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외국생활에서 가장 피부로 와닿았던 아쉬운것은?

파리아줌마 2010. 7. 13. 08:32

예전 유학을 준비하면서 미지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지만 새로운 곳에 적응할 생각에

거의 군기[?]에 가까운 각오를 하고 왔습니다.

워낙 마음의 준비를 하고 왔던터라 적응하는 일이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선배언니의 도움이 있었고, 그게 일이 쉽게 풀린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는 <일이 잘풀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럴때는 객관과 주관의 구분이 모호해집니다.

이런 경우는 절대적인 것을 따질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람 일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잘 풀리는 일이 다른 이에게는 안풀리는 일로 받아들여질수도 있으니까요.

이러니 사는 동안은 잠시도 긴장을 늦출수 없는게 우리네 인생이겠지요.

그래서 방심은 금물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어느정도 적응하고 나면 엄습하는 것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익숙해진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입니다.

아쉬워하다보면 그리움으로 승화[?]되는 것이 있습니다.

왠 아쉬움에 그리움까지? 제가 하려는 이야기는 이런 서정적인 것이 아닌데 어째 글이 그쪽으로 가게되네요.

 

다시 돌아올랍니다. 외국생활하면서 한국음식은 많이 아쉽답니다.

현지 음식이 입에 더 맞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한국 음식이 좋답니다.

이곳에서 몇번의 이사를 했습니다.

이사하고나서 어수선한 상태에서 밥 해먹기는 뭣하고 배는 고플때에 가장 간절히 생각난 것이

한국의 자장면 배달이었습니다. 하지만 피자 배달 정도는 있으니 그럭저럭 이용할만합니다.

피자 배달하는 것도 생겨난지 얼마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10년전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왔을때는 피자 배달도 없던 시절이었답니다.

 

그리고 재료의 아쉬움은 항상 동반되는것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김치 담그고, 한국음식 해먹을수 있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목욕탕만한 곳은 없답니다. 

주기적으로 목욕탕가서 더운 물과 증기로 한껏 피부 불려 묵은[?] 때 다 벗기고 나서

목욕탕문을 나설때의 그 느낌이란,,,

마치 영혼의 찌꺼기까지 다 벗겨버린듯한 그 홀가분함을 이곳에서는 한번도 경험할수가 없었답니다.

 

피부는 때미는 목욕에 적응되어있던 상태라 물만 뿌려주는 샤워로는 몇일만 지나면 거칠어집니다.

더구다나 석회가 많이 섞인 이곳 물이다보니 처음에는 머리카락도 많이 빠지고 피부에도 좋지 않았답니다.

나름 깔끔떨었던 아가씨였던지라 처음 한동안은 욕조도 없는 유학생 아파트의 샤워기에서

나오는 더운 물로 몸을 불린다고 불려 한국에서 사가지고온 적응[?]안된 이태리 타올로 때를 밀었답니다.

 

차라리 가족들이 쓰던 낡은 이태리 타올을 가지고 왔으면 나았을 것을 새이태리 타올로 잘 불려지지도 않았던 살을 밀때는 소리가 엄청 거칠게 납니다. 쏵 쏵~~

그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들리는듯합니다.  그렇게 목욕을 하고 나면 피부만 왁신거리며 아파옵니다.

 

당시 제주위에 있는 대부분의 한국 여성들은 저와 크게 다르지 않는 목욕을 하고 있었답니다.

프랑스인과 결혼한 한국분도 때미는 목욕법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유학생들끼리 만나서 때밀기 여의치 않는 목욕 이야기를 자주하곤 했습니다. 

가장 아쉽고 그리운 것은 한국의 사우나라고요.

 

<때밀지 말아라> 그래도 <밀어야 되겠다>는 둥,,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오다 들은 이야기가

어떤 한국 여자분이 독일인 남편에게 때를 밀어주었는데 그남편 온몸에 딱지가 생겼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 들으며 웃기는 했지만 피부에 생긴딱지 생각하니 좀 끔찍했습니다.

 

그렇게 그리워하던 우리나라 목욕탕 문화도 저의 큰딸아이에게는 끔찍한 곳이었습니다.

아이가 어릴때 한국가서 목욕탕에 데리고 갔습니다.

그랬더니 <나 죽는다>고 심하게 울어대는 바람에 금방 씻겨 데리고 나온 기억이 있습니다.

너무 어려서인가 싶기도 했지만 지금도 큰 아이는 싫다고 합니다.

 

이런 것을 보면 성격차이가 드러납니다. 둘째아이가 우리나라 목욕탕에 갔을때는 만4살정도였습니다.

큰아이에 대한 안좋은 기억때문에 약간 염려스러웠지만 한번 가보았답니다.

왠걸요,,처음으로 한국 목욕탕을 가본 둘째 아이의 표정은 <이런 세상이 있다니>였습니다.

너무 신나고 재미있게 목욕탕에서 즐기다 왔답니다.^^

 

옷한벌 걸치지 않은 원초적인 상태로 본인이 좋아하는 물장난을 치고 노니 아주 좋았나봅니다.

 

작년 한국갔을때 이곳에서 유학했던 대학 친구의 프랑스 친구들이

한국을 여행하러와서 함께 만난적이 있었습니다.

프랑스인 두명중 한명은 대중목욕탕 좋아하지 않았고 다른 친구는 너무 좋다며

친구와 함께 사우나를 드나들었다고 합니다.  

 

외국인이 우리나라 목욕탕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에는 성격 차이가 있지않나 싶습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빨리 포기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더이상 때를 밀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피부도 적응이 되어 요즘은 샤워만으로도 거칠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한국에 가면 목욕탕에 가게 됩니다. 목욕탕을 나설때의 그홀가분한 느낌이 좋아서요.

 

외국생활하면서 아쉬운것들이 어디 한두가지겠습니까만

우리나라의 목욕탕 문화는 가장 피부[?]로 느껴지는 아쉬움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