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기한으로 와있는 상사주재원들이나 외교관들, 혹은 유학생들은 어떨런지 모르겠지만 나처럼 10년, 20년을 파리에서 살고 있는 교민들은 불어가 한국말처럼 들리고, 하루 아니, 한끼라고 한국식으로 식사를 하지 않으면 뱃속에 돌덩어리가 든 것 같이 거북스러운 적이 한번쯤은 있으리라. 이런 일들이 몇번 반복되다보면 이곳이 한국인지 프랑스인지 구분이 안되는때가 오게 된다.
유학생으로 있었던 처음 몇년동안은 프랑스인들을 많이 만났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이곳에서 산 시간들이 더하면 할수록 한국적인 것만 찾게 되었다. 한국말만 하고 싶고, 외식을 하더라도 한국식당에 가게 되었다.
아마 남편 일의 손님들이 한인들이라 더했던 것 같다. 프랑스적인 것은 될수 있으면 멀리하고 싶었다. 이곳에 살면서 말도 안되는 소리인줄 알지만 솔직한 심정이었다.
전세계인들이 동경하는 도시, 파리의 아름다움은 외국인의 현실에 가려져 빛바래게 다가왔던 적이 많았다.
높이 쏟아있는 에펠탑이 성가셔 보였고, 샹젤리제 거리는 왜그리 긴지, 콧대 높은 파리지앵, 파리지엔느들 꼴 보기 싫었던 적도 많았다. 그러니 아무리 좋은 것도 내 마음에 여유가 없다면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항상 된장찌개에 김치담아 먹고 살다가 어느날 밤, 파리에 나가게 되었다.
당시 둘째가 어린 나이라 외출이 그리 자유롭지 않았을 때였다. 불빛들이 현란하게 있는 어두운 파리거리를 지나 센강 다리를 가로지르고 있었는데, 나는 느닷없이 와~하는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파리의 밤이 이렇게 아름답구나"하면서. 나는 마치 한국발 비행기에서 내려 파리를 관광하는 여행객이 되어버린 듯했다. 그날밤 나에게 다가온 파리는 정말 아름다웠다. 그리고 "아! 나는 지금 이 아름다운 파리에 살고 있는거지?" 라며 스스로 상기했던 기억이 있다.
현실이 된 파리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거기에는 외국인의 고된 삶만이 있을뿐이지 파리의 아름다움은 항상 뒷전이었다. 그래서 내나라에 더욱 애착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이건 현실도피[?] 성향이 많았던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한국에 있는 이들이 외국을 휴식하는 여행지로 생각하듯이 우리 교민들에게 한국은 잠시 다녀가는 환상적인 여행지이다. 물론 일관계로 다녀가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단지 다른 것은 가족들이 있기에 보통 여행지와 다른 것이다.
나의 딸들에게 한국은 엄마, 아빠의 나라, 즉 본인들 뿌리이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환상적인 나라다.
친지들의 선물에, 용돈에, 그리고 파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귀엽고 예쁜 어린이용품들을 보며 아이들은 눈이 휘둥그레해진다. 한국 아이돌에 열광하는 큰아이는 한국 도착하자마자 CD가게부터 가자고 한다. 우리 가족은 한국가면 파리에서온 촌사람들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한국 제품들과 한국 과자를 보면 아이들과 나는 마치 한국에 있는 사람이 프랑스 제품을 본것 같이 좋아한다. 솔직히 요즘은 한국제품들이 좋고, 한국 과자가 초콜릿 들어간 것 빼고는 훨씬 맛있다.
한국과자들 보자면 유럽풍의 어쩌구~하는 광고문안을 넣어 놓았는데 사실 유럽에는 그런 과자들 없다.ㅎㅎ
어쨌든 맛있게 잘 만들었다.
2006년말, 6년만에 한국을 다니러 갔다. 친정 오빠차를 탔는데 조수석에 앉았다. 그런데 조금있으니 엉덩이가 뜨뜻해져오는게 아닌가 나는 놀라서 몸을 벌떡~ 세우고는 오빠에게 "이게 뭐꼬?"하고 물었다. 오빠는 의자에 부착된 히터라고 한다. 나는 파리에서 그런 것을 본적이 없다. 좋기는 했지만 그저 생소하게만 다가왔다. 그리고 이렇게 편하게 살다가 받쳐주지 못하는 환경이 되었을때는 사람들의 상실감은 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심하게 비관하게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들었다. 그냥 엉덩이 따뜻한채로 편하게 가지 못하고 여러 상념에 사로잡혔던 적이 있었다.
내가 아는한 프랑스에 조수석 따뜻하게 데워주는 차는 없었다. 혹 옵션으로 있다손 치더라도 프랑스인들은 택하지 않을 것이다. 차는 그들에게는 실용품이기 때문이다. 될수 있으면 주차하기 쉬운 작은 차를 선호한다. 실용품에는 최소한의 비용만 들이게 된다. 또한 프랑스 사람들 차는 오토가 없고 대부분 스틱이다. 오토는 스틱에 비해 가격이 꽤 비싸기 때문이라고 한다. 프랑스에는 기아 넣어가면서 운전하는 사람들이 많다.
교민들 사이에서 한국 다니러 간다고 하면 마치 한국에서 유럽 여행가는 사람 시선을 받는다. 그리고 갔다와서 한국에서 보고 느낀것을 이야기하고 있다보면 상대는 어디 멋진 곳을 다녀온 여행기를 듣고 있는 듯하다.
지난해 여름 한국을 다녀와서 아는 분에게 신기해하며 이야기를 하다 서로 이상해서 웃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외국 생활이 퍽퍽할지라도 에펠탑이 성가시고 , 샹젤리제 거리가 너무 길게 느껴진다면 나의 삶은 너무 불쌍할것 같다. 그래서 파리에 대한 사랑을 회복하고 있는 중이다. 아마 앞으로 많이 사랑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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