 왜 하필이면 가난한 작가들 붙드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얼마전 저희 식당에서 파리 국제 기숙사촌 한국관 건립에 대해 말씀을 나누시는 분들의 이야기

에 외람되게 끼어들어 이 부분에 대해 이해 좀 시켜달라고 했습니다. 지인들이었습니다.

 

그분들 말씀이 정부 지원이 있기는 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답니다. 그래서 예술가들이 나선것이라고

니다.

 

그럼 왜 한국 정부에서는 미약한 지원밖에 하지 않냐고 했더니, 어쨌든 한국관이라 할지라도 프랑스땅

에 있는것이라 대폭적인 지원은 불가능하다는겁니다. 그래서 한국관이 건립되면 누가 혜택을 받냐고

하니, 당연히 한국 유학생들이라고 하더군요. 이쯤 되면 자국의 학생들이 외국에 나가 어떻게 살든

관없는 한국 정부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답답했던 심정을 털어놓았더니, 어떤 분이 국제 기숙사촌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경제 강국으로 떠오른 한국, 그리고 OECD 가입국인 한국이 파리에 한글 학교 건물이 하나 없어 셋방

살이로 떠돌아 다닌다고 하시더군요. 비싼 등록금에 책한권, 연필 한자루 주지 않고 학생들이 따로 준

비해야 된다며, 이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며 흥분해서 이야기 하시더군요. 저와 생각하는게 비슷하신

분인것 같았습니다.

 

그분은 프랑스인과 결혼해서 한불 가정을 이루며 30년 동안 파리에서 사신 분이었습니다.

 

그분 자녀들을 한글 학교에 보낸게 무려 20년 되었답니다. 27세된 딸이 어릴적에 다녔고, 늦둥이 아들

까지 봐서 장시간 한글 학교를 다니게 된것이었습니다. 외국에 살며 자녀들에게 엄마 나라의 언어를

가르치겠다는 성의 하나로 꾸준히 한글 학교에 보내고 있었던것입니다

 

그분은 그동안 괄목할만한 경제 성장을 한 한국인데, 어찌 한글을 배울수 있는 우리 건물 하나 없냐는

것입니다.

대사관에 교육관은 왜 있는거냐며 당신이 흥분했다면서 이야기 했습니다.

 

한글 학교 추진 위원회도 있지만 아직 결과물을 끌어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6월 20일 파리 국제 기숙사촌에서 한국과 건립 추진 위원회 2차 회의가 있었습니다.

그날 박흥신 주불 대사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적극적 협조라며, 정부 차원에서 한국관 건립

에 대한 지원이 있다면 기업에서도 한국관 건립에 대한 지원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했답니다.

이를 위해 내년도 정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랍니다. 또한 한국관 건립이 한불 양국간의

중요한 프로젝트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이러한 중요한 프로젝트에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말아달라

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고요

 

일예로 1929년에 지어진 일본관은 한 기업의 전적인 투자로 건축되었다고 합니다.

비교되어질수 없는것이지만요, 외국에서 살다보니 일본의 재외 문화 정책이 자꾸 눈에 띕니다.

그 지인분 말씀이 일본어 학교는 에펠탑옆에 있는 일본 문화원안에 튼튼히 자리잡고 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못살아 외국에 있는 한국인들을 생각지 못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때 보다 상황이 좋아졌다

고 할수 있습니다.

그리고 재외 국민들의 역할로, 60,70년대 독일에 온 광부와 간호사들이 벌어들인 돈은 한국 경제 성장

의 주춧돌이 되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것입니다.

 

경제 협력 기구 가입국인 한국, 하지만 한글 학교 건물 하나 마련하지 못하고 있고, 국제 기숙사촌에

한국관 건립이 힘겹기만 한 초라한 우리 재외 국민들의 모습입니다.

Posted by 파리아줌마

예전에 블로그 글로 쓴적이 있습니다만, 제가 한국을 떠나온 20여년 동안 한국인들의 문장과

말속에는 영어 단어들이 더 많이 들어가 있더군요.

그래서 어떨때는 한국말이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피드백, 시너지 효과, 그리고 기억나지는 않지만, 도대체 왠 영어들이 이렇게 많나 싶어 탄식하곤

합니다. 그러면서 저도 간간히 사용하기는 했습니다.

 

이곳에서 잠시 있다가 영국으로 간 어떤 한국인 엄마는 생활하는데 큰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

슈퍼 마켓에서 장 볼때, 한국에서 생활할때에 사용했던 단어들로 인해 낯설지 않았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은박지는 쿠킹 호일로 통하는 등, 사실 문장을 늘어놓지 않아도 필요한 단어 몇개 가지고

소통할수 있는것이지요. 이 정도 입니다.

 

해방과 6 25이후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미국 문화가 낳은 병폐라고 할수 있습니다.

굴곡의 역사속에서 지켜야 될것은 간과시 되어 버렸고, 민족의 자존심을 생각하기 보다는 지배하고

장악하고 싶은 욕심에 사로잡힌 이들이 나라의 우두머리로 있었던 폐단이기도 합니다.

 

암튼,,,그러다 우연찮게 한류팬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웨, 라는 모음이 나오니 당연히 예시되는 단어가, 웨딩이었고, 파, 라는 글씨에 나오는 예는 파인애플

이었습니다. 제가 참조한 한글 공부 사이트가 잘못든 예일수도 있겠지만 한글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참 거시기 하더군요.

 

한국어에는 영어가 많다며, 웨딩, 파인애플을 따라하라고 하는데요, 학생들이 키득키득거립니다.

 

어쩔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어제 한글 공부를 하는데요. 동물이나, 사람의 수에 따르는, 마리, 명 같은 분류어를 가르치

는데, 잔과 컵이 동시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컵은 영어에서 온것이라고 알려주면서 한국인들이 영어

단어를 많이 넣어 쓰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알렉시아가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서양스런 나라라고 하더군요. 이에 학생들은 누가 그런

말을 하더냐고 물었습니다. 생물학을 전공한 알렉시아가 실습 면접을 보는데, 이력서에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것을 보고는 면접관이 그랬다는겁니다.

 

이에 알렉시아는 자신이 속해 있는 이공계통에서도 영어를 쓰면 좀더 세련되 보이는 느낌이 있다고

고, 중학교 교사인 프레데릭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하더군요.

 

알렉시아가 만난 면접관이 말한 한국이 서양적이란게 어떤건지 좀더 자세히 물어 보았으면 좋으련만,

한글 공부에 충실한 나머지 그냥 넘어가버렸는데요, 그이후 자꾸 곱씹힙니다.

 

그래서 큰 아이에게 이야기 해보니, 친구에게 케이 팝을 소개했더니 스타들 머리카락 색깔이 금발인것

을 보고는 서양스럽다고 했다더군요. 하지만 아이는 금발이 서양인들의 전유물인양 이야기하는것인

데, 그건 각자의 스타일로 충분히 머리카락 색깔을 원하는대로 할수 있지 않냐고 합니다.

 

아이는 처음 듣기에는 글로벌한 느낌이 들었지만 자꾸 생각해 보니 별로 좋은 이야기는 아닌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건 프랑스인들이 잘 쓰는 아이러니한 표현인것 같답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나온 연유가 한국인들의 사용하는 언어에 들어있는 많은 영어 단어였습니다.

알렉시아는 이미 면접관의 말속에 좋지 않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것을 알았겠지요.

 

한국이 아시아에서 가장 서양적이란 말은 그만큼 중심이 없다는것이 아닐까 합니다. 프랑스인 면접관

이 한국에 대해 어떻게 보든 말든 상관없다 하면 할말은 없습니다만, 동 서양이 교류할때는 각자가 가

진 특유의 색깔은 잃어버리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노르망디 지방에서 한국 문화를 알리는 손차룡 작가님께서 말씀하신게 생각이 납니다.

자존심 강한 프랑스인들이 외국인을 대할때는 얼마만큼 자기 나라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지

본답니다. 이를 테면 프랑스인들이 사람을 판단하는 잣대라고도 할수 있지요. 내가 내것을 소중히

여기는데 누가 무어라 하겠습니까?

그러니 한국적인게 가장 세계적인것입니다. 한국이 아시아에게 가장 서양적이라는 말은 좋게

들리지 않네요. 그 면접관을 탓하기에 앞서 그런 이미지를 심어준 우리를 되돌아 볼 필요는 있을것

같습니다.

Posted by 파리아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