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인 딸아이는 어제부터 기나긴[?] 여름방학에 들어갔다.
지금이 6월말, 7, 8월이 지난 9월에 개학하면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니 참으로 긴 여름방학이다.
그런데 일주일 뒤인 다음주 화요일, 수요일 이틀간 고입시험을 보게 된다.
일주일 동안 학교 수업없다가 시험을 보게 되니 한국의 교육방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다.
더군다나 지난 월요일에는 책을 모두 반납해야만 했다. 사립학교지만 책을 따로 구입하지 않고 선배들이 쓰던 책을 물려받기 때문에 학교에서 정한때가 되면 책을 반납해야만 한다.
그러면 일주일 동안 책도 없이 시험 공부는 어떻게 하란말인가? 책이 필요한 사람들은 보증금으로 책한권당
10유로를 내고 책을 보다가 시험 끝난뒤 책을 반납하면서 보증금[이런 경우 보통 수표를 쓴다]을 돌려받는다는 것이다. 프랑스 중학교는 4년제이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중학교 4학년이라고도 할수 있다. 하지만 4학년이라고 하지않는다. 초등5년제 끝나고 중학교 가면 중1을 6학년이라 부르고, 그다음 중 2는 5학년으로 점차 내려가는 숫자로 부른다. 그러면 3학년이 된다. 그러니 중학교 3학년 맞다.
고입시험을 보는 중3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다른 학년들에게도 정해 놓은 책반납 기일을 연장하지 않는다. 입시생의 특혜라는 것은 찾아볼수 없다. 단체가 정한 규율을 따라야 하며 그것이 맞지 않을 경우는 개개인이 알아서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하지만 그것 또한, 보증금 내고 책을 계속 볼수 있는 것처럼 다른 방법으로 길을 열어주고 있다. 소수들을 위해 다수를 희생시키지도, 학교 행정을 흐트리지도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험성적에 얽매이지 않는다.
한국-그리스 경기때 대형스크린이 설치된 에펠탑 앞의 모습
서두가 길어졌다.
어제 학교에서 돌아온 딸은 아침에 힘들게 학교갔던 이야기를 한다.
8시30분까지 등교하기에 보통 8시에 나가던 딸은 5-10분쯤 늦게 집을 나섰다. 기차역에 도착하니 가야할 방향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더라는 것이다. 그럼 기차가 막 지나간 상황이라는거다. 간만의 차로 놓쳤구나 싶어 선로로 내려가서 다음기차 시간을 보는데 스크린에 <운행 끝>이라는 글귀가 적혀있더라는 것이다.
시도때도 없이 교통파업으로 기차가 안다니니 있을수 있는 일이라 싶었나보다.
아이는 화들짝 놀라 파업시에도 다니는 팔라당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으로 향하다가 아무래도 이상해 기차역 Information센터에 가서 물어보니 어제 밤 마지막 기차이후에 올라간 스크린이 그대로 있는 것이라면서 스크린이 잘못된 것이지 기차는 다닌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기차는 언제오냐고 물으니 2분뒤라고. 부랴부랴 기차타고 학교에 갔다.
중학생의 마지막 날을 그냥 보낼수 없었던지 화려하게 지각으로 장식[?]을 했다. 15분 늦었다고 한다.
아이학교는 지각하면 필히 수위에게 가서 알려야한다. 왜냐하면 선생님이 출석부를 체크해서 교실앞에 꽂아놓으면 수위가 가져간다. 지각을 하면 수위에게 알려야 선생님이 체크한 부재란이 없어지는 것이다. 아니면 아이는 결석한 것이 된다.
그리고 지각햇수가 많아지면 colle 벌칙이 있다. colle 벌칙은 학교가 끝난뒤 집에 갈수 없고, colle[풀]처럼 학교에 붙어있어야한다. 약하게는 1시간, 심한 경우는 2시간 동안 학교에 풀처럼 붙어있어야하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고통일 것이다.
아이는 수위에게 알리러 갔다.
아이 : 저 지각했어요.
수위 : 그래? 어! 너 머리컷트했구나[지난 토요일 딸은 엄마의 강압에 못이겨 긴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다.]
[느닷없이] 너 한국인이지?
아이 : 네.
수위 : 북쪽, 남쪽?
아이 : 남쪽요.
수위 : 오! 너 오늘 왜 지각했는지 알았어. 어제 한국축구팀 16강 올라갔다고 축제하느라 늦게 잔거지?
내가 오늘은 특별히 봐줄께.ㅎㅎ
아이 : !!!!!! 아아~~~ 어어~~~, 그건 아니고요, 기차~타는데 문제가 좀~ 있었어요.
방학하는 날이라 아이들과 선생님 모두 느슨해져서 별로 공부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학교수업 마지막 날이라 지각 체크는 하지 않으면서 수위는 재미있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아이는 빨리 교실로 들어가야 되는 상황인데.ㅎㅎ
프랑스 축구팀의 좋지 않은 소식들로 자국민들의 심기가 많이 불편한데도 불구하고, 한국팀의 16강 진출을 함께 기뻐해주는 프랑스인이 있어 아이는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요즘처럼 프랑스인들과 한국 이야기를 많이한 적도 없었던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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