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옛날부터 전해오는 "강 건너 불 구경"이라는 말이 있다.
불이 난 강 건너쪽은 난리가 나겠지만 다른쪽 강 너머에 있는 이들은
어쩔수 없는 상황이라 그냥 팔짱 끼고 구경하는 수 밖에 없다.
오죽하면 이런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왔겠나 싶다.
얼마전 누군가가 남의 집 불구경은 밥먹다가 숟가락
들고 나가서도 하는 것이라고 한다.
남의 불행이 전혀 본인과는 상관없는 것을 넘어서서
동네에 재미난 구경거리라도 생긴듯, 들고 있던 숟가락도 놓치 않고
부리나케 뛰어나간다는 것이다.
이런 "강 건너 불구경"을, 괴로워서 고통받고 있는 이들에게
무조건 "사랑하라, 이해하라, 용서하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과 같은 선상에 놓고 싶다.
사랑해야 되고, 이해하고 용서해야 되는 것 모르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치 못하겠고 이해하지 못해 힘들어 하는 이에게 그런
말들을 쏟아낸다면 그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
본인의 화에 더욱 주눅들게 되고 죄책감만 싸여 가면서
얼마나 더 답답해할까?
그러면 그렇게 쉽게 이야기하는 이들에게 어떤 힘든 일이 닥쳤을때,
정말 그들이 사랑하고 이해하고 용서하느냐?
아니더라,,,,
그런 입장이 되었을때는 겉으로는 "괜찮다"하지만
본인의 감정에만 충실해져 함부로 행하는 것을 보아왔다.
나는 그들의 이같은 모습을 가지고 뭐라 그러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 연약한 인간이기에..
제발 고통받고 있는 이에게 쉽게 "사랑하라"는 이야기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사랑"? 좋은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될 것이고,,
하지만 그말 이전에 "왜 이러는지?", "오죽하면 이러는지",,
조금은 이해해 보려고 하고, 함께 해보려고 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힘들어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아무런 선입견과 편견 없이
그냥 들어만 주어도 사랑을 느끼지는 않을런지,,
그리고 차라리 고함지르며 울분을 토하게만 만들어 주어도
그 사람의 뒤엉킨 속은 조금은 시원해지지 않을런지..
"그래, 힘들었겠구나, 속상했겠구나"라는 말속에
그 마음을 알아주는 깊은 배려를 느낄 것이다.
우리는 함부로 누군가를 가르칠수도, 명령할수도 없는 나약한 인간들이다.
강 건너 불 구경하던 이들이 어느날 본인 집에 불이 나면
다른쪽 강건너에서 구경하는 이들을 원수로 만들어버리는 현실은 아닐런지?
오늘날 특히 믿는 이들이 지향하는 "경건의 삶"은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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