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작은 걱정, 큰 걱정

파리아줌마 2009. 5. 16. 18:15

 

몇일전, 수요일 아침,, 9시 30분까지 등교를 해야하는 중학생, 큰 딸은 9시 20분에

허겁지겁 아침식사도 거른채 집을 나섰다.

 

15분마다 한대씩 오는 기차를 타고 가는데, 바로 기차를 탔다면 겨우 도착,,,

아님 최악의 경우 15분 기다려 탔다면,,적어도 10분 내지 15분은 지각이다.

지각하는게 싫어 항상 일찍 집을 나서던 딸이었으니,, 그날 아침 학교가는 기분은 엉망이었으리라..

 

문제는 엄마인 내가 두어번만 깨우고 내버려 두었다는것,,

나는 그날 아침 딸을 학교 보내지 않을 비장한[?] 각오를 하고 있었다.

 

작년부터 아침에 학교 보내야하는 딸을 깨우려면 꽤 시간이 걸렸다.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고 자는 딸을 깨워야만 되는게 안타까웠고,,

그래도 학교 시간 늦으면 안되기에 안스러워하며 여러번 별 문제를 느끼지 않고 깨웠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그정도가 좀더 심해지는 느낌이었다. 

남편이랑 번갈아 가며 적어도 4, 5번은 깨워야만 겨우 정신차리고 일어나는데,,

 

말이 4, 5번이지,, 처음에는 곱게,, 그다음은 약간 톤 높게,, 그다음은 "학교 안갈래?"부터 시작해,, 

"더이상 깨우러 안온다",, "학교 가든지 말든지" 온갖 공갈,, 협박조의 멘트를 뿌려가며 깨우곤 한다.

 

"좀 심하다" 싶어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본인 아이들은 스스로 알아서 일어난다고 하고,,

나의 만 14살때를 생각해보아도,, 새벽같이 일어나 친구들과 테니스치러 갔던 것도 생각이 나고,,

항상 새벽을 즐겼던 것 같은데,,

하지만 이는 세대차이일수도 있고, 딸과 내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엄마의 오류일수도 있어

머리를 흔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정신 상태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너무 느슨했다..엄마가 알아서 깨워준다고 생각하고는 믿거라하고 있는듯했다.

본인 일인데,, 초등학생도 아니고 중학생즈음되면  아침에 기상하는 것까지 엄마에게 의존한다는것은

좀 아닌것 같았다.

 

그래서 그때부터 어느정도 깨우거나, 본인 스스로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날은 내버려 두려고 작정하고는

딸에게도 "그렇게 하마"고 이야기했고, 아이도 이를 받아들였다..

그런 다음부터 딸은 본인 핸드폰에 자명종을 맞추고,, 나도 깨우고 본인도 좀 신경을 써서 발딱발딱~~ 잘 일어나는듯했다. 

 

그러던 어느날인 그날 생각해오던 일을 감행해야만 했었다. 아이를 위해서,,

두어번 깨우고는 일어나지 않기에 마음 크게 먹고 컴앞에 앉았는데,,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감행이후,, 아이와 내가 감당해야될 일들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았고, 

당장 뛰어가서 깨우고 싶었지만,, 참았다..

 

본인이 느끼지 않으면 안되리라.. 그리고 엄마의 이야기가 단지 협박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시간은 째각째각~~가는데 딸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러던 와중에 9시가 훨씬 넘어서야 목욕탕쪽에서 인기척이 났고,,

뾰로통한 얼굴로 긴머리 흣날리면서 딸이 후다닥 나온다.

그리고는 9시에 나갔어야될 딸은 그나마 9시 20분에 나가게 되었다.

 

둘다 별말없이,,나는 "잘 다녀오라"고 했고,,딸은 "응~~"하고는 집을 나섰다.

 

오전수업만 있는 날이라 정오즈음에 돌아온 딸에게 얼마나 늦었는지,,별 다른 벌칙이 있었는지 물었더니,,,

20분 지각처리되었다고 한다.. 본인은 그렇게까지 늦지 않았던 것 같은데 하면서..

이곳 중학교는 지각하면 벌이, 방과후 "1시간 풀"처럼 학교에 붙어있어야 된다. 

 

"풀" 벌칙 받았냐고 하니,, "엄마는 한번 지각하고 무슨 그런 벌칙받냐"고 하면서 아무렇지 않다..

그리고는 한 몇일 별탈없이[?] 아침에 잘 일어나 학교 가고 있다. ㅎㅎ

 

이곳 프랑스 속담에 "어린 자식, 작은 걱정,, 큰 자식, 큰 걱정" 이라는게 있다고 한다. 

아직은 이같은 작은,,, 걱정 같지도 않은 걱정속에 있지만, 아이가 크면 큰 만큼의 일들이 밀려올 것이다..

 

부모가 항상 곁에서 지켜주는 것도 아니고 그럴수도 없고,,

본인이 체감해가며 이세상을 배워가야 할텐데,,

그체감해가는 과정들이 쉽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가슴이 아려온다.

 

아닌 길인줄 부모는 아는데,,,, 결과가 어떠하리라는 것도 알면서도

어떤 것인지 모르기에 가고자하는 자식을 무작정 말릴수 없는 부모의 마음이 어떠하리란 것을 이젠 조금은 알것 같다.

어린 시절에는 교육을 위해 강요도 필요하지만 아이가 자라고 나면 제안은 할수 있어도 강요는 할수 없는 일들이 

있을 것 같다. 

알게하기 위해, 삶의 지혜를 스스로 체득하게 하기 위해,, 

한발짝 떨어져 가슴 졸이며 지켜볼수 밖에 없는 입장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그러면서 부모인 나는,, 내 욕심을 버리기도하고, 말을 삼가하기도 하면서,

나를 비우고 버리는 훈련을 해야할것이다.

온전히 나를 비우고 버리고 난뒤 채워지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에 오늘도 기도하며 나아간다.

 

어디 자녀들이 부모에게 가져다주는 것이 작고, 큰 걱정들뿐이겠는가?

크고, 작은 기쁨들, 위안들,,그 모든 것들과 함께 엄마인, 나는 행복하다.^^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7살, 산타 할아버지를 의심하기 시작하다  (0) 2009.09.16
사라와 함께  (0) 2009.09.05
지혜롭지 못하면 손발이 고생한다  (0) 2009.03.29
첫사랑  (0) 2009.02.19
개관전 사진들  (0) 2009.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