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식

아이를 부탁해. 용기있는 프랑스 엄마의 선택

파리아줌마 2010. 5. 4. 22:46

 

                                         

                                          마리 로르가 출간한 책 <어떤 엄마의 용기>, 마리 로르와 그녀의 네 자녀들

 

지난해 티비 프로그램에서 “풀빵엄마이야기”를 보며 가슴아파한 적이 있다.

암투병 와중에도 아이들을 위해 추운 날씨에도 거리에서 풀빵을 굽는 엄마.

그녀는 인터뷰에서 "내가 죽고나면 아이들 방패막이 되어줄 사람이 없다"면서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지난해 여름, 한국에서 그녀가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이들을 위해서 그녀가 오래오래 살수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랬었는데.

 

아이들을 남기고 돌아올수 없는 머나먼 길을 떠나는 엄마의 심정은 어떠할까? 더군다나 마흔살도 채되지 않은 네 자녀의 엄마는 삶의 마지막 순간들을 어떻게 살아낼까? 지난해 프랑스 사회를 감동으로 물들였던 어떤 엄마를 소개한다.

 

지역주민이 3천 1백명밖에 안되는 오를레앙 근처의 Puiseax라는 조그마한 프랑스 시골마을에 살고 있던 36살인 Marie Laure Picat씨는 2008년 4월 간암 진단을 받았다. 불행히도 급속도로 전이된 암이라 그녀는 죽음을 준비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녀에게는 11살, 8살, 5살, 2살의 네 자녀들이 있었다. 그녀가 떠나고 난뒤 흩어져 고아원으로 맡겨질 아이들의 삶을 고민하지 않을수 없었다. 트럭 운전사인 남편은 네 자녀들을 감당할수 없었다.

그해 6월 남편과 헤어지고, 11월에는 같은 동네에 있는 부부를 선택해서 아이들을 돌보아줄수 있는 모든 행정적인 절차를 준비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숨기지 않고 모든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해주었다.

 

이런 사정이 알려져 프랑스 언론들은 앞 다투어 마리 로르의 이야기를 알렸으며 수많은 프랑스 부모들의 동정과 연대의식을 끌어내며 그녀가 선택한 가정에서 아이들이 커나갈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경우 아이들은 원칙적으로 고아원으로 보내어지는데, 복잡하고 까다로운 프랑스 행정은 그녀의 마지막 결정을 들어주었다. 처음에는 세자녀에게만 승인이 내려졌으나 계속적인 요구로 네자녀들이 헤어지지 않고 한집에서 자라날 수 있게 되었다.

 

그녀가 떠나고 난후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서로 헤어지지 않고 집에서 지내왔던 것처럼, 다니던 학교 계속가고, 유도도 가고, 친구들과 대부님 대모님을 만나기도 하며 살아갈수 있기 위해 준비한거였다.

그리고 재정적인 지원을 위해 암투병과 한 가정에 아이들이 맡겨질수 있는 행정적인 절차들을 기록한 <어떤 엄마의 용기>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책 판매로 들어온 수입으로 그해 크리스마스에는 아이들에게 풍성한 선물을 안겨주어 무척이나 행복해 했었다.

그리고 2009년 8월, 아이들이 새로운 가정에서 잘 지내고 있는 가운데 마리 로르는 평안히 눈을 감았다. 그녀의 절친했던 친구, 세실은 “마리 로르는 환상적이고 유쾌한 용기의 증인이었다. 한번도 눈물을 보인적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끔찍하게 슬픈 현실이었지만 그녀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눈물 흘리기보다는 남을 아이들에게 아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었다. 그 상황속에서 아이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행동으로 보여주고는 떠났다. 암투병으로 본인 스스로 고통스러운 상태에서 세상에 홀로 남을 아이들을 위해 노력한 마리 로르씨는 용기있는 엄마이기도 하지만, 사랑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 엄마였다.

 

지금즈음 그녀의 아이들은 엄마를 가슴에 묻은채 잘 지내고 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엄마만큼 편안한 품은 없겠지만 어쩔수 없는 상황에서 네 자녀가 흩어지지 않고 함께 살면서 엄마를 회상할수 있게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아이들을 받아준 가정에 대해서는 자세한 이야기는 없었지만 대단한 결심을한것 같다. 그리고 그녀가 떠나고난 후에도 사람들은 용기있는 멋진 엄마, 자녀들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마리 로르를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