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고등학생이 되는 저의 큰딸은 파리 12구에서 태어났습니다.
저는 어쩌다가 생의 반을 파리에서 보내게 되었지만
뼛속깊이 한국인입니다.
이곳에서 살아온 날이 더할수록 한국음식과
한국적인 것에 목말라하고,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는
대구의 곳곳이 가끔씩 꿈에 나올때도 있답니다.
그리고 제가 파리에 사는 동안 많이 발전하고 변한 한국이지만,
그속에 깃들인 한국적인 정서와 풍습을 잘알고 이해하고 보게 됩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고 있는
딸아이는 저와 같은 한국인이라고는 할수 없을 것입니다.
의식속에 한국과 프랑스가 함께 있는 상태에서 한국을 어떻게 보고 느끼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본인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의 문제는 별로 겪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어쨌든 아이는 본인의 모국, 어머니의 나라는 한국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간혹 학교앞이나 거리를 지나다 한국적인 것이 눈에 띄면 무척 반가워하며
저에게 약간은 흥분된 상태로 알리곤 합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때는 학교에서 <한국>을 주제로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일본의 강점기와 한국전쟁의 어려움을 거치면서 지금은 경제강국이 되어가고 있다는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비록 지구 반대편에 있지만 엄마와 아빠의 나라,
한국에 대해서도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에게 한국은 항상 환상의 나라였습니다.
한국에 가게 되면 친지들의 선물, 용돈으로 융숭한 대접을 받고요,
프랑스에서는 볼수 없었던 아기자기한 예쁜 학용품들과 물건들에 정신 팔려있기도 하지요.
그래서 항상 한국가자며 졸랐답니다.
그러던 아이가 지난해 여름에 한국에서 한달 반 정도를 머물다 오고는
여행하는 것은 좋지만 가서 살기는 싫다고 합니다.
아이가 좋아하던 우리나라였던지라 좀 놀랐답니다.
나름 머리 커졌다고 느껴지는 것이 많았나 봅니다.
그래서 무엇 때문인지 따져물었답니다.
가장 큰 이유가 교육과 너무 강해보이는 한국 사람들이라고 하더군요.
교육은 한국에 있는 저 또래의 아이들 대부분이 방학에도 학원을 다니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느슨한 프랑스 교육에 비해서 공부와 성적에만 얽매이는 한국교육이 당연히 싫게 다가왔겠지요.
그리고 절친인, 안 클레르 같은 순수한 친구를 한국에서는 만날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이 눈에 비친 한국인들은 항상 바쁘더라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지하철을 탔을때 어떤 사람이 좀 급했던지
동생을 가볍게 떠밀면서 내리는 것을 보았다고 합니다.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어떻게 어린 아이를 밀고 내릴수 있냐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사람들은 순하지 않고 너무 강해보인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거리에 즐비한 무지막지하게 큰 상가간판들은 정말 눈에 거슬리는 것이었답니다.
간판은 크고 가게는 작다고 하더군요.
미안하고 고맙다는 표현을 너무 안한다고 합니다.
얼굴 표정에는 다쓰여있는데 말을 안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어디 좋지 않은 점만 보았겠습니까? 좋은 점도 함께 이야기하더군요.
어느 상가든 바깥에 진열된 물건을 잠시 구경하고 있으면 금방 직원이 다가와 너무나도 친절하게 안내해줍니다.
딸아이와 저는 처음에는 그냥 구경만 좀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아 너무 부담스러웠습니다.
아이는 꼭 사주어야만 될 것 같았다고 합니다.
어떤때는 물건에 눈길만 주었다가 직원이 눈치채고 나오길래 우리들이 알아서 피하기도 했답니다.
이는 지나고 생각해보니 손님이 오든 말든 별 관심없는 프랑스 직원들보다는 좋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선배, 후배가 있어 서로 언니, 형하며 지내는 것은 너무 부럽답니다.
프랑스에는 언니, 형도 이름을 부르지 한국처럼 언니, 누나, 형이라는 호칭을 쓰지 않습니다.
선배가 후배 아껴주며 밥사주는 것은 좋은 우리나라의 풍습입니다.
학교에서 저학년인 중학생들이 고학년에게 너무 버릇없이 군다고 기분나빠하면서
한국의 선후배 관계를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좋은 점도 있지만 실력보다는 학연 지연으로 서열이 매겨지는
병폐도 없지 않아있다는 이야기를 엄마로서는 해줄수밖에 없었답니다.
아이는 아~하며 듣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본인이 좋아하는 한국의 아이돌 가수는 장점에서 빼놓지 않더라고요.
아직 성인도 되지 않은 사춘기 소녀의 눈에 비친 한국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너무 이루어지는 것에만
급급한 한국의 모습을 보며 과연 채워지는 것은 무엇일까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조금은 느슨함속에 채워져가는 미덕과 정서를 가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치원때부터 초등학교까지 아이가 받았던 가장 많은 질문은 <너 중국인이니? 일본인이니?> 였습니다.
<한국인이냐>고 물어오지 않는 질문이 너무 싫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국인이라고 대답하면 어떤 얘들은 한국을 모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 중학교 가니 아이들이 커서 그런지 <어디서 왔니?>라고 묻길래 훨씬 편했다고 합니다.
아직은 세계속에서 중국과 일본보다는 미약한 나라, 한국입니다.
하지만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IT 강국이라고도 하지요. 지금까지의 눈에 띄는 성장속에서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중요시 여기며 채워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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