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둘째 딸, 서진이가 오늘 학교에서 소풍을 갔습니다.
당연히 점심식사로 샌드위치를 준비하려고 했는데 딸은 느닷없이 김밥을 요구해왔습니다.
김밥과 샌드위치, 두가지 모두 해달라길래 하나만 선택하라고 했지요.
엄마는 속으로 샌드위치를 기대하고 있었지요. 그게 훨씬 편하니까요.
그래서인지 김밥을 해돌라고 합니다. ㅎㅎ 선생님도 맛보게 하고 싶다고 합니다.
단무지가 없는데,,, 남편에게 부탁해 한국식품점 다녀오랄까 싶었다가 그만 두었습니다.
그래서 물과 식초, 소금, 설탕을 섞은 물에 오이를 밤새도록 담구어서는 새콤 달콤 짭짜롬한 단무지 대용으로 만들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볶을 당근과 소시지는 어젯밤 가늘게 썰어 냉장고에 랩 씌워 잘 놓아두었고요,
맛살도 폭으로 네등분으로 잘라 두었습니다.
계란지단은 아침에 구웠고요, 밥을 해서 식히는 시간과 김밥을 마는 시간을 잘생각해야됩니다.
그래서 6시냐 아님 6시30분에 기상하느냐를 놓고 잠시 고민하다 6시 10분에 자명종을 맞추어 두었습니다.
이런 타협은 혼자 너무 잘합니다. 15분이 더 적당할수도 있는데 핸드폰 알람에 5자까지 눌러주는 섬세함은 아직 갖추지 못했습니다.
고슬하게 다된 밥을 퍼서는 후후~~식혔습니다. 요즘은 참기름밥말고 식초밥을 만듭니다.
어느정도 식었길래 식초와 깨, 소금을 뿌려 비볐습니다. 처음에는 간이 조금 센듯해야 좋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밥에 스며들기에 나중에는 딱! 맞는 간이 됩니다.
냉동칸에 지천으로 있는 김들중 김밥용 김은 없어보입니다. 얼마전 한국식품점에서 구입해서 김밥말고 남은 김 두장외에는요. 그래서 멀쩡해보이는 것들 골라 불에 살짝~ 구웠습니다.
그나마 괜찮아진듯한데 너무 얇았습니다. 옆구리 터질것은 뻔한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성드려 잘 말아보았습니다.
모든 재료를 식탁에 놓고 조그마한 종재기에 물을 담아놓고 손이 마르지 않게 적셔가며 김밥을 말았습니다.
김 윗부분은 밥을 펴서 깔고 아랫 부분은 모든 재료들을 쌓아 김밥발로 재료부터 말아 나중에 밥이 말리도록 굴렸습니다. 잘라 놓으면 나선형으로 나오겠지요. 안쪽 재료들과 바깥쪽 새콤 짭짤한 식초밥이 입안에서 서로 어울릴 것입니다.
서진이는 이런 날은 발딱~ 일어납니다.
금방 잠에서 깬 부시시한 얼굴로 산뜻한 표정을 짓고 나옵니다.
아이 옷을 어떻게 입혀보내야되나 싶어 일기 예보를 보았습니다. 구름과 햇볕이 함께 있는 날씨에 아침 기온 16도, 낮기온이 20도로 소풍가기에는 너무 좋은 날씨였습니다.
서진이는 언니의 강아지 가방을 들고 가고 싶어하길래 어제 허락을 받아놓았지요.
그리고 모자도 본인 것이 아닌 언니 것으로 씌고 가고 싶다고 합니다. 서진이 표현에 의하면 언니 모자가 더 <씩, chic>하다고 하네요. 몇년전 유로 디즈니에 가서 사준 모자들인데 언니 모자는 서진이 것보다 5유로는 더 비쌌다는 것을 용케도 잘 압니다. 그런데 언니 모자가 너무 큽니다. 아직 7살 많은 언니 따라 잡으려면 더 열심히 자라야겠습니다. 그래서 <씩>한 언니 모자 포기하고 본인 것을 써야만 되었습니다.
단단한 김밥들로 골라 조심스럽게 그리고 아이입에 쏙~ 들어가게끔 조그마하게 잘라서는 작은 일회용 용기에 꽉꽉 차게 담았습니다. 혹시나 싶어 일회용 포크 두개를 랩에 싸서 넣었지요.
갸름한 우유빵 하나를 갈라 초코릿 크림 듬뿍~ 발라 함께 넣었습니다. 물병, 감자칩 두봉지, 휴대용 티슈까지 빠짐없이 챙겼는지 가방을 두번정도 열어 확인했습니다.
기온이 높지 않아도 이곳 햇살은 강렬하기에 아래, 위 짧은 차림을 했습니다.
무릎밑까지 오는 옅은 파란색 트레이닝 바지에 메론색 반팔 티셔츠에 보라색 모자달린 가디간을 입고는 묶은 머리 촐랑거리며 아빠와 집을 나섰습니다. 엄마는 설겆이하고 집안 청소하고는 옆구리 터진 김밥 먹으며 드라마,
<자이언트>를 보았답니다.
이상 5월 28일 금요일, 파리에 사는 한국 아줌마의 일상이었습니다.
4시반, 5시 아이들이 집에 돌아오면 저에게는 또 다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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