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프랑스의 까페 테라스가 과시욕의 발상이라고?

파리아줌마 2010. 7. 25. 06:50

겨우내 뼛속깊이 스물스물 기어드는듯한 습하고 추운 날씨로 침울해 있다

3월, 혹은 4월에 햇볕이라도 찬란하게 떠오른 날이면

프랑스의 까페들은 테라스에 의자와 테이블을 놓고는 손님 맞을 준비를 합니다.

 

우울한 파리의 겨울을 보내고 난뒤에 봄의 이른 햇살을 맞으며 까페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기나긴 겨울이 끝나고 따스한 봄을 예고하는듯해 기분이 좋아지곤 한답니다.

 

하지만 요즘들어 파리의 많은 까페들은 겨울에도 테라스에 투명 비닐을 치고

전기 난로를 가져다 놓고 겨울 테라스를 즐기는 이들을 위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는데요,

이는 2008년 1월 1일부터 프랑스에서 법으로 시행되고 있는

공공장소에서의 전면금연이후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까페내에서는 흡연을 할수 없으니 흡연자들은 추워도 테라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더욱 많아졌지요.

 

프랑스의 까페문화는 단순히 커피를 마신다기보다는 동네 사랑방 같은 구실을 합니다.

적어도 하루에 한번은 들르는 곳입니다.

아침식사를 거르고 나왔을때 까페 카운터에 서서 밀크 커피나,

엑스프레소 마시며 크루와샹으로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는 하루를 시작합니다.

 

점심때는 간단한 샌드위치나 크로크 머슈[식빵에 치즈와 베이컨을 놓고 구운 것]로 식사를 할수 있고,

저녁에는 하루의 피곤을 풀기 위해 알코올 한잔 부담없이 마실수 있는 곳입니다.

 

또한 하루일과중 딱히 누구를 만날일이 없어도 그냥 지나치다가

한번씩 들러 잘 압축된[?] 진한 엑스프레소를 카운터에 서서 한잔마시고 갑니다.

그러면서 까페 주인이나 서빙해주는 직원[가르숑]과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곤하지요.

 

그리고 일간신문을 들고와서는 커피나 맥주, 포도주 한잔 테이블에 놓고

오늘 프랑스와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훓어보는 곳이기도 합니다. 

 

얼마전에 프랑스는 공중화장실이 부족하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글을 올리고 나서 몇일뒤에 남편에게 <프랑스는 왜 공중화장실이 부족하냐>고 물어보니,

남편이 대답하기를 이는 다름 아닌 독특한 프랑스의 까페문화에서 기인된 것이라고 합니다.

어느 동네를 가나 까페를 부담없이 들락날락 거릴수 있기에 까페 화장실에서 해결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리있는 이야기 같았습니다.

 

그러니 커피 값도 싸다고 하더군요.

보통 동네 까페의 엑스프레소 한잔은 1유로 20샹팀 정도입니다.

한화로 2천원 안밖입니다. 아마 한국 커피값에 비하면 비싸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프랑스의 모든 까페는 사람들이 다니는 길과 접해져 있습니다.

세상을 향해 열려있는 이곳은 바로 프랑스인들의 소통의 장이 아닌가 싶습니다.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 그 이상의 의미가 있으니, <까페문화>라는 이야기가 나왔겠지요.

 

프랑스 까페들 3개중 2개가 테라스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여름철 장사는 테라스가 있고 없고의 여부가 식당의 매출을 좌우하기 때문에 

까페나 식당 주인이라면 테라스를 꼭 가지려고 하지요.

 

일단 테라스는 사람들이 지나 다니는 공공장소입니다. 까페안이 아니니까요.

그러기에 까페 주인들은 테라스를 얻으려면 파리 경시청에 가서 복잡하고도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한다고 합니다.

 

7월초에 남편은 본인이 운영하고 있는 교민지에 프랑스 까페의 테라스는

까페의 안과 바깥 즉, 세상과의 경계에서 미묘한[?] 역할을 하는 곳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이 테라스가 사실은 자신의 치장을 자랑하고 싶은 프랑스인들의 과시욕에서 생겨났다고 글을 썼더군요.

 

무슨 근거냐고 물었더니 프랑스 문학속에 종종 언급된 것들이고, 본인의 관찰도 있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도저히 못믿겠다고 하니 신빙성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며 강조하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예전에 소르본 대학근처에서 보았던 프랑스 할머니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샤넬 정장 같은 옷을 곱게 차려입고 귀걸이, 목걸이로 우아하게 치장을 하고는

혼자서 까페 테라스에서 식사를 하던 70대, 80대 할머니들을 눈여겨 보았던 적이 있습니다.

 

누구를 만나는 것도 아니고, 곱게 차려입고 와서 혼자 우아하게 식사를 하고 가는 것을 보고는 의아해했습니다.

 

남편 말에 의하자면, 프랑스 할머니들의 과시욕[?]이었습니다. 

보통 과시욕이라고 하면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부정적으로 더 잘 쓰여지곤 하지요.

하지만 제눈에 비추어진 프랑스 할머니는 거추장스럽게 당신을 포장하지 않은 단아한 모습이었고, 

연세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세상에서 허락된 시간동안 흐트러지지 않게 살겠다는듯,

당신의 남은 여생을 아름답게 잘 관리해나가는 진지한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과시욕은 얼마든지 만끽하면서 부려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의 테라스 문화가 어디 과시욕 때문에만 생겨났을까하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어느 한부분일 수는 있겠지요. 까페안보다는 확 트인 바깥에서 파리의 햇살을 접하며,

한잔의 짙은 커피를 마셔보는 것도 테라스의 묘미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