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프랑스에서 느껴지는 한류

파리아줌마 2010. 3. 16. 07:48

매주 수요일에는 음악 학교에서 하는 합창 수업에 둘째 아이를 보내고는 1시간을 교실앞에서 기다린다.

그러다 중국인 아줌마와 말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되었는데, 그녀의 딸도 같은 수업에 참석하고 있었다.

 

3월초, 2주간의 방학을 마치고 음악 학교 수업이 있는 수요일, 오래간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전 날 컴퓨터가 고장이 났다고 한다.

그녀의 남편은 “한국 드라마를 너무 봐서 고장났다”며 핀잔을 들었다고 하길래,

무슨 드라마를 보고 있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지금 F4, “꽃보다 남자”를 보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한국 드라마 이야기에 바로 그녀와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그녀는 두 번째 보고 있는중이라고 한다. 

 

이미 구준표 역할을 맡은 이민호에 대해서는 어린시절부터 자라온 모습이 올려진 사진들과 그의 엄마 사진까지 보았다고 하고, 

이민호의 키가 181센티라는 것을 그녀 통해서 알게 되었으니 아시아 아줌마들의 한국 꽃미남 배우에 대한 관심은 대단한 것 같다.

또한 이민호뿐만 아니라 “꽃보다 남자”에 나오는 꽃미남 4명에 대한 모든 프로필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녀는 파리 11구에 있는 중국인 회사에서 회계보조원으로 일하고 있다.

프랑스인들도 있지만 중국인이 많은 회사인데, 요즘 회사 직원들 사이의 주된 주제는 이 “꽃보다 남자”라고 한다.

 

한류의 열풍이 프랑스에 있는 아시아인들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인터넷상으로만 접할수 있었던 한류 열풍을 이곳, 프랑스에서 처음 느낄수 있었던 것은 몇 년전 딸아이의 학교 행사에서였다.

그당시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딸의 학교에서 Loto행사가 있었다.

첫번째 파트가 끝나고 다과의 시간, 딸의 절친한 친구인 나오미의 엄마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국 드라마로 화제가 돌려졌는데,

"겨울연가"를 봤다고 하면서 욘사마를 잘 알고 있었다.

 

일본 아버지와 프랑스 엄마에서 태어나 자란 나오미 엄마였는데, 아버지의 나라 일본을 다니면서 한국드라마를 알고 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와 드라마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옆에 있던 중국인인 까롤 엄마가 자기는 요즈음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고 있다고 거든다.

그 당시 나는 너무 놀라 무엇을 보느냐고 물었고,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하며 여러 한국 드라마를 열거한다.

 

간접적으로 듣기만 했던 한류의 열풍을 이곳, 프랑스에서 피부로 느끼면서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발전을 보는듯해 기분이 좋았다. 

재미있는것은 나오미 엄마는 한국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한국 말 두가지를 외워놓고 있었는데 그게 "괜찮아"와 "미안해" 였다.

우리는 함께 프랑스 말로 해석해 가면서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낸 기억이 있다.

 

까롤 엄마는 중국 사이트에서 중국어 자막되어 있는 한국드라마를 다운 받아보기도 한다고 했는데,

요즘은 DMB를 통해 출퇴근하면서 차에서 볼 정도라고 한다.

 

또한 멜루완의 이모는 베트남을 다녀와서는 그곳에서 한국 드라마를 보았는데,

연기자들이 하나같이 성형 수술을 한 흔적이 느껴진다고 까칠하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한국 드라마를 즐겨본다는 중국인 까롤 엄마와 나오미[단발머리 소녀] 

 

 

미국 드라마가 점령하고 있는 프랑스 방송들

 

잠시 한류를 벗어나 프랑스의 드라마들은 어떤지 살펴보자면,

프랑스 텔레비전에서도 다른 프로그램들에 비해 드라마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많다.

하지만 프랑스 제작 드라마는 그리 많지 않고 대부분 미국 드라마들이다.

 

2005년이후 지상파 민영 방송국인 TF1사의 35개 드라마들중 7개만이 프랑스 제작이었고, 드라마도 여러 형태들이 있는데, 수사물들은 우리나라 드라마들처럼 일정한 시각에 방영이 되기도 하지만 어떤 연속극들은 다음 방송까지 2주내지 한달을 기다려야만 하는 것들도 있었다.

 

인터넷이 보급되고 나서는 프랑스 TV는 거의 안보게 되었는데,

프랑스 TV 프로를 즐겨보았던 90년대에 프랑스 텔레비전 6번 채널인 M6에서는

그옛날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를 그린 드라마 “초원의 집”을 몇 번이고 재탕하는 것을 볼수 있었다.

90년대면 내가 20, 30대였을때인데, 나하고 같은 세대인 “초원의 집” 아역 주인공 로라의 어린 시절 모습이

전파를 타는 것을 보고는 너무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다고 민영방송국인 M6사가 드라마를 제작할 형편이 안되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 수출 실적이 그리 좋지도 않은 프랑스에서 드라마 제작의 막대한 비용 들이기 보다는

미국 드라마 수입에 의존하는 것이 이해타산이 맞는 실속 운영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프랑스 지상파 민영 방송국 TF1 방송에서는 미국 드라마인 “비버리 힐즈의 아이들”, “멜로즈 플레이스”를

프라임 타임대에 방영하는 것을 보았다.

프랑스는 방송사가 직접 드라마 제작을 하지 않고 독립 제작사에 맡기면서 투자의 형태로 지원하게 된다.

그러기에 드라마 저작권은 방송국에는 없지만 드라마 방영에는 영향력을 갖게 된다.

 

이런 상황하에서 프랑스 방송국의 실속있는 운영을 위해 한국 드라마 수입은 어떨런지,,,,

 

한국 드라마 보는 소수의 프랑스인들, 그러나,

 

현재로선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는 이들은 주로 아시아인들이지만 그들과 관계있는 현지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 검색을 하다 한국 드라마를 보는 프랑스인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프랑스에 있는 한국 유학생이 올린 글이었다.

 

구글 검색을 하다보면 불어 자막이 지원되는 한국드라마들이 많이 있는데,

그의 프랑스 친구는 한국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를 보면서 극중 인물인 제레미가 좋아져서

무료 사이트를 통해 보던 와중에 어떤 회사가 판권을 사들인 바람에 유료화 되어버렸다.

어느날 아침, 다른 프랑스 친구와 드라마 볼수 있는 사이트 찾다가 학교에 늦게 왔다는 것이다.

프랑스 친구는 그돈들이느니 DVD를 사보던가 아님 일본 드라마를 보는게 낫다고 한다.

 

저작권 문제를 떠나 비록 소수의 프랑스인들이지만, 중국이나 일본만큼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 나라, 한국의 대중문화를 알릴수 있는

기회인데 그것마저 막아버린 것에 대해 한탄하는 글이었다.

 

 

                            딸과 친구들, 이 친구들은 모두 딸을 통해 한국노래를 들어보았다

 

지 드래곤 노래 듣는 프랑스 청소년들 

 

한류의 또 다른 쟝르인 가요, 우리나라 드라마 보다는 가요가 프랑스인들에게 좀 더 빨리 어필할수 있었나 보다.

한국 아이돌 그룹들의 노래를 프랑스 청소년들도 좋아하고 있었다.

 

얼마전 중학생인 큰딸의 학교에서 오케스트라 공연이 있어 함께 갔다 오는 길에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무리의 프랑스 소녀들이 음악을 핸드폰의 스피커폰으로 듣고 있었다.

 

딸은 “어, 이 노래?”그런다.

“왜 그러니?“ 하고 물으니 지금 들리는 곡이 한국노래라고 한다.

귀를 더 기울이던 딸은 “맞네”라며, “엄마, 저아이들 한국 노래 듣고 있어. 너무 신기해”라는 것이다. 

그아이들이 크게 틀어놓고 들었던 노래는 지 드래곤의 “Heartbreaker"였다고 딸은 알려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어떤 한인 남학생의 친구들은 유튜브를 통해 한국대중 가요를 알아 가사까지 외우고 있다고 한다.

 

학교에 갔다오면 딸은 가끔씩 엄마에게 한류를 느낄수 있는 것들을 이야기하곤 하는데,

한국 가요에 대해서는 주로 딸을 통해 들은 이야기들이다.

 

딸의 친한 친구인 나탈리는 일본 만화 "망가"광인데, "동방신기"에 대해 잘알고 있더라는 것이다.

망가 스페셜 잡지책을 보면 한국의 그룹 ”동방신기’에 대해 소개를 한것을 보고 알았다고 한다.

 

또한 딸이 음악학교에서 알게된 베트남 친구 디안의 언니는 한국 연예인들의 모든 동향을 파악하고 있었다.

재범의 탈퇴와 김현중이 신종 플루에 걸렸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고, 그바람에 간단한 한국말 인사도 배웠을 정도라고 한다.

 

중학교 마지막 학년인 딸은 그동안 학년말이 다가와 시간이 좀 많아지면 학교로 아이팟을 가지고가서는

친한 친구들에게 한국 노래 들려주기를 좋아했었다.

이곳에서 중국이나 일본보다는 덜 알려진 나라, 한국의 대중가요 수준이 높다는 것을 은근히 알려주고

싶어하는 마음도 없지 않다는 것을 엄마인 나는 느낄수 있었다.

 

그런 것을 보면서 이곳 프랑스에서 태어나 자란 딸의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것 같았다.

 

딸이 들려준 한국 노래들에 대한 프랑스 아이들의 반응은 대부분 좋았는데, 주로 록 음악을 좋아하더라는 것이다.

“윤하” 라는 가수가 부르는 노래를 선호한다고 했다.

 

내가 이곳, 프랑스에서 느낀 한류는 주로 이곳에 있는 아시아인들이다.

중국, 일본, 베트남 등 본국에서 본국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을 넘어 프랑스에 있는 그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한류.

이제 한류는 대중문화라는 틀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한 문화로 여겨진다.

 

언젠가는 이 한류가 프랑스 사회에 깊이 들어가 한국의 문화,

즉 한국의 언어와 관습, 정서, 그모든 것을 프랑스인들과 함께 호흡해볼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