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국아줌마

회식없는 프랑스 회사원들

파리아줌마 2010. 8. 26. 07:45

철저한 가족, 부부 중심 문화

 

2년전부터 맡은 일이 있어 한국을 자주 다니고 있는 남편은 한국을

다녀올때마다 한국의 가장들은 12시전에 집에 들어가는 일이 드물다며

강조했습니다.

 

<그러니 저녁에 일찍 들어오는 것에 감사히 여겨라>는

은근한 암묵적인 시사가 있는듯해 들은척 만척했습니다.

남편은 이곳에서 한국사람들끼리 모여 화려한[?]

생활을 했던 적이 있었기에 별로 듣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한몇년전부터는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지 저녁식사는 

꼭 집에 와서 합니다.

 

좋은 일인지 좋지 않은 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결혼 생활 17년차가 되면 남편이 저녁 일찍 들어오는게 그리 반갑고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아실만한 분들은 잘아실겁니다.^^

 

한국의 회식문화, 때로는 부럽기도 합니다.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친목을 다지는 좋은 기회가 되겠지요.

함께 먹고, 마시며, 회사안에서 할수 없었던 이야기를 나누며 도타운 정을 나눌수도 있겠고요.

까칠하기만 했던 상사의 따뜻한 면을 느낄수 있는 좋은 자리가 될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로인한 병폐 또한 적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회식 참석여부가 선택이 아니고 강요가 되고, 과한 음주로 인해 빚어지는 여러 사건, 사고들,

해가 지고도 일[?]을 하는 남편과 아빠를 둔 가족들,

그러다 자녀 얼굴을 몇일만에 한번씩 보는 이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어떻게 보면 깔끔하게 사는 것 같고, 또 어떻게 보면 재미없이 사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프랑스 회사원들은 회식이 없습니다. 이는 프랑스 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 나라들도 마찬가지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밤에는 거리에 사람들이 없습니다.

퇴근한 프랑스인들은 하루종일 학교나 탁아소에서 지낸 자녀들 찾아다가 씻기고 저녁준비하기 바쁩니다.

남편이나 부인이 회사동료들과 저녁식사? 아마 받아들이기 힘들것입니다.

 

저녁식사가 약속되어 있더라도 자녀들은 베이비 시터에게 맡기고 부부가 함께 갑니다.

프랑스인들은 철저하게 커플 중심으로 살아갑니다.

 

프랑스 남성들은 가사와 육아를 부인과 동등하게 분담하며 가족중심적으로 살아갑니다.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낳고 살아가기에 어쩌면 그게 당연한것인데요,

때로는 당연한 것이 특별한 것이 되어버리기도 하는 세상사입니다.

 

그렇다고 전혀 회사원들의 사적인 모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크리마스나 연말에는 일을 바친뒤 회사안이나, 까페에서 뽀[pot]라고 해서

포도주나, 알콜음료를 감자칩이나 땅콩을 안주삼아 마시면서 수다를 떨곤합니다.

대충 정해진 시간이 되면 간단히 정리하고 귀가합니다.

 

기억나는 일이 있습니다.

회사원들은 아니었는데요, 유학생 시절 아파트 옆집에 살던 할머니가 동네를 떠나게 되었다고

할머니 할아버지들 모셔놓고 파티를 한다고 합니다.

워낙 구식 아파트라 말이 옆집이지 옆방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몇시부터 몇시까지 한다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쪽지를

엘리베이터앞에 붙여놓았습니다.

 

당시 논문 막바지여서 정신이 없었는데 조그마한 아파트에 동네 노인들이 얼마나 많이 모여들었는지

그들의 왁자지껄한 수다소리에 오늘 공부는 망쳤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정한 시간이 되니 라디오 볼륨 꺼지듯 소음이 없어지길래 깜짝 놀랐습니다.

방금전까지 시장통이었던 곳이 한순간에 한적한 곳이 되어버렸던 것입니다.

정말 칼같은 프랑스 노인들이라 싶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개인주의적인 정신으로 인한 합리적인 면이라고도 할수 있겠지만, 정겨운 인간관계는 없어보입니다.

 

모든 현상에 장 단점은 있겠지요, 어떤 것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찾아가느냐의 문제겠고요,

그래서 사는 것에는 정답이 없다고도 합니다.

얼마만큼 감수하고 가느냐겠지요.  

 

하지만 너무 과한 것은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항상 치우치기 쉬운 인간의 한계를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중간지점을 찾아가는것이 우리네 삶의 주어진 숙제가 아니겠는지요?

 

한국의 조금은 과한듯한 회식문화에 대한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