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돈벌이에는 관심없는 프랑스 의사들

파리아줌마 2010. 8. 24. 08:18

프랑스에서 두아이를 출산하고 강산이 두번이나 바뀌는 세월을

살다보니 적잖은 의사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감기로, 출산으로, 또한 살다보면 자질구레하게 찾아오는

질환들이 있었기에 의사를 찾게 되었지요.

 

오래전부터 돈이 없어 치료를 못받는 이들은 없었던

사회라서 그런지 의사들은 기본적으로

환자를 아끼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이곳도 사람사는 세상이다 보니 그렇지 못한 의사들도 있을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이곳에서 20여년을 살며 만난 의사들은

환자에 대한 아낌없는 배려를 보여준 이들이었습니다.

 

정신과 상담 같았던 일반의 진료

 

13년전 큰아이가 두살이 지났을쯤 그동안 학업때문에 나자신을 돌보지 못했고,

임신으로 늘어난 몸을 너무 방치한듯해서 다이어트에 돌입했습니다.

다이어트 식품을 이용했는데 사용설명서에는 5킬로 이상빼고자 하는 이는

의사의 진료를 받을 것을 권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워낙에 원리 원칙적[?]으로 살고자 했기에

5킬로를 빼고난뒤 더 빼고 싶어 의사를 찾아갔습니다.

 

혈압, 맥박을 재고 대충 주의할 점과 식이요법정도를 알려주리라 생각했는데요,

이 의사는 느닷없이 <왜 살을 빼려고 하느냐>부터 물어와서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일반의였습니다. 단아하고, 조용한 분위기의 남자의사였는데,

굵은 하체때문에 살을 빼려고 한다니까 상체보다 하체가 튼튼한 몸이 심장질환 같은게 적을수 있다고

건강한 몸이라며 살 빼는 것을 반대하더라고요.

좀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내가 원한다는데,,

 

결국은 내가 원했던 대답은 하나도 얻지 못했고, 무슨 정신과 상담을 받았던 것 마냥

남편과 다투었던 이야기만 하다가 왔습니다.

진료비도 받지 않았고, 다이어트에 관해서는 어떠한 도움의 말도 듣지 못했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의사는 현실적인 불만족에 대한 대리만족으로 살을 빼려는 것으로 알았나봅니다.

그당시라면 충분히 그럴수 있었을 것입니다.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아 남편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것이 힘들었고,

더군다나 육아와 학업 모두 병행하며 힘든 시기를 보내다가 한과정을 마치고 난뒤였습니다.

 

그날 집에 와서는 <괜한 짓을 했다> 싶었지만 13년이 지나고도 이렇게 생각이 나는 것을 보니

그당시 정신적으로 방황하고 있던 나를 어느누구보다 잘 알아보았던 의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의사에게 찾아온 환자들은 대부분 노인들이었습니다.

큰 병도 없던 노인들이 조그마한 아픔에도 의사를 찾아가 사는 이야기하며 외로움을 달래고 오는듯해 보였습니다. 노인들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의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그래서 그의사 뿐만 아니라 다른 일반의에게 진료 받으러가면,,

특히 노인들이 제앞에 있으면 오래동안 기다릴 각오를 해야 합니다.

 

요즘 저희들이 자주 찾는 의사는 아이가 아파서 가면 진료 끝내고나서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아이 데리고 가볼만한 파리의 공원을 소개해주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이곳 저곳을 뒤지다 서울공원이 있는 공원을 알려주었습니다.

물론 뒷순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요.  

 

특히 소아과 의사와 엄마들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육아에 대해 상담을 합니다.

큰 아이가 태어난 해인 1995년에는 유럽에 광우병이 몰아닥쳤습니다.

아이가 크면서 이유식을 해주어야 되는데, 과연 쇠고기를 주어도 되는지

의사에게 문의도 해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소아과 진료를 받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아이 8개월쯤에 한국을 다니려 갔는데 아이가 아파서 대구의 어느 소아과에 갔습니다.

당시 의사에게 물어볼 것들이 있었는데요, 말한마디 못꺼내어 보고 간호사가 호명한 여러 아이들과

함께 우르르 들어가 주사맞히고는 떠밀리듯 나오고 나서는 그 상황에 거의 기절초풍할뻔했습니다. 

15년전의 일입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으리라 생각합니다.

 

위내시경 보수도 안받았던 의사

 

프랑스 국가 의료보험은 일반의 진료에서는 70%정도만 환불을 받을수 있습니다.

그래서 mutuel이라고 해서 보충보험을 따로 들게 되면 100%환불을 받게됩니다.

보통 임금자들은 회사에서 들어주고 있는데, 저희들은 개인적으로 들어야됩니다.

 

진료비보다는 매달내는 보험비용이 더들기에

가입을 하지 않고 의료보험만 가지고 병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지난해 가을, 이곳에서 위내시경을 받았습니다.

날짜 잡히는데에 의사 휴가까지 걸려 3주가 걸리더군요.

 

사립 종합 병원이었습니다. 소화기 내과 의사와 진료를 하는데 보충보험이 있냐고 묻더군요.

없다고 하고는 진료받고 수속을 위해 비서에게 가니 <mutuel이 없으니 의사가 보수[honoraire]를 요구 안할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어차피 그보험이 없어 돈을 내려고 했던 것이라 별상관하지 않았는데,

위내시경하고 조직검사 결과까지 받았는데도, 의사보수를 요구하는 편지는 받지않았습니다.

어떻게 전화라도 걸어 감사 인사를 해야되나 싶어 잠시 망설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지불한 것은 반나절 입원비와 마취사 진료비가 전부였습니다. 합쳐서 40유로[6만원]정도 되었는데,

그것도 어느 정도는 환불을 받았습니다. 100% 환불받을수 있는 사람에게만 보수를 받나 보더라고요.

 

저의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적어도 몸이 아파 검사받고 치료받는데는 부자와 가난한 자를 떠나 돈이 따로 들어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프랑스의 사회정신이라 생각됩니다.

그런 정신이 바탕이 되었기에 의사들도 직업적인 우월함보다는 환자를 위하는 마음이 더 앞서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