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4월의 눈

파리아줌마 2008. 4. 8. 19:02

 

파리에서 눈구경 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를 보려면 200킬로 떨어진 노르망디로,,,

눈덮인 산을 보고 싶으면 500킬로 떨어진 알프스쪽으로 향해야 한다.

 

프랑스 북쪽 분지인 파리에서 눈을 맞아보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가끔씩 이렇게 이상 기온으로 파리에도 눈이 내린다..

이 춘사월에,,,

 

워낙 이곳의 변덕스럽고, 느닷없는 날씨에 익숙해져 있기에 그리 놀랍지도,

이상스럽지도 않고,,, 그냥 눈을 볼수 있음에 감사한 어제, 월요일 아침이었다..

 

 

일요일과 월요일을 거치면서 밤새 소리없이 왔다간 눈이 조금 야속하기는 하지만,,, 

지난 겨울에도 구경하지 못했던, 하얗게 지붕에 쌓인 눈을 보면서 사람들이 눈을 좋아하는 것은

하얀색이기 때문인 것 같다,,,

 

아침, 하얀 눈을 보며요즘 내 영혼의 색깔은 무엇일까

이도 저도 아닌 회색?, 아직도 혈기왕성한 붉은색?, 아님 나이에 맞지 않은 푸릇 푸릇 초록색?

살아온 날들의 무게가 가볍지만은 않은데, 어느 한 사람, 한 영혼만이라도 품을 수 있는 조금은 넉넉한 영혼을 가꾸어 왔을까?

 

그동안 눈에 보이는 것들만을 위해 쫓아온 나의 영혼은 고갈되어있는 듯하다.

불쌍한 나의 영혼,,,,

그 영혼에 물을 주어 촉촉하게,,, 열매를 틔울 수있는 고운 밭으로 가꾸고 싶다..

 

어느것 하나 제대로 이루어 놓은 것 없는데, 무엇을 위해 그렇게 아둥바둥거렸을까?

잘난 것도 없는데 뭐가 그리 잘났다고 어느 것 하나 열어 놓지도 못하고 살아왔을까?

 

 

하나 하나 얽혀있는 실타래를 풀어가듯,,,

혈기로 가득했던 붉은 빛을 바래고,

나이답지 않은 초록빛은 탈색시켜가면서

구분해서 살아갈수 있기 위해 회색도 표백을 가해야겠다..

그리고 하얀색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

 

강한 하얀색으로,,,

하얀색이 붉은 색과 어우러져 고운 분홍빛으로 변하고,

초록과 어우러져 부드러운 녹색이 되며,

회색과는 더욱 하얀색에 가깝게 변화시킬수 있는 그런 하얀 영혼으로 가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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