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삶과 죽음의 경계가 없는듯한 프랑스 납골당 묘지에서

파리아줌마 2010. 9. 25. 09:09

 에트레타 해안의 납골당 묘지에서

 

지난번 에트레타 여행을 하고 파리로 바로 돌아가기가 아쉬워 차를 멈추고

예전에 한번 가보았던 묘지에 들렀습니다.

 

어릴때부터 죽음이라면 항상 멀고 낯설게만 느껴졌습니다.

마치 나에게는 그것은 절대로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았지요.

뭐!! 그뿐만 아니라, 마치 영원불멸의 삶을 살것처럼 욕심과 집착속에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지요.^^

 

처음 프랑스에 와서 묘지가 동네 한복판에 있는 것을 보고는 좀 썸뜩했습니다.

우리처럼 멀리 산에다가 모시지 않고 왜 이리 가까이 해놓았나 싶었지요.

 

그건 내세의 천국을 믿는 프랑스인들의 카톨릭 종교관과 연결되어 있으리라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러기에 죽음도 삶의 한연장선상으로 보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인지 그들에게 묘지는 공원의 산책로 같은 역할을 합니다.

집에서 그리 멀지않아 아침, 저녁으로 들여다 볼수 있겠지요.

 

죽음은 본인보다는 산자들이 감당해야될 것이겠지요.

산자들에게 죽음이 슬픈것은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한사람의 말투와 행동, 모습, 그가 살아온 자취, 혹은 남겨진 업적들은 기억속에 있는데

그실체가 사라진것에 대한 심한 상실감 같은 것이겠지요.

 

그래서 그렇게 슬퍼할 후손들을 위해서 묘지가 동네공원처럼 가까이있나 봅니다.

자주 들려 함께 한 시간들을 돌아보라고요.^^

지나고 나면 힘들었던 시간들도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겠지요.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납골당 묘지는 양도제로 되어있는데요,

영구양도가 있고, 10년 상한부터 30년 50년까지 계약제로 있습니다. 계약이 끝나면 다시 재계약을 해야합니다.

가격은 파리의 경우, 영구양도는 천여만원 정도인것 같고요, 10년 임대는 몇십만원선입니다.

 

에트레타 해안에 있는 묘지는 노틀담 성당 주위에 있었습니다.

에트레타가 1차세계대전시 피해가 많았나 봅니다.

성당입구에 1914년에서 1918년까지 조국을 위해 죽은 아이들을 위해서라는 기념비가 있습니다.

 

성당입구입니다. 멀리 어떤 노부부가 나오고 있네요.

 

 

묘지안으로 들어가봅니다.

 

 

어떤 사람이 강아지를 데리고 묘지를 찾았습니다.

 

그가 떠나고 난 자리에 가보니 2005년에 돌아가신 분이더라고요.

오후의 따사로운 햇살을 받고 있습니다.

 

화려한 묘지와 소박하거나, 초라한 묘지의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손을 잘두어서? 좋은 상조보험에 가입해 놓아서?  생전에 이루어놓은 부? 아님 인격과 덕망?

그어느것도 단정지을수는 없습니다.

확실한건 죽고나면 그나머지 것들은 오롯이 본인을 떠난것이라는거,, 아무것도 할수 없다는 것일뿐입니다.

 

 

 

 

 

 

 

 

 

대부분 부부합장이 많았습니다.

 

 

이곳도 할아버지 보다는 할머니들이 더 오래산 묘들이 많습니다.

할머니 이름 밑에는 처녀때 성이 따로 명시되어있거든요.

 

하얀 비석들이 보입니다.

 

1차 대전시 산화해간 영국 젊은이들입니다. 바다가 있기에 이곳이 격전지였을것 같습니다.

 

 

그리고 2차 대전 노르망디 상륙작전때 사망한 외국병사들의 묘도 있습니다.

 

프랑스인들의 묘비명이 어떤가 관심을 가지고 보았는데, 별로 묘비명을 많이 새겨놓지는 않았습니다.

<나의 고인이된 남편에게> ,,<나의 사랑하는 아빠에게>

 

<부재는 네가 나를 떠나간 그때가 아니다>라는 글귀인데, 영원히 함께 한다는 의미인것 같습니다.

 

아! 너무 가슴 찡했던 묘비명입니다. <나의 남편에게, 나를 많이 행복하게 해주어서 고마워요>

이런 묘비명을 새길수 있는 여인은 어떤 여인일까 싶습니다.

넘 감동받아 <과연 그녀가 그렇게 아주 행복했을까? 남편이 그렇게 행복하게 해주었을까?>라는

쌩뚱맞은 의문이 들었답니다.ㅎ  

  

이건 무슨 사연인지 모르겠습니다. 4살에 죽었네요 ㅠㅠ

 

 

 

 

부모와 아들까지 함께 있나봅니다. 에트레타 바닷가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소박한 십자가..<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길을 가라> 대충 이런 의미인것 같습니다.

 

에트레타를 떠나는게 아쉬워 들른 묘지에서 여러 상념에 사로잡혀 있었는데요,

결론은 <오늘이 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고 살자>였습니다.^^

 

이상 에트레타 해안의 납골당 묘지였습니다.