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프랑스의 저출산 극복, 파리의 한국아줌마 이야기[1]

파리아줌마 2010. 5. 8. 16:37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기르자"."무턱대고 낳다 보면 거지신세 못면한다."

이는 1960년대와 70년대 산아제한을 부르짖었던 한국가족계획협회의 표어들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반대가 되어 "제발 아이 좀 낳아주십시요"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2004년에서야 한국은 저출산의 심각성을 감지했고 이를 극복한 프랑스를 모델로 삼아 자료적인 연구와 더불어 사회제도적인 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지만 6년이 지난 지금도 극복은 커녕 더욱 심각해져가고 있다. 저출산 문제는 단순히 몇년사이에 해결될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사회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고 교육시키는 것을 생각한다면 저출산 현상은 개인적인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저출산은 심각한 문제이다.  경영학 대가, 피터드러커는 일부국가의 저출산현상을 <집단적 자살행위>라고 비유했다는데, 출산율 2.1명이하면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 국가의 존립자체가 어렵다고 한다.

 

프랑스는 100년전부터 저출산 문제를 행정부가 아닌 의회에 상정해서 대책안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리고 70년대와 80년대를 거쳐 꾸준히 저출산 극복을 위해 애쓴결과가 요즘 나타나고 있다

90대중반부터 출생률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1993년 평균 1,63명이었던 것이 2000년대에 1,8-1,9 로 안정적인 추세로 유지하다가

2008년에는 2.02명이 되어 유럽에서 최고의 출산률을 자랑하게 되었다. 

 

25세에서 49세 사이의 프랑스 여성들중 80%가 일하고 있다. 게다가 높은 출산률까지, 프랑스 여성들은 슈퍼우먼이다.

아이 낳아 잘 키우는 일이 사회제도의 혜택을 떠나서도 쉽지 않은 일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사회제도적인 밑받침조차 되지 않는다면 부모들의 육아와 교육에 대한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고 그러면 당연히 출산을 기피하게 될 것같다. 

프랑스 여성들이 일과 아이, 이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수 있게 되기에는 프랑스의 사회제도적인 장치가 크게 한몫하고 있다.

물론 출산률을 높이기 위한 사회제도이겠지만 단순히 수치적인 출산률 상승에만 급급한 장치들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런 사회제도를 만들어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에는 그들이 여성과 아이를 귀히 여기는 정신이 있다.

 

산모와 아이를 소중히 생각하는 사회정신

 

저출산을 극복한 프랑스에서 20년을 살면서 두아이 이곳에서 낳아 교육시키고 있는 나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나의 첫아이는 프랑스에서 출산률이 증가하기 시작한 90년대 중반인 1995년에 파리 12구에 있는 종합병원 saint-antoine에서 태어났다. 벌써 15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워낙 신선한 충격들이 많았기에 하나하나 생생히 기억난다.

 

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알았을때, 그때 생각만 해도 가슴떨린다. 내 몸속에 생명이 자라나고 있었다.

소중한 생명, 첫아이.  그런데 철없는 엄마는 몸 관리를 잘못해서인지, 체질적인 원인이었는지 아기가 나오지 말아야될때 문이 조금 열려버렸다. 조산기가 있었던 것이다. 바로 입원하라고 한다. 그날부터 조산기 있는 임신부인 나의 삶은 여왕이나 다름없었다.

 

간병인이 옆에 붙어 양칫물, 세숫물을 침대위로 가져다주었고, 식사는 물론 화장실도 못가게 모든 것을 침대위에서 해결하게 했다.

차마 화장실 문제까지 맡기고 싶지 않아 눈치보며 가곤했었다. 그들은 산모인 나보다 내뱃속에 자라고 있는 미리 나올 위험이 있는 나의 아이를 더욱 끔찍히 아꼈다. 조금이라도 움직일 기미가 보이면 나는 간호원들이나 간병인들에게 혼이 났다. "마담 정! 진지하지 못해요"라고. 그래도 하루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퇴원해도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몇번 있었다. 그럴때마다 배에 두른 자궁수축기록기의 결과는 나를 병원에 잡아두게했다. 침대위에서 책만보고 있었다.

 

2인 병실에 혼자 지내고 있었는데 어떤 여인이 룸메이트로 들어왔다. 그녀의 입원 원인은 임신당뇨였다. 이미 두아들을 두고 있었으며 세번째 아이를 가진거였다. 그런데 한 아들이 열이 40도란다. 이렇게 병원에 있을수 없다며 집에 가야된다고 간호원 붙들고 통사정이다. 이에 간호원은 "당신 아기가 죽을수 있다"며 안타깝게 부르짖었고, 그여인은 그소리에 아무말도 못하고 순한 양이 되어 침대에 걸터앉아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18일정도 입원하고 아기가 나와도 안전할 시기에 접어들었을때에야 집에 보내주었다. 그리고 집에 온지 이틀뒤에 나는 병원을 다시 찾았다. 아이가 태어났다. 조금 신기했던 것이 대부분의 산모들이 모유수유를 했다. 산파나 간호원이 입원실에 들어와 산모에게 모유 먹이냐, 우유 먹이냐를 물어본다. 우유먹인다고 하면 시큰둥해져서 나가버린다. 그당시 우유수유 산모는 그들에게 은근히 무시당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모유수유하는 산모들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도우는지, 처음이라 수유가 힘들때 산파, 간호원, 여럿이서 산모에게 붙어 함께 젖[?]을 짜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우스운 일이었겠지만 그들에게는 아주 진지한 일이었다.

 

임신에서 출산까지 무료에다가 정부 보조금까지

 

조산기로 여왕 대접받았던때와는 달리 아이가 태어나고 나니 찬밥 신세가 되어버렸다. 식사도 복도에 있으니 가져다 먹으라고 한다. 많이 움직여야지 몸이 빨리 회복된다면서. 프랑스 여성들은 아이 낳자 마자 샤워 말끔히하고 병원 복도를 씩씩하게 걸어다닌다.

딱딱한 복숭아도 와그작~하며 깨물어 먹는다. 체질적인 차이이겠지. 한국식으로 목욕하지 않고 있으니 간호원 부장쯤 되는 사람이 와서는 "중국인들과 당신들 어떡하는지 알고 있는데 그런것 이곳에서는 안통하니 냉큼 가서 샤워하고 오라"고 한다. 궁시렁거리며 샤워하고 나니 정말 좋았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퇴원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다. 18일의 입원, 출산과 퇴원시 선물까지 받아나오면서 돈한푼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보험도 없었다. 달랑 학생이었던 신분을 증명할 1년짜리 체류증 하나만으로 병원에 있는 사회보조기관에서 모든것을 담당해주었다. 그것뿐이 아니라 임신 5개월부터 정부 보조금을 받았다. 얼마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으나 적은 액수는 아니었다. 아이가 만 3살이 될때까지 육아 지원금도 받았다. 또한 임신을 하면 "우선카드"가 나와 프랑스 어느곳에서나 줄서서 기다리지 않고 카드만 제시하면 첫번째로 무사통과다. 그러니, 나같은 외국인에게도 임신과 출산을 이렇게 지원하고 혜택을 주고 있으니 생각만 있다면 안낳을수 없다. 결혼전에는 프랑스 사회에 별생각없이 살다 결혼하고 임신, 출산의 과정을 겪으며 나는 이사회를 다시 보게 되었다. 많이 놀랐다. 어쩜 이렇게까지 해줄수 있나 싶어 감탄했다. 정말 아이와 엄마를 위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하나 덧붙이자면 각동네 마다 PMI[protection maternelle et infantile]라고 해서 "모성와 아이 보호를 위해 있는 기관"이 있는데, 태생부터 6살까지 모든 예방접종과 치료들이 무료이다. 병원 산부인과나 이같은 기관에서 일하는 이들을 보면 의무적으로 일을 하는것이 아니라 아이를 사랑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처럼 느껴졌다. 

 

또한 교육은 어떤가? 동네마다 공립 유치원들이 있어 유치원비 들어갈 일은 없으며,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으로 무상에다가 학교 급식비는 부모수입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자면 같은 식사를 어떤 가정의 아이는 1백원에 먹고 좀더 수입이 많은 가정의 아이는 5백원을 내고 먹는 것이다. 그리고 몇년전에는 아이가 셋 이상있는 가정에는 "다가족 카드"가 나와 놀이공원및 식당에서 할인 혜택을 받을수 있다. 음악학교 등 취미활동비는 셋째 아이부터는 비용이 줄어든다. 재정적인 문제로 아이를 못가지는 일은 없다.

차라리 그반대로 아이덕분에 정부 보조금을 받을수 있다. 아이가 두명이상되는 가정에는 가족수당이 주어진다. 나 또한 가족수당을 받고 있다. 그리고 학년이 시작되는 9월에는 학용품 준비 비용들이 또 나온다. 이야기하고 보니 정말 환상적인 것 같다.

 

유치원, 초등학교는 보통 9시에서 오후 4시반까지다. 하지만 일하는 엄마들을 위해 학교에서는 교육뿐만 아니라 아이들 맡아주는 기능도 함께 하고 있다. 보통 아침 8시전부터 탁아기능을 하고 방과후 오후 6시까지 나머지 학습을 하고 7시까지 아이들을 맡아준다. 

 

이미 저출산을 극복하고 유럽내에서 아기 챔피온이 되었음에도 여기에 만족치 않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통계학회의 인구 통계학자인 Stefane Lollivier씨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너무 과대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 틀림없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했다. "프랑스에는 현재 많은 아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프랑스가 젊은이들이 많아지기에는 충분치 않다.

10년 뒤를 보자면, 75세 이상의 노인들은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데 비해 20세 미만의 인구 비율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고 했다.

프랑스의 출산률 극복노력은 이렇듯 근시안적이지 않고 보다 멀리 내다보고 있다.

 

너무 길어지기에 나누었습니다. 이야기는 다음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