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노는게 지겨워 공부하는 프랑스 아이들

파리아줌마 2010. 4. 25. 08:47

지난 글에서 "등교하는 대신 출근하는 프랑스 중학교 3학년생들"의 이야기를 했다.

한국의 교육현실을 전혀 모르고 올린 글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함께 이야기하기에는 한번도 피부로 느껴보지 못했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알고 있었기에 이곳 학교는 아이들을 이런 식으로 교육시키니 한번즈음은 우리도 생각해 볼 문제라는 암시가 있었다. 지금 한국에서 중학교 3학년생들이 학과중 일주일을 비우고 사회실습을 나간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리고 내친김에 그동안 이곳에서 한국인으로서, 내가 접해보고 느낀 프랑스의 학교 교육을 이야기해보고 싶어졌다.

 

지난해 여름, 한국을 다니러갔을때 친구 남편이 큰아이에게 "프랑스에도 영어, 수학을 가르치는 학원이 있냐?"고 묻는다.

프랑스에는 그런 학원은 없다. 단지 부진한 학생들 과외를 담당해줄 사설 교육 기관은 있다.

 

지금 15살인 큰 딸아이가 기저귀 차고 있을때, 남편의 친구 가족이 프랑스로 파견 근무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그당시 딸보다 한살 많은 그의 아들과 함께 딸은 공갈 젖꼭지를 입에 문채 잘도 뛰어 놀았다.

그리고는 그 가족은 몇년후에 근무시기가 끝나 한국으로 돌아갔다.

 

지난 여름 한국에서 그의 집에 초대를 받았다. 어린 시절 딸과 함께 놀던 아이가 어떻게 자랐는지 궁금했는데 학원갔다가 밤 12시나 되어 집에 온다고 한다. 헉~ 중학생 아이가 12시에 귀가라? 놀라웠지만 내색할수는 없었다. 한국 교육 실정 모르고 외국에서 편하게 아이 교육시키다 온 답답한 아줌마가 될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곳에서 듣기만 했던 우리나라 교육현실을 그렇게 접해 볼수 있었다. 다행히도 그날 아이는 조금 일찍 마치고 와서 듬직하게 자란 모습을 볼수 있었다. 그아이뿐만 아니었다. 선배 언니의 아들, 친구의 딸들 모두모두 학원가고 없었다. 그것도 여름 방학이었는데, 여행간 것도 아니고 학원가느라 아이들을 쉽게 볼수 없었다.

 

나의 딸들은 여름 방학 맞아 이렇게 한국여행도 하며 탱자탱자 잘도 노는데, 잠시 한국에서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가 잘하는 것인가? 아이들 이렇게 놀려도 되는 것인가?하는 생각이든걸 보면 그런 분위기에서 소신을 지키며 아이 교육 시키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 초등 1년, 될수 있으면 공부안시키기.

큰아이가 유치원 3년 과정을 마치고 초등학교에 들어 갔을때 나뿐만 아니라 프랑스 엄마들의 관심은 대부분 학업이었다.

교사 - 학부형 회의에서 불어[국어], 산수를 집에서 부모가 어떻게 지도해주어야 되는지 질문들이 있었는데,

선생님의 대답은 학습은 빠르게 익히는 아이가 있고, 느리게 익히게 아이가 있으니 습득하는 리듬이 다를뿐 절대로 아이에게 공부에 대한 부담을 주지 마라는 것이다. 그리고 초등 1년은 될수 있으면 학업과 관련없는 프로그램들로 이어가련다는 것이다. 그러니 유치원때와 크게 다르지 않게 운동장에서 소리지르며 놀게 하고, 운동하고. 노래 부르고, 시를 읽히며 떠오르는 것들을 그림 그리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주 영화관도 가고,,, 

  

그리고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을때 담임 선생님은 글을 익히고 온 아이들이 많아 곤란하다고 이야기했다.

교수방법이 복잡해지니하는 소리였다. 모든 아이들이 글을 모르는 상태에서 선생님께 함께 지도받아야 되는데

유독 그해에만 글 익히고 온 아이들이 많아 그아이들을 분리시켜 가르쳐야되는 부담이 있었던 것이다.

 

프랑스 초등학교는 월반하는 아이들이 많다. 월반하는게 좋겠다는 선생님의 제안을 받으면 엄마로서 얼마나 뿌듯하고 좋을까?

나의 딸들은 그런 황홀한 경우를 나에게 안겨주지는 못했다.^^ 

아이가 뛰어난 것이 가장 큰 이유이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만큼 학년간 수준의 폭이 크지 않은 것 같다. 

 

지금 둘째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이다. 시험을 예고하고 보기도 하고 예고 없이 보기도 한다.

부모의 사인이 있어야 되는 시험지에는 20점 만점에 몇점하고 적혀는 있다.

그런데 아이의 통지표에는 그냥, 습득완료, 습득중, 습득부족으로만 표시되어 있다. 그리고 등수표시는 되어있지 않다.

난 큰 아이가 초등학교때 반에서 몇등을 했는지 모른다.  단지 고학년이 되었을때는 20점 만점에 평균 몇점이었다는 것만 알뿐이다. 

 

프랑스 중학생들의 취침 시간은 밤10시,

큰 아이는 파리 외곽 지역인 앙토니에 있는 카톨릭 사립 중학교를 다니고 있다.

외국인이고 여자아이인데다가 아는 한국 엄마의 자녀가 이학교에 다니는 것을 보고 권하기도 했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비록 사립이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사립이라 등록금이 그리 비싸지않다.

일년에 약 2천유로, 한화로 3백 6십만원인데, 이 가격중 반은 급식비이기에 집에서 점심을 해결한다면 반가격으로 줄어들수 있다.

 

초등학교 마지막 학년[프랑스 초등학교 5년, 중학교가 4년이다]인 5학년때 반 학생 30명중에서 사립중학교 가는 아이는 딸과 베트남 아이 둘 뿐이었다. 다른 아이들은 동네의 공립중학교로 진학을 했다.

 

중학생이 된 딸은 언젠가부터 저녁 식사후 늦게까지 놀다가 숙제와 공부를 시작해서는 늦은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것이다.

이를 보고는 안타까워 친구들은 몇시에 자냐고 물었더니 보통 10시가 취침시간이란다.

10시 넘으면 부모의 강한 통제를 받게 된다고. 가야하는 학원도 없으니 일찍 집에 와서 숙제하고 공부하고 10시에 잠자리에 들수 있는 것이다.

 

과외를 경계하는 중학교 선생님

딸은 어느날 선생님이 될수 있으면 과외 수업 받지 말기를 당부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과외를 하게 되면 "과외 선생님에게 물으면 되지"하고는 수업 시간에 집중을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의문나는 것 있으면 선생님에게 물으라는 것이다.

이곳 프랑스 부모들이 투자하는 사교육비는 음악. 미술, 운동 등 취미생활을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질풍노도의 시기인 사춘기, 궁금한 것도 많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을 나이에 무작정 반대하는 것보다는 열어주고 본인 스스로도 책임을 지게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프랑스 학교는 예쁘게 꾸미고 싶은 여학생들의 미적 요구를 규율이라는 이름으로 억제하지 않는다. 프랑스 여중생들은 화장하고, 귀걸리 주렁주렁 달고, 힐 신고 등교한다.  쉬는 시간 여자 화장실 거울앞은 화장 고치는 여학생들이 차지하고 있기에 손을 씻으려면 "좀 비켜줄래?"해야 된다고 딸은 이야기한다. 아이라인에 마스카라하고 오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딸에게 그럼 너도 눈화장이라도 하고 가지 그러니?라고 하니 아침에 그럴 시간이 어딨어? 그럴 시간 있으면 더 자겠다고 한다.

 

교칙은 있다. 미니스커트, 힙합 바지는 금지 되어있는데, 힙합 바지는 누구나 입고 오고 너무 짧은 치마나 반바지를 입고 올 경우 선도 선생님의 눈만 잘 피하면 된다고 하니 그리 강하게 규제하지 않는듯하다.

그렇게 화장했던 여학생들은 막상 20살 성인이 되면 대부분 쌩얼이다. 호기심 많은 어린 시절에 하고 싶은만큼 다하고 나니 시들해져버린 것이다.  

 

공부보다는 예의와 질서를 강조하는 프랑스 부모

프랑스인들이 아이에게 공부보다 더 중요시 여기는 것은 어른에 대한 예의와 공동 생활의 질서이다.

큰 아이 초등학교때 교장 선생님은 학부모와의 회의에서 어른에 대한 존중감이 없는 행동에 대해서는 엄한 처벌을 내릴것이라고 밝혔다.

 

유치원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얼르고 감싸안기보다는 교육한다는 느낌으로 강하게 대한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강한 통제하에 있다.일단 이야기해서 안들으면 아이를 번쩍 안아다가 제자리에 데려다 놓는다.  프랑스인들의 자녀 교육은 약간은 스파르타식이라고 느낀적이 있다. 밥 먹는 시간, 잠자는 시간은 어린아이일수록 철저하게 지키게 한다. 프랑스 부모들의 말안듣는 자녀에 대한 처벌은 "너 오늘 디저트는 없다."이다. 먹는 것 가지고 그러니 좀 치사할수도 있지만 아주 현실적인 처벌이다. 디저트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달콤한 것이다. 주식보다는 디저트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많을 것이다.

디저트 먹고 싶으면 그만 말썽부리고 얌전해져야 한다.

 

어린 나이때부터 탁아소, 유치원 생활을 통해 나만 독불장군처럼 살아갈수 없고 질서를 지키고 조화를 이루어야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그렇다고 아이들의 정신과 사고가 획일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질서안에서 아이가 자유로운 사고를 할수 있게끔 모든 것을 열어준다. 

 

얼마전 둘째 아이 학교에서 영화관을 가는데 아이들 보호를 위해 동행해주기를 담임이 부탁하길래 함께 가보았다.

1967년 흑백 체코 영화였다. 상영전 영화 소개와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설명을 해주고 상영후 아이들에게 질문이 있냐고 묻는다. 다른 학교에서도 영화관람을 하러왔는데 수많은 아이들이 손을 들었다.

손든 아이들중 한명씩 지목하면 마이크 돌아가며 질문을 하고는 느낌을 이야기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질문에 영화관 담당자는 임의로 끝내야만되었다. 영화관안에서 영화 상영후 이어지는 토론[?]에 생소하기도 했지만 신선했다.

 

이곳은 주 4일 수업에 여름 방학 7,8월 두달이고, 그외 학과정중 두달마다 2주간씩 작은 방학이 또 있다. 두달 학교 생활에 조금 지쳤다 싶으면 2주간 쉴수 있다. 방학 숙제는 물론없고 지방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 가거나 부모와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그리고 방학동안 미술 아뜰리에에 등록해 그림 그리기와 도자기 굽는 법등을 배우기도 한다.

주구장창 놀다가 노는게 지겨워질즈음 프랑스 아이들은 학교 책을 잡는다. 

 

쉬는 시간 줄이고, 일제고사로 초등학생이 고3 수험생처럼 공부하는 한국의 교육 현실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많았다.

아이들의 실력은 월등할수 있겠지만 실력만이 모든 것을 가져다 주지는 않을 것이다.

공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한창 뛰어놀아야될 나이에 공부에만 얽매여있는 것은 다시 생각해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

 

프랑스 사회도 많은 문제들을 안고있고, 청소년들의 음주, 흡연, 마약복용, 폭력으로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주어진 교육 환경은 공부에 얽매이지 않고 많이 여유롭고, 자유롭다.

이런 환경속에서 잘 커나갈지, 못 커나갈지는 각자 부모들과 아이 본인의 몫일테지 

 

조카들과 내가 사랑하는 이들의 자녀들이 처해있는 교육 환경을 멀리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고만 있다가, 그것과 빚대어 프랑스의 학교는 이렇다는 것을 한번즈음은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비록 언어와 문화는 다를지라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사는 세상이고, 아이들이 자라고 있는 곳이라는 이유로 글을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