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프랑스에서 아이 유치가 빠지면 생쥐가 동전을 준다?

파리아줌마 2010. 8. 3. 06:56

프랑스에서는 아이의 젖니가 빠지면 그날밤에 생쥐가 다녀갑니다.

빠진 치아를 베개밑에 넣어두고 자면 아이가 자는 사이 생쥐가 와서는

아이 잇빨을 가져가면서 댓가로 동전을 하나 놓고 갑니다.

 

몇년전 둘째아이의 젖니가 한창 빠지던 때에 저희들은 자주 생쥐의 방문을 받았지요.

아이는 생쥐가 놓고 간 동전을 모아 사탕을 사먹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생쥐는 동전만 놓고는 빠진 잇빨을 가져가는 것을 잊어버렸답니다.

잠에서 깨어 베갯밑을 더듬어본 딸아이는 잇빨과 동전이 한꺼번에 있는것을 보고는 황당해했지요.

 

왠 멍청한 생쥐가 아이 잇빨 가져가는 것을 잊어버렸던 것입니다.

프랑스 생쥐는 그렇게 바보스럽나 봅니다.

 

의심해서 따져 물으면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스러웠는데

다행히도 아이는 어려서인지 별 생각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생쥐가 놓치고 간 치아를 땅에 묻으려고 했는데 본인의 빠진 잇빨을 가지고 놀다가 그만 잃어버렸답니다.

아마 지금 집안 어느 구석엔가 있을겁니다.^^ 

 

그 멍청했던 생쥐 녀석은 다름아닌 바로 아이아빠였답니다.

덜렁거리는 아빠는 동전만 놓고 잇빨을 가져가는 것을 잊어버렸던 것입니다.

 

                                                    

 

이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서양의 여러나라들에서 행해지는 풍습입니다.

 

기원으로는 프랑스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Aulnoy부인이 쓴 꽁트, <La Bonne Petite Souris, 착한 작은 생쥐>에서 

착한 왕비를 괴롭히는 나쁜 왕의 베개밑에 생쥐로 변한 요정이 숨어들어가

왕의 잇빨을 모두 뽑아버린다는 내용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그러다가 20세기에 접어들면서, 1927년 영국에서 <치아요정>이라는 어린이 촌극이 발표되고,

1949년에 Lee Rogow의 꽁트 <치아요정>이 출간되어 인기를 끌게 되면서

지금 서양의 가정에 풍습처럼 정착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치아가 빠진 어린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요,

생쥐 같이 이가 튼튼한 동물이 아이 유치를 먹어야 영구치가 건강히 난다는 속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는 어릴때 잇빨이 빠지면 집지붕위로 던졌습니다.

던질때 양 다리를 잘 모아서 던져야지 새로운 이가 예쁘게 난다는 소리를 들었기에 단정한 자세로

빠진 치아를 집지붕위로 던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딸아이는 지난해에 산타할아버지에 대한 진실을 알고난 이후에

그동안 생쥐가 아닌 아빠가 동전을 놓고 갔다는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앞으로 아이 어금니가 빠질 것인데,

그때쯤이면, 산타할아버지가 없음을 알고도 선물을 요구했던것처럼

생쥐의 실체를 알고도 동전을 달라고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