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구경하기

센 강변의 고서점, 셰익스피어 & 컴퍼니

파리아줌마 2009. 1. 14. 20:51

울 방학을 맞아 한국의 조카가 여행을 왔읍니다.

남편의 셋째 형님 딸로, 대학 졸업 학년을 앞두고 유럽여행을 왔답니다.

조카 덕분에 그냥 지나치기만 했었던 노틀담 대성당 건너편, 센강변에 위치한 고서점인

셰익스피어 & 컴퍼니를 가볼수 있었읍니다.

 

영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조카는 이 고서점을 들러보고 살 책이 있다고 해서

방학 맞은 아이들 둘은 집에 떼어놓고, 조카랑 둘이서 센강변을 따라

산책하며 셰익스피어 & 컴퍼니를 찾았읍니다.

 

여름이 그리 덥지 않고, 겨울도 그리 춥지 않은 파리 날씨인데,

올 겨울에는 느닷없이 강추위가 찾아왔습니다.

살을 에는듯한 날씨속에서 센강변을 걸으며,

둘째, 서진이를 집에 놓고 온 것은 너무 잘한 일이라고 읊조렸죠,,

그날 뺨을 스치는 날카로운 차디찬 기운이 싫지 않았답니다. ㅎㅎ

 

 "셰익스피어 & 컴퍼니"는 프랑스 파리를 찾는 여행객들이 한번쯤은 찾는 고서점입니다.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주연의 영화 ‘비포 선셋’(2004년작) 등을 통해 국내에도 꽤 알려졌다고 합니다.

 

1919년 말에서 1941년까지 파리에 있었던 서점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미국문학을 알리기 위해 실비아 비치라는 여성이 세운, 단순한 서점만은 아니었읍니다.

영어로 된 책을 구하기가 힘들었던 당시의 파리에서 문학적 감수성에 목말라 하고 있던 이들이 모여 작품을 논하던 곳으로, 세계1차, 2차 대전을 거치면서 문학가들의 사랑방이 된곳이라고 합니다.

 

제임스 조이스, 어네스트 헤밍웨이, 에즈라 파운드, T S 엘리엇, 앙드레 지드,

F 스콧 피츠제럴드, 폴 발레리 등, 유명 및 무명 작가와 예술가들이 드나들었던 곳입니다.

 

서점을 세운 실비아 비치는 오늘날 20세기 최고의 소설로 공인되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가 외설시비로 영국과 미국에서 출간이 금지되자 우여곡절 끝에 1922년 초판본을 직접 펴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읍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1년, 나치의 탄압으로 서점문을 닫게 된 이후, 실비아 비치는 파리에 머물며 문필 및 번역일에 종사했고, 1959년에는 회고록 "세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를 출간해 격찬을 받았읍니다.

 

그녀는 1962년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2년뒤인 1964년 그이름을 물려받아  센 강변에  지금의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가 세워졌읍니다. 그녀의 회고록은 번역본으로 우리나라에도 출간되어있는 것으로 압니다.

 

서점안으로 들어서자 마자 나무 썪는 냄새와 허름한 분위기에 완전 매료당했읍니다.

 

 

 마치 청렴결백했던 어떤 학자의 옛집에 잠시 방문한 느낌이었답니다.

 

 

 

 2층도 있어 올라가보았답니다.

 

 ㅎㅎ 이곳을 다녀간 전세계인들의 흔적들입니다..

그위에도 조그마한 다락방 같은 침실이 있네요,,

 

 무엇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흔적이 많이 있었읍니다.

본인의 증명사진과 함께 파리에서의 즐거웠던 여행과 떠나는 아쉬움을 담은 글귀와 함께요,,,

 

1층에서 이미 그 분위기에 매료당한 저는 2층을 올라가보고는 거의 푹~~ 빠져버렸읍니다.

"파리에 이런 고서점이 있다니.."

여기는 낡고 허름한 작가의 사무실쯤 되나 봅니다.

 사람들이 한번씩 그안에 들어가 앉아봅니다.

 저 안쪽에는 센강이 내려다 보이는 방으로 벽을 따라가며 비치된 의자들이 있어 앉아 책을 읽기에 적당한 장소입니다.

사진이 너무 흐리게 나와 못올렸네요,,

저기에 앉아 비록 영문판은 아니더라도 앙드레 지드나 위고의 작품들을 읽는다면 프랑스 문학을 더 깊이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가난한 작가가 이 방에만 처박혀 인간을 고민하여 해석하며, 밤을 새워 글을 쓰고는 낡은 침대에

가끔씩 몸을 눕히며 쉬는 공간 같습니다.

 

 

 작가의 엉퀸 머리칼과 짙은 고독으로 깊이 들어간 쾡~한 눈빛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감동 진한 책이나, 영화를 한편 보고 나온 것 같았읍니다.

어린 시절 외국 영화에서 보아왔던 곳 같은,,

한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이상스레 아득한 노스탈지를 불러일으키는 곳에 잠시 잠겼다 나온 것 같았읍니다.

이 노스탈지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아마 그건 어린시절의 그리움에 대한 시간의 노스탈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를 보며 동경했던 유럽의 풍경들과, 그 당시의 모든 상황과 환경들이 어우러진 그 무엇,,,

지나버린 시간들의 회상과 상상이 어우러진,

혹은 시간이 멈추어 버린 곳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만한 셰익스피어 & 컴퍼니였습니다.

 

 서점 겉모습을 사진찍고 바로 뒤돌아 서니 노틀담 대성당이 거대하게 서있읍니다.

ㅎㅎ 낮에는 좀 덜한데요,, 특히 밤에 노틀담 성당을 보면 밑에서 위로 쏘는 조명 탓도 있겠지만 파리 중심

한가운데 서있는 유령 같답니다. 어떨땐 섬찟~~ 무섭게 느껴지기도 하죠,,

그러고 보니 노틀담 대성당은 파리의 유령이라해도 괜찮겠읍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